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선배님, 동료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특히 50대 직장인분들께서 비슷한 고민을 꺼내놓으십니다.
"퇴직이 3년 남았는데요
남은 주택담보대출이 1억 2천만 원이거든요.
이거 다 갚고 퇴직해야 할까요? 그냥 유지하면 안 될까요?"
이분은 말씀을 꺼내시면서도 이미 표정에 답이 보였습니다.
'다 갚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노후 자금이 너무 빠듯해지고…' 하는 그 불안함이요.
직장인에게 '빚'이란 늘 마음의 짐입니다.
더구나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기는
은퇴 시점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이자가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다 갚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동시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유지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죠.
또 은퇴가 눈앞에 닥쳤을 때, 조급함으로 인해
오히려 빚을 더 늘리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부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은퇴 전 대출 관리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빚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내 현금흐름이 감당 가능한 구조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얼마나 남기고 얼마나 갚아야 하는지’
그 명확한 기준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대출, 즉 레버리지의 본질은 간단합니다.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을 빌려서 수익을 낼 때 유리하고
그 이자보다 수익이 낮거나 소득이 없을 때 불리합니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는 매달 월급이라는 고정 소득이 이자를 감당해주기 때문에
레버리지가 비교적 안전한 편입니다.
그런데 은퇴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월급 대신 연금, 임대수익, 금융자산 인출 등으로 소득 구조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죠.
그래서 은퇴가 다가오면,
이 새로운 소득 구조 안에서 대출 이자가 과연 감당 가능한지를 미리 따져봐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빚이 없는 상태'를 부자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진짜 부자는 ‘현금 흐름이 끊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드라마나 웹툰으로 유명한 <김부장 이야기>를 보셨나요?
드라마를 보면, 평생 성실하게 일한 김 부장이 은퇴를 앞두고
조급함에 빠집니다.

퇴직금과 대출을 영끌해서 공부도 안 된 상태로
상가 투자를 하거나 부푼 꿈을 갖고 프랜차이즈를 오픈하죠.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사기를 당하거나 공실로 인해 원금도 잃고 더 큰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코칭 현장에서도 이런 분들을 만납니다.
은퇴를 앞두고 '이 기회에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며
상가, 프랜차이즈, 소형 빌라 등에
퇴직금과 대출을 함께 투입했다가
고정 소득이 끊긴 상황에서 이자를 감당 못해 위기에 처하시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핵심은 '준비 없는 레버리지(대출)의 위험성'입니다.
은퇴 전후로 아무런 공부와 준비 없이
새로운 투자를 위해 레버리지를
늘리는 것은 칼날을 손으로 잡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있는 대출을 어떻게 할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빚을 내는 결정만큼은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위험합니다.
현금을 모두 털어 대출을 갚아버린 후 수중에 비상금이 하나도 없다면요?
나이가 들면 병원비 등 목돈 들어갈 일이 생깁니다.
그때 현금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소득이 없는 은퇴자는 1금융권 대출이 어렵습니다.
결국 집을 담보로 잡히거나
고금리 카드론을 쓰게 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즉, 은퇴 재무설계의 목표는 '부채 0원'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현금 흐름 만들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빚은 갚고 어떤 빚은 남겨야 할까요?
기준은 딱 두 가지입니다.
‘금리’와 ‘자산의 성격’입니다.
무조건 갚아야 하는 빚: “내 현금을 갉아먹는 나쁜 대출”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으로 보면
국내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4~5%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 카드론 등은 이보다 훨씬 높아
7~15%에 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자율이 7% 이상인 고금리 대출은 은퇴 전에 최우선으로 상환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떤 안정적인 금융 투자 상품도
세후 7%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부채를 갚는 것이 그 자체로 가장 확실한 '수익'입니다.
전략적으로 남겨도 되는 빚: “자산을 지키거나 불려주는 착한 대출”
반면 감당 가능한 범위 내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임대보증금 같은 레버리지는 신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조건: 대출 금리가 3~4%대로 낮고
내가 보유한 자산(부동산 등)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가치가 오르는 경우
핵심: 은퇴 후 매월 들어오는 연금이나 임대 소득으로
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
굳이 목돈을 털어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 목돈으로 현금성 자산(채권, 배당주 등)을 확보해
유동성을 쥐고 있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말로만 들으면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습니다.
숫자로 직접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은퇴 후 월 소득이 국민연금 80만 원,
개인연금 50만 원, 합계 130만 원이라고 해봅시다.
여기서 주담대 이자가 월 35만 원이라면
나머지 생활비로 95만 원밖에 남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대출 상환이 필요합니다.
반면 은퇴 후 월 소득이 230만 원이고
이자가 35만 원이라면 195만 원으로 생활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현금 여유분을 유지하면서
대출을 서서히 상환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케이스 A (상환 필요) | 케이스 B (유지 가능) |
|---|---|---|
| 국민연금 | 80만 원 | 130만 원 |
| 개인연금 | 50만 원 | 100만 원 |
| 월 소득 합계 | 130만 원 | 230만 원 |
| 주담대 이자 | -35만 원 | -35만 원 |
| 잔여 생활비 | 95만 원 | 195만 원 |
| 판단 | 대출 상환 필요 | 서서히 상환, 현금 여유 유지 |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은퇴 후 내 현금흐름 안에서 이자가 감당 가능한지 그 구조를 먼저 그려보는 것.
“현금 흐름이 이자를 이기면, 그 부채는 내 자산입니다.”
머리로만 고민하면 불안감만 커집니다.
지금 종이와 펜을 꺼내 혹은 엑셀을 켜고 아래 5가지 질문에 답을 적어보세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편안한 은퇴가 가능합니다.
은퇴 후 예상 월 소득 합계는 얼마인가요?
(국민연금 + 개인연금 + 임대수익 + 기타 고정 소득)
나의 총대출액과 평균 이자율은 얼마인가?
(7% 넘는 대출이 있다면 별표 표시 ★)
고정 수입에서 대출 이자를 빼고도 생활비가 충당되는가?
(여기서 마이너스가 난다면 대출 상환이 우선입니다)
대출을 다 갚는다면, 내 통장에 남는 '순수 비상금'은 얼마인가?
(최소 6개월~1년 치 생활비가 남아있지 않다면 전액 상환은 위험합니다)
이 빚은 '소비'를 위한 것인가, '투자(자산)'를 위한 것인가?
(자동차, 여행 등을 위한 소비성 빚은 은퇴 전 반드시 청산하세요)
이 5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하실 수 있다면,
내 대출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방향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숫자가 명확하지 않은 분들은 지금 당장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STEP 1. 내 대출 전체 목록을 한 장에 정리하세요.
이름, 잔액, 이자율, 월 이자, 만기일을 표로 정리해보세요. 대부분의 분들이 막연하게 '대출이 좀 있다' 정도만 알고, 정확한 숫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 그림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STEP 2. 은퇴 후 현금흐름 시뮬레이션을 해보세요.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내연금 알아보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개인연금, 퇴직연금, 임대수익 등을 모두 합쳐 월 소득을 시뮬레이션해보고, 거기서 이자와 생활비를 빼보세요. 이 시뮬레이션 하나만으로도 '갚아야 할지, 유지해야 할지'의 답이 상당 부분 나옵니다.
STEP 3. 고금리 부채부터 상환 순서를 정하세요.
이자율 7% 이상의 대출이 있다면, 퇴직금이나 목돈이 생길 때 이것부터 상환하세요. 저금리 주담대는 현금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상환해도 늦지 않습니다. 갚는 것도 순서가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많은 5060 직장인분들이
'은퇴 전에 빚을 다 갚아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마음의 편안함을 위해 비상금을 다 털어 대출을 상환했다가
막상 은퇴 후 예상치 못한 지출 앞에서 더 큰 불안을 겪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30년의 시작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통장의 현금을 다 털어 빚을 갚는 것으로 위안 삼지 마세요.
중요한 건 ‘내일 당장 쓸 돈이 있는가’와
‘매달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많은가’입니다
여러분의 든든한 노후를 응원합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인기🏅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