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서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사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아니, 왜 이제야 받아들이기 시작했을까. 후회가 막심했지만 더이상 후회만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본주의에 역행하던 나는, 더이상 역행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용어조차도 어색하고 퇴근하고 강의를 듣는 것도 어색하지만, 그래도 한 번 부딪혀보기로 했다.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결심은 결심인데.. 투자금이 전혀 없었다. 얼른 투자하고 돈을 벌고 싶었다. 배운대로 투자하면 돈 버는 건 시간문제라 생각했다.(무슨 자신감으로..)
“이 집을 팔고 투자를 해볼까..?”
운좋게 청약이 된 집이 떠올랐다. 이때까지는 부동산 투자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당연히 실거주 할 집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월세를 주고 있지만, 언젠가 돈을 모아서 내가 입주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

끝없이 오르던 시장을 지나 잠시 분위기는 주춤했다.(당시 실미도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일만큼 엄청난 상승장이었다.) 하지만, 상승장의 기쁨을 맛봐서인지.. 잠시 이러다 또 오르겠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강의를 듣고 나니 ‘잘못 산’ 아파트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 하필 여길 샀을까.. 하는 후회도 들고, 이번 기회에 팔고 조금이라도 돈을 마련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투자를 하고 싶었다. 나의 잘못된 과거(?)를 만회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기준이 필요한 이유

사실 이 집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2016년 분양받은 집인데, 분양받을 당시에는 분위기가 꽤 괜찮았다. 비싼 분양가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청약열풍에 빠져 있었다. 나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2016년에 분양을 받고 2020년 입주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 사이 청약열풍이라는 단어가 무색할정도로 분위기가 식었다. 청약할 당시에는 모델하우스를 나오면 명함이 몇개씩 꽂혀있을 정도였는데(당시 ‘초피’라고 해서 바로 명의를 넘기면 1천~2천만원으로 바로 입금해준다고 했다.) 어느새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팔아야만 팔리는 분위기로 변해 있었다.
“우리 이거 지금이라도 팔까..? 더 떨어질 것 같은데..”
하루하루 가격을 확인하며 불안했다. 그리고 곧 결혼할 아내에게 수도 없이 팔아버리자고 했다.
“무슨 소리야. 그래도 집 하나는 있어야지. 안 올라도 그냥 살면되잖아.”
완강한 아내 덕분에 팔지 않았다. 그리고 덜컥 가져버린 이 자산 덕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입주장에 임대를 맞춘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부터 임대차법으로 인해 보증금과 월세가 2배 가까이 되는 경험, 집값이 2배 가까이 올랐다가 순식간에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험, 그리고 하락장의 정점에서 매도를 한 경험까지.
하지만 그 기간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하는지 전혀 모르다보니, 어떤 결정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소음에도 흔들렸다.
기준이 없다면
그렇다. 나는 결국 23년 1월, 하락장의 정점에서 전저점에 이 집을 매도하고 말았다. 이제 투자를 배우고 있으니, 투자금을 마련해서 투자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을거라 믿었다. 실력을 쌓고 더 좋은 자산을 쌓아가면 될거라 믿었다.

하지만, 매도의 과정은 참 순탄치 않았다.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아주 사소한 결정도 할 수 없었다.
“튜터님, 저 그럼 이걸 팔아야 할까요..? 지켜야 할까요..?”
당시 운이 좋게도 실전반을 수강하고 있었고, 담당 튜터님께 시도 때도 없이 질문했다. 팔아야할지 지켜야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제발 나에게 명쾌한 답을 내려주시길 바랬다.
“험블님, 이 물건을 팔았을 땐.. 이 물건을 지켰을 땐..”
튜터님은 그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만 말씀해주실 뿐이었다. 온전히 결정은 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나는 결정을 할 수 없었다. 어떤 결정을 해도 자꾸 손해볼 것만 떠올랐다. 팔았는데 오르면 어쩌지? 안 팔았는데 더 떨어지면 어쩌지?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투자의 책임은 온전히 본인에게 있습니다.
경제 유튜브 등을 보면 늘 경고로 나오는 문구다. 지난 경험 덕분인지 깊은 공감이 된다. 투자의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어느 누구도 대신 결정해줄 수 없다.
결국 매도를 결정하며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잘한 일이야, 앞으로 배워서 더 좋은 물건 사면 되지!”
“이 집 하나가 참 든든했는데.. 이제 나도 무주택자네..”
일단 결정했으니 돌이킬 순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더 좋은 자산을 쌓아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리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임차인의 문자 하나에도 대응할 수 없었다. 뭐든지 다 물어봐야만 했고, 그래서 물어볼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에게 확신을 주길 바랬다.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투자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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