그때 나는 분명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다.
운동을 시작했고,
공부를 했고,
관련 영상도 찾아봤고,
나름대로 루틴도 만들었다.
겉으로 보면 꽤 성실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몇 달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몸은 그대로였고
결과는 없었고
확신도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속에 이런 말이 자주 올라왔다.
“이게 맞나?”
“이건 나랑 안 맞는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포기한 게 아니라
계속 수정하고 있었다.
트레이너가 알려준 방식이 있으면
처음엔 따르다가
이틀쯤 지나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선수 기준이잖아.’
‘내 몸에는 무리야.’
‘굳이 여기까지 해야 하나?’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른 정보를 찾았다.
유튜브를 열면
항상 내 생각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무리하면 오히려 독이에요.”
“체형마다 다 달라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다시 내 방식으로 돌아왔다.
그걸 반복했다.
꽤 오랫동안.
웃긴 건 이거다.
그 시기에도
아주 미세한 변화는 분명히 있었다.
예전보다 숨이 덜 찼고
몸을 쓰는 게 아주 조금 편해졌고
기본 체력은 쌓이고 있었다.
근데 나는 그걸
변화로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기대한 변화는 그게 아니었거든.
눈에 띄는 변화,
누가 봐도 알 만한 변화,
확신을 줄 만큼의 변화.
그게 아니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미 쌓이고 있던 것들을
“아직 안 바뀜”이라는 말로
스스로 지워버렸다.
전환점은 되게 사소했다.
몸이 좋아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치는 게 싫어서였다.
계속 의심하고
계속 비교하고
계속 판단하는 게
너무 피곤해졌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정했다.
“이번에는
이 사람이 시키는 걸
끝까지 해보자.”
잘될 거라는 확신도 없었고
속는 느낌도 들었고
솔직히 좀 무서웠다.
다칠까 봐,
버티기 힘들까 봐,
또 실패할까 봐.
그래도 이번엔
중간에 내 방식으로 고치지 않기로 했다.
놀랍게도
그 다음에도 바로 달라지진 않았다.
며칠, 몇 주는
여전히 비슷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전이랑 다르다’는 느낌이 생겼다.
거창한 변화는 아니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차이였다.
그제야 알았다.
변화는
안 오고 있던 게 아니라,
오고 있었는데
내가 중간에서 계속 끊고 있었던 거구나.
그전까지 나는
성공한 사람들 말이
왜 이렇게 다 다른지 이해가 안 됐다.
누군가는 성실함을 말하고
누군가는 실행력을 말하고
누군가는 구조를 말한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근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말을 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본 장면을 말한 것이었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말도
그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풍경이었을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있고
‘다른 길이 더 빠르지 않을까’ 흔들릴 때도 있다.
근데 하나는 분명히 달라졌다.
예전처럼
확신이 없다는 이유로
중간에 방향을 바꾸진 않는다.
이제는 안다.
확신은
시작할 때 생기는 게 아니라
버틴 뒤에 생긴다는 걸.
지금 네가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 같고
그래서 더 조급하다면
그건 이상한 상태가 아니다.
어쩌면 너도 지금
가장 변화가 잘 쌓이는 구간에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만은
스스로에게 솔직했으면 좋겠다.
정말 안 맞는 건지,
아니면
티 나기 전에 그만두고 싶은 건지.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고,
인생은 보통
그 지점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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