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이사를 준비하면서 연락이 왔습니다.
"신축 단지 10군데를 돌았는데 전세는 한 곳도 없고,
그렇다고 월세도 내 예산에 맞는 게 없어요. 저만 이런 건가요?"
잘못 찾으신 게 아닙니다.
지금 임차시장이 그렇게 바뀌고 있는 겁니다.
서울 아파트 중간값이 올해 처음으로 12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1년 사이 2억 원이 올랐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함께 벌어지고 있습니다.
집값은 오르는데, 세 들 집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에 월세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입자가 들어갈 수 있는 물건 자체가 시장에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대문구 DMC뉴타운을 가보면
현재 전세 갯수가 20~30평대 기준
총 6개 남짓입니다.
약 1만 3천 세대 이상의 집이 있는데
이 중에 전세로 입주할 수 있는 물건이
6개 남짓이라는 건 정말 전세가 없다는 뜻입니다.
월세로 전환해보면 약 20개가 더 나오지만
마냥 좋을 일은 아닙니다.

해당 지역의 월세는 월 납입금만 250만원 정도로
월세 가격도 매우 치솟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해야하는지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신규 입주 물량 감소입니다.
서울 내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예년 평균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대단지 아파트 하나가 입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 보시면
신축 아파트 입주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 세입자들이 새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주변 구축 전세 물건이 자연스럽게 시장에 풀립니다.
이사 수요가 연쇄적으로 돌면서
전체 임대차 시장에 숨통이 트입니다.
그 연쇄 반응이 지금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물 잠김까지 겹쳤습니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집주인이 직접 거주해야 하는 경우가 늘면서,
원래라면 임대로 나왔을 물건들이
시장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의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임대 공급이 구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줄고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와 반전세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전세 수요가 월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월세 가격도 함께 올라갑니다.
매매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을 유보한
실수요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계속 머뭅니다.
빠져나가는 수요 없이, 들어오는 수요만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은 늘어난 세금을 보증금 인상이나 월세 전환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이도 같이 보이고 있습니다.
고금리 환경에서
대출 이자를 충당해야 하는 집주인이
현금 흐름이 확보되는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집주인의 비용 구조 변화가
시장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전세를 알아보는 사람
직장 때문에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
아이 학교 때문에 학군지로 옮기려는 사람….
지금 전월세를 찾는 사람들을 한번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시겠어요?
집값이 오른다고 결혼을 미루지는 않습니다.
직장 발령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사 위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 학교 배정 때문에 학군지 근처로 옮겨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입학 날짜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이 수요는 집값이 오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출이 막힌다고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임차 시장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수요입니다.
그런데 이 수요를 받아낼 공급이 줄었습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막히면
경쟁이 붙고, 가격이 올라갑니다.
지금 전월세 시장에서
정확히 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구조적인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전월세 상승 압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내려가겠지'라고 기다리는 것,
지금 이 시장에서는 가장 비싼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물건이 귀한 시장에서 좋은 전세는
앱에 올라오기도 전에 소진됩니다.
자주 방문해서 얼굴을 익혀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니세요.
자주 찾아오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이 옵니다.
전월세 부담이 매년 커지는 구조에서,
임차인으로 오래 머무는 것이 항상
안전한 선택은 아닙니다.
완벽한 입지,
완벽한 평수가 아니어도 됩니다.
지금 내 소득과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첫 번째 집,
그 출발선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전월세가 오를수록 매수 전환의 이유도 함께 쌓입니다.
전방위적 공급이 막힌 시장일수록,
먼저 행동하는 사람이 선택지를 가져갑니다.
집값이 12억, 13억이 된 세상보다,
세 들 집 자체가 사라지는 세상이
실거주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더 큰 변수일 수 있습니다.
이 큰 파도 안에서 꼭 생존해나가시는
월부인 되시면 좋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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