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기 투자 후기를 다시 작성하고, 다시 복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얼마 전 월부학교에서 1호기 투자 경험담을 발표했는데, 인턴 튜터님께서 한마디를 던져 주셨다. "투자자에게 복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때 죽전을 골랐다면 어땠을까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잠자리에서도, 출근길에서도 그 질문이 맴돌았다. 그래서 죽전동과 다산동의 입지 위상 차이를 제대로 따져 보기로 했다. "내가 그때 다른 곳을 알았더라면" 이 관점으로 1호기를 다시 들여다본다.
지역 간 위상 비교는 막막한 작업이다. 다행히 새벽보기님 블로그에 내온 "부천 vs 산본" 비교 글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그 검증 틀을 빌려, 내 생각을 더해 죽전과 다산을 비교해 보았다.
[지역간 위상비교 - 세 단계로 좁혀 들어가기]
감으로 "어디가 더 좋다"를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건 투자자의 언어가 아니다. 반증 가능한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죽전동과 다산동에서 다음 세 단계를 차례로 밟기로 했다.
먼저 두 동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보자.
죽전은 1990년대 후반 택지지구 개발과 함께 태어났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입주가 집중됐고, 500~700세대급 중규모 단지가 다수 들어선 전형적인 수도권 택지다. 경부고속도로 동쪽에 자리 잡아, 서쪽의 수지 본동네에 비해 "살짝 난개발" 느낌이 있는 곳이다. 이후 20년간 신규 공급이 전무했다가, 2024년에야 e편한세상 죽전프리미어포레와 죽전역에일린의뜰이 들어왔다.
다산동은 결이 다르다. 처음부터 좋은 동네가 아니었다. 구리가 1990년대 장자호수공원 일대에 먼저 자리를 잡았고, 인창동이 따라갔고,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에 도농·다산 일대 단지들이 들어왔다. 부영 플루리움 1~5단지가 2000~2002년에 7,000세대가 들어왔다. 이후 2008~2013년에 소규모 단지가 좀 들어오고 2016~2021년에 다산 신도시와 지금 지구의 대규모 입주가 터지면서 브랜드 대단지 2만 세대 이상이 쏟아졌다. 사실상 다산은 2017년에 "새로 태어난" 동네다.
비슷한 입지를 가진 지역이지만 이 두도시의 출발점부터 성격이 갈린다. 그래서 과거 가격 흐름도 꼭 함께 가지는 않았다.

2018년 이전에는 죽전이 위였다. 이후 다산 신축이 역전했다. 최근에는 죽전이 다시 따라붙고 있다. 오히려 죽전은 구리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2000년대 초 수지구 택지가 고분양으로 비싸게 출발했기 때문에 지난 상승장 시작전까지는 죽전이 비쌌던거 같다.
[입지 요소 비교]
교통:
죽전동과 다산동 모두 강남까지 직선 19~21km로, 거리상으로는 비슷한 권역에 있다.

둘 다 지하철 보유. 다산은 경의중앙선 + 8호선 (2024 8월 개통). 죽전은 분당선 죽전역 + 신분당선 동천역. 강남까지 소요시간은 비슷(37~40분).
죽전은 판교 20분으로 가깝다. 반면에 시청·여의도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 강남·판교 같은 남부 업무축에 강하고, 도심·여의도축에는 약한 전형적인 분당선 입지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를 커버하는 반도체 출세권이다. 죽전 동쪽 단지들은 역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고 출퇴근 시간엔 현암로·대지로가 크게 막힌다.
반면에 다산동은 지금지구를 제외하고는 도농역과 다산역에 도보 15분정도면 어떤 단지도 접근이 가능하다.
실제 경로를 뽑아 비교해 봤다.
다산역(8호선)은 강남 39분·시청 57분·여의도 57분·판교 63분이다.

도농역(경의중앙선) 기준 으로 강남 44분 / 시청 41분 / 여의도 58분 / 판교 64분 이다.

죽전역(분당선) 기준으로 강남 37분 / 판교 20분(강점) / 시청·여의도 60분

학군: 다산은 신도시가 생긴 지 얼마 안 돼 아직 학군이라 할 게 없다. 죽전은 오래된 택지답게 학업성취도 88~93%대 중학교를 보유하고 있고, 분당이라는 막강한 일반고 분포 덕에 강남에 근접하는 분당의 학군 권역에 걸쳐 있다. 죽전에 있는 중학교중에서 제일 빠지는 현암중이 학업성취도가 88%이고 나머지 중학교들은 전부 90%를 넘는다. 학군은 죽전이 다산보다 우수하다.
연식: 다산은 2017년부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쾌적한 신축 택지다. 따라서 대부분 5~8년차 신축이다. 죽전은 대부분 22~29년차 구축으로 대부분 연식이 오래된 구축과 준구축이 혼재한다. 죽전은 신축이 귀한 곳이다.
생활권 내에서 서열: 다산은 구리시에서 장자호수, 수택 다음으로 좋은 3순위 생활권이다. 죽전은 수지구에서 제일 안좋은 곳이다. 경부고속도로 왼쪽의 수지 생활권에 비해 다소 난개발된 느낌이 있다. 두 동네 모두 소속된 시 혹은 구에서 제일 잘나가는 곳 은 아니다.
[단지 비교 - 같은 값이면 뭐가 더 나은가]
동천역 역세권 벽산타운2차(1997년, 구축)와 다산역 역세권 다산자이아이비플레이스(2021년, 신축)의 가격대가 비슷하다. 연식이 25년이나 차이 나는데도 가격이 붙는다. 신분당선 한 방에 강남역을 꽂아주는 노선의 힘이다. 다만 지난 상승장에서는 신축의 힘으로 다산이 더 높이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2025년 말 벽산타운2차가 급등하여 힐스테이트 다산보다 더 높게 치고 먼저 올라갔다. 2등 단지인 힐스테이트 다산과 비교해봐도 벽산타운의 최근 반등의 힘이 크게 느껴진다.

다산 힐스테이트가 어느정도 급지의 단지인지 서대문의 3호선 역세권 구축 단지와 비교해 보았다. 10억까지 찍었다. 4급지 구축 수준의 파워를 가진 단지다.

인구 이동부터 보자.
용인시는 성남, 광주에서 사람이 들어오고, 화성(동탄), 오산으로 빠져나간다. 남양주시는 중랑, 구리, 하남에서 들어오고, 의정부·양주로 나간다.

남양주는 서울 동북부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길목을 쥐고 있는 관문의 성격인 도시로 볼수도 있을거 같다.

[공급이 전세가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두 지역 인근의 공급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수지는 인구 이동시 광주시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광주시까지 포함해 분석했다
다산과 죽전의 입주물량과 월별 매매, 전세 평균 추이 그래프를 살펴보자

2017년부터 다산에는 입주 폭탄이 떨어졌다. 2만 세대가 쏟아지면서 다산동 전체의 전세가격이 곤두박질쳤다. 반면 같은 시기 수지구, 광주시에도 비슷한 규모 (혹은 조금더 큰) 신축 입주가 있었지만, 죽전의 전세가격은 빠지지 않고 횡보했다. 수지 서쪽 생활권에 들어온 물량이지, 죽전 안에 들어온 게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거 같다.
오히려 수지구 서쪽 생활권에 신축이 들어오면서, 원래도 신축이 귀하고 구축·준구축만 있는 죽전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전세가격이 방어를 잘 한 느낌이다. 수지라는 곳이 위에는 분당, 아래에는 기흥과 수원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정도 입주는 빨리 소화가 되는 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거 같다.
그러다가 2020년, 다산의 입주 물량이 소화되면서 이 두지역간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두 지의 전세가격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수렴한다. 전세가격은 실사용 가치다. 이 시점부터 두 지역의 "살기 좋음" 레벨이 비슷해졌다는 뜻이다.
그만큼 다산의 실 수요 가치가 많이 올라갔다고 판단할 수 있을거 같다. 다산은 신축 택지가 형성되면서 사람들이 선호하게 됐다. 과거엔 아무것도 없던 곳이 택지가 되어 선호를 받으면서, 전세가격도 죽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럼 매매가격을 한번 살펴보자. 2019년부터 다산이 죽전을 앞질렀다. 신축 프리미엄의 힘인듯 하다. 그리고 지난 상승장에서의 전고점도 다산이 죽전보다 더 높이 찍었다. 그리로 하락장에서도 다산이 더 잘 버텼다. 죽전은 8억→5억, 다산은 쪽은 10억→7억으로, 절대 낙폭은 비슷하지만 비율로 보면 다산이 더 잘 버텼다. 다산의 방어가 상대적으로 좋은 것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하락장에서는 비선호하는 구축이 더 많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2025년 하반기부터 반전이 일어난다. 죽전이 다시 다산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신축이 없는 죽전이 다산을 앞질렀다는 것은 죽전의 땅이 다산 보다 조금더 좋은 입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거 같다.
지역내 랜드마크 단지인 수지구의 대장인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과 구리시의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를 비교해 봤다. 둘 다 성복역, 구리역 초역세권으로 강남역까지 34분쯤 걸린다 (구리역은 한 번 환승 필요).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급이 다른 단지로 보인다.

롯데 골드타운이 주상복합이라 고평가됐다고 볼 수도 있어, 롯대캐슬파크나인으로 바꿔 붙여 봐도, 수지가 구리보다는 조금 더 위상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최근 구리의 상승이 커서 (아마도 투자자들이 유입이 되지 않았나 생각됨) 지금은 가격이 거의 붙었다.
매매가격이 비슷하고 전세가격도 비슷하다는 의미는 "현재 두 지역의 위상이 비슷하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느곳이 더 좋아질까? 반대로 이야기 하면 어느 곳이 지역의 위상을 덜 잃을 수 있을까?
딱 잘라 말하긴 어렵울거 같다. 둘 다 비슷한 위상을 가진 곳이다. 구리와 수지구를 전체로 비교하면, 구리는 계속 신축이 들어오는 곳이다. 수택E구역이 29년에 들어오고 수택2구역도 10년 안에 들어온다면 수지보다 상대적으로 구리의 환경이 조금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구리는 강 건너면 바로 암사동이니 입지적으로 좋은 곳이다. 다산도 앞으로 왕숙 입주로 단기적 전세가 하락은 있겠지만, 왕숙가 연계되면 중장기적으로 지역 자체는 더 좋아질 것 같다.
최근 수지의 위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땅의 가치가 변화고 생활권이 변했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거 같다. 삼성전자 8만명, SK하이닉스 3만5천명. 이 11만 명의 반도체 종사자 중 상당수가 수지, 분당, 죽전 일대에 거주한다. 용인 기흥의 삼성 라인, 이천의 SK하이닉스 둘 다 죽전에서 차로 20~30분이다. "반도체 더블 출세권"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다. 거기에 이 사람들의 연봉이 높다. 반도체 엔지니어 평균 연봉은 억대이고, 팀장급은 1.5억 이상 높은 소득이 높은 매수 여력으로 직결되고, 그게 지역 가격을 밀어올리는 엔진이 되는거 같다.

다만 솔직히 인정하자면, 이걸 정량적으로 "반도체 종사자 중 몇 퍼센트가 죽전에 산다"를 증명하기는 어렵다. 직장 주소와 거주지 매칭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는다. 인구이동 데이터에서 용인시로의 유입은 확인되지만, 그게 반도체 때문인지 학군 때문인지 분리하기 쉽지 않다. 정성적 판단의 영역이다. 다만 확실한 건, 분당·수지·죽전에 실거주하면서 기흥/이천으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고, 이 수요는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되는 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두 도시간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정리하면
[토지거래허가와 반도체 - 죽전의 반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여기서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다산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다. 갭투자가 자유롭다. 죽전은 토허로 묶여 있다. 실거주 2년 의무. 갭투자 불가. 그런데도 2025년 하반기부터 죽전의 매매가격이 다산을 넘어선다.
토허에 묶여 있는데도 가격이 오른다? 이건 "투자 수요"가 아니라 "실수요"가 밀고 올리는 가격이라는 뜻이다. 실수요가 이렇게 강하다는 건, 그 지역에 살아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는 뜻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위에서 이야기한 반도체를 의심한다.
죽전의 최근 반격은 토지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것이라, 투기 수요가 걸러진 시장에서 실수요만으로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로 사람들이 죽전을 다산보다 더 선호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될거 같다.
[입지독점성 측면 살펴보기]
여기서 더 중요한 관점이 있다. 입지독점성이다.
죽전은 이미 개발이 끝난 곳이다. 1997~2004년에 택지가 완성됐고, 2024년에 소규모 신규 단지 2개가 들어온 게 전부다. 빈 땅이 없다. 아파트가 이미 다 들어와 있다. 재건축은 아직 멀다 (연식 25~29년, 용적률 이미 높은 단지 다수). 즉, 죽전에서 새 공급이 나오기 극히 어렵다. 공급이 제한된다는 건 희소성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다산은 다르다. 이미 2만 세대가 들어왔지만,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동탄의 사례가 떠오른다. 동탄1신도시(2003~2008 입주)와 동탄2신도시(2015~2020 입주)의 관계를 보면, 두 가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났다:
다산+왕숙도 비슷한 구도가 될 수 있다. 왕숙이 들어오면 다산역 8호선 수요는 늘어나고, 상권은 커지고, 인프라는 좋아진다. 하지만 동시에 "새 아파트"가 바로 옆에 2~3만 세대 깔리면, 다산 기존 단지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특히 내가 보유한 다산 구축(플루리움 1~5단지, 2000~2002년)은 왕숙 신축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10년 후 다산 신축(2017~2021)마저 연식이 15~20년이 되면, 바로 옆 왕숙의 5~8년차 신축과 붙어야 한다.
죽전에는 이런 시나리오가 없다. 옆에 새 신도시가 들어올 땅이 없다. 경쟁자가 나타나기 어렵다.
두 지역의 미래 위상을 판단하는 핵심 변수를 정리하면:
죽전에 유리한 요소:
• 공급 제한 (빈 땅 없음, 재건축 요원) → 희소성 유지
• 반도체 구조적 수요 (감소 가능성 낮음)
• 학군 (축적에 시간이 걸리는 자산, 쉽게 복제 안 됨)
• 판교 접근성 (물리적으로 변하지 않는 입지)
다산에 유리한 요소:
• 신축 택지의 쾌적함과 인프라
• 8호선 개통으로 강남 39분 확보
• 왕숙 개발 시 인프라 시너지 가능성
• 남양주 관문 역할 (서울 동북부 유출 수요 흡수)
다산에 불리한 요소:
• 왕숙 입주 시 전세가 하방 압력 (단기 2~3년)
• 학군 미확립 (시간이 필요)
• 구축 단지의 경쟁력 약화 (왕숙 신축과 직접 대결)
• 구조적 수요 엔진이 약함 (특정 산업 배후 아님)
죽전에 불리한 요소:
• 구축 연식 (25~29년, 관리비 증가, 시설 노후)
• 토허 묶임 (투자 수요 유입 제한)
• 수지구 내 서열 최하위라는 인식
• 리모델링/재건축 가시성 낮음
정직하게 말하면, 10년 후 어디가 더 오를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을거 같다.
결론적으로, 죽전동과 다산동은 각자 장단점이 있을 뿐 현재 시점에서 유의미한 위상 차이는 없다고 본다.
정리하면, 매매가격은 신축 프리미엄에 힘입어 2019년부터 다산이 앞서다가 2025년 하반기 죽전이 다시 역전했고, 실수요 가치를 보여 주는 전세가격은 2020년 이후 두 지역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수렴했다. 다산은 신축·신도시, 8호선, 왕숙 3기 신도시라는 성장 동력을, 죽전은 학군, 판교 접근성, 반도체 클러스터 배후라는 고유의 강점을 가졌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위상에 도달해 있는 셈이다.
1호기를 복기는 2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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