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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즐거웠던 20대의 쌩돈 1억 만들기 [꽃사슴11]

13시간 전 (수정됨)

2017년 ~ 2022년까지, 만 29살에 1억을 모았습니다.

월부를 만나기 전이라 투자 같은 건 잘 할 줄 몰랐고, 쌩으로 모은 돈이었습니다.

첫 월급은 실수령 170만원이었기 때문에…

결코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6년간의 시간이 고통이었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것들은 적당히 즐기면서 저축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돈을 모으기로 한 계기

  •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수준에 비슷한 모습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가까운 친구가 200만원 벌어 150만원을 저축한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자취생이었고 술도 즐겨 마시는 터라 50만원을 겨우 적금하고 있었거든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너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가능한거'라고 한없이 속으로 부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물끄러미 제 통장을 바라보게 되었던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 처음부터 1억을 모으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왠지 친구한테 지고 있다는 생각에 일단, ‘그냥’, 혼자 막연하게 가계부를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던 사슴은…

  • 귀여운 월급에 1억이란 돈을 모으려면 스스로를 내려놓고 악착 같이 극한으로 아껴 살아야 하는데, 사실 도전해보는 것도 좋아하고, 조카 선물도 챙기고 싶었던 저는 돈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운동이었는데, 피티는 물론이고 수영복도 사고, 프리다이빙 장비도 사고, 몸 가꾸기에 재미들려 바디프로필도 찍었드랩니다.(!!!) 그러니 돈이 자꾸 줄줄 새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 그 와중에 빵꾸가 나는 건 또 참을 수 없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던 저는, 앱테크, 임상알바, 중고거래를 부지런히 했습니다. 수영복을 3개 직구해서 1개는 입고 2개는 피 붙여 팔았고요, 선물받은 기프티콘도 전부 팔았습니다. 그러면 안됐지만 회사에서 나눠주는 제품도 조용히 동네에 갖다 팔았습니다. 언제 한 번 블랙마켓에 우리 제품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면서 쫄아서 그만 두긴 했지만, 이걸 이용해서 책도 사고 이사비에도 보태면서 초과 지출은 하지 않으려고 엄청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이때 다 갖다 팔면서 최소한으로 살던 습관 덕분에 미니멀라이프도 유지하고 집이 깨끗해서 좋아요^^)

     

  • 좋아하는 건 야무지게 챙기고, 관심 없는 건 철저히 다 돈으로 만들어 + -를 조절했던 것 같습니다. 자취하고 즐기면서도, 늘 저축률은 60% 내외로 유지를 해 왔습니다.

 

  • 1억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땐 더더욱 강박이 심해졌고, '제발 빨리좀' 모으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왜 라는 목표도 없이. 모으면 어디다 쓸 지 계획도 없이... 그렇게 그냥 '1억'에 꽂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 운동은 길바닥 뛰는 것으로 바꾸고, 언니가 버리려고 내놓은 옷들을 얻어와서 입거나 또 팔았고, 필요한 생필품들은 카카오톡-선물함에 위시리스트로 설정해놓고 죄다 생일선물로 받았어요. 여의도 점심값이 너무 비싼데 누가 밥먹자 하면 거절도 잘 못해서... 몰래 미팅룸에 숨어 도시락을 먹고요. 퇴근 후 알바도 병행하면서 극한으로 아끼다 보니 주방세제 살 1,000원도 없어서 설거지를 4일동안 쌓아놓고 산 적도 있었습니다.

 

  • 이런 거 가지고는 당최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 무지성으로 주식과 펀드를 사댄 적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무지했냐면, 주식은 어차피 장기적 우상향을 할거니까 그냥 친구 이름이 들어간 회사 주식을 매수하기도 했답니다..ㅎㅎㅎㅎ

 

 

 

1억 모으기에 가장 힘이 됐던 것, 마인드

  • 김짠부tv를 즐겨봤습니다. 나보다 1살 어린 친구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소비를 통제하기 위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얘기해주는데 그게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모르겠어요.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는 친구가 하나 생겼다는 것이 꽤나 든든했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 이 채널에서 너나위님라는 아저씨를 처음 뵀습니다. 이상한 표현을 자주 쓰시더라구요. '돈을 굴린다' , '돈이 일하게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은 안 잡혔지만 일단은 저축하는 걸 칭찬해주니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목표는 없는데 궁상과 욜로가 묘하게 뒤섞인 나의 1억 달성기를 그래도 끌고 와준 건, 10년 간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작성한 가계부와 재정점검표라고 생각합니다. 우상향 하는 게 눈에 보이면 그래도 다음달도 아껴볼 힘이 났던 것 같아요. 단연컨대, 이걸 매달 작성한다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겁니다.

 

 

 

 

드디어 0 여덟 개, 감정은?

그렇게.. 그저 지루한 시간은 흘렀고 29세의 12월에 1억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50만원이 비는 바람에 1억 달성에 실패했다고 속상해하니, 어머니가 옛다 하고 입금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다만… 크게 감격스럽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이대로 몇 개월만 지나면 어차피 달성할 수 있을거란 걸 알아서였을까요?

 

이 글을 작성하면서 제 지난 시절의 재정 기록이나, 사진들을 쭈욱 살펴보았는데요,

그저 해맑고 즐겁게 웃고 있는 제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돈을 아끼느라 힘든 순간들도 분명 있었지만, 

결코 돈을 모은다고 해서 절망적이고, 우울하고,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친구 집에서 과자 한봉지 까면서 수다 떨다 찍은 사진,

조카와 뒷산 산책 나가서 개미 잡으면서 찍은 사진, 

친구랑 35,000원짜리 커플룩 입고 찍은 사진,

한강에서 공짜 러닝을 하면서 찍은 5km인증샷,

등…..

 

꼭 거창하게 돈을 쓰지 않아도 분명 행복한 순간들은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며 & 전하고 싶은 말

사실 그래도 돈을 모으는 과정은 완벽하게 안정적이었습니다.

내 금고 안에 쌓이는 돈만 보면 됐기 때문이예요.

이 때가 가장 위기였다는 것을 깨닫고 투자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는 오히려 돈 모을때보다 훨씬 두렵고 걱정도 많아졌기에,

돈을 모으는 것보다 굴리는 과정은 더 험난하겠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스터님의 오프강의를 듣고 왔습니다.

2016년 열반스쿨1기로 시작하셔서 투자자로 11년차가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체감한 10년 간의 가계부를 돌이켜보면서,

별안간 눈물이 쏟아져부렀습니다. (웬 주책.......)

 

어찌됐건, 포기하거나 좌절만 하지는 않았구나,

앞으로의 '꾸준함'이 또 나를 다음 목표로 데려다 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느샌가 시간이 흐르면 세워놓은 목표를 거뜬히 달성할 날이 오겠구나, 하는 희망이 다시끔 생겨서요.

 

 

2022년까지 1억을 달성한 저는

2030년까지 10억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달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040년까지 30억을 달성해서 은퇴를 준비하는 그날까지…

 

 

사슴이 화이팅, 이 글을 읽어주신 동료분들도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10억 향해 Gogogogo

 

 

 


댓글

일상이예술
26.04.26 15:15

사슴님의 1억 달성기! 6년의 시간이 결코 쉽지많은 않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슴님답게 해냈다는 것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글을 보면서 공감가는 게 넘 많았네요. 저도 김짠부 채널 보다가 너나위님을 알게 되었고 돈을 모으면서도 내 삶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쓸때는 쓰면서 당근마켓으로 부족한 돈을 매꾸기도 했고 막상 목표한 금액을 모았을 때 그냥 덤덤해서 오히려 뭐지? 싶기도 했고...무튼 진솔한 사슴님의 글을 보며 제 과거도 회상하는 시간이였어요. 앞으로 1억에서 10억 지금껏 해왔던 대로 사슴님 멋지게 해내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닷🙌❤️

프로그래스
26.04.27 09:16

아니......................?사슴님 진짜 열심히 모은게 느껴지네요....와 대단하십니다 너무 밝게 생활하시길래 전혀 이런 모습은 못 느꼈는데 짱입니다 뭐든 해내실 사람..! 그 와중에 '강렬한 red' 재밌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오래 투자생활합시당 한 달 동안 잘 배웠습니다

인사하는 월부기
가히dasikeum
26.04.26 11:42

꾸준한 사슴이(님) 저축가에서 자산가로, 화이팅!!! (프리다이빙 넘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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