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이면 사무실 전화가 부쩍 늘어납니다. 올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으로 또 미뤄졌다는데, 왜 국세청에서 신고하라는 안내문이 오느냐”는 겁니다.
이 말은 6월에 하는 신고는 세금을 내라는 게 아닙니다.
코인을 팔아 번 돈에 매기는 가상자산 소득세, 그건 2027년으로 미뤄진 게 맞습니다.
양도하거나 빌려줘서 생긴 소득에서 연 250만 원을 빼고 20%로 따로 과세하는 제도죠.
그런데 6월의 해외금융계좌 신고는 번 돈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작년 한 해 해외 계좌에 얼마를 넣어 두었는지를 국세청에 알리는 일입니다.
세금 계산이 아니라 보유 현황을 보고하는 겁니다.
과세는 번 돈을 보고, 신고는 가진 돈을 봅니다. 그러니 한쪽이 미뤄졌다고 다른 쪽까지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해외 가상자산 계좌는 벌써 2023년 6월 신고분부터 신고 대상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과세 유예와 신고 의무는 따로 움직입니다. 둘을 같은 것으로 묶어 버리면 낭패를 봅니다.
1. 6월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의 달’입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는 국세청이 역외탈세를 잡겠다고 2011년부터 운영해 온 제도입니다.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해외 금융회사에 둔 계좌 잔액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그다음 해 6월에 그 계좌를 신고하게 한 거죠. 올해 6월 신고는 작년, 그러니까 2025년에 가지고 있던 계좌가 대상입니다.
대상이 되는 계좌는 꽤 넓습니다.
해외 은행 예금·적금만이 아니라 주식, 채권, 펀드, 보험, 파생상품, 그리고 가상자산까지 들어갑니다.
해외 거래소에 만든 코인 계좌, 해외 증권사 계좌, 해외에서 든 보험까지, 외국 금융회사에 연 계좌라면 일단 후보로 봐야 합니다.
하나만 짚겠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이나 증권사, 거래소가 해외에 낸 지점은 신고 대상에 들어가지만, 외국 회사가 한국에 세운 국내 지점은 빠집니다.
계좌가 해외에 있느냐 없느냐, 그것만 보면 됩니다.
2. 누가, 얼마부터 신고해야 할까
신고해야 하는 사람은 2025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거주자이거나 내국법인인 경우입니다.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가 있거나 한 해에 183일 이상 국내에 머문 사람을 말합니다.
해외에 자주 나간다고 무조건 빠지는 게 아닙니다.
생활의 중심이 한국이라면 거주자로 봅니다.
금액 기준은 5억 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걸려 넘어지는 분이 많습니다.
“1년 중 하루라도 5억을 넘기면 신고하느냐”고들 묻는데, 아닙니다.
보는 날은 딱 정해져 있습니다. 매월 말일입니다.
1월 31일, 2월 28일, 3월 31일… 각 달의 마지막 날에 내 해외계좌를 전부 합쳐서, 그중 한 달이라도 5억을 넘긴 적이 있으면 신고 대상입니다.
월 중간에 잠깐 5억을 찍었다가 말일 전에 빠졌다면 그달은 안 잡힙니다.
거꾸로 월말마다 간신히 5억을 넘겼다면, 평소 잔액이 적었어도 신고해야 합니다.
‘합쳐서’라는 것도 놓치기 쉽습니다.
해외 거래소 코인 3억 원어치와 해외 예금 2억 5천만 원, 따로 보면 둘 다 5억 미만입니다.
그런데 합치면 5억 5천만 원이라 신고 대상이 됩니다.
코인 따로, 예금 따로 계산하고 “난 아니네” 하고 넘어가다 걸리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신고하는 건 아닙니다.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국인 거주자는 최근 10년(2016~2025년) 가운데 국내에 머문 기간이 5년 이하면 면제됩니다.
재외국민은 작년 한 해 국내 거소 기간이 183일 이하면 빠지고요. 국제기관 근무자나 금융회사, 국가·지자체·공공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나는 면제 같은데” 하는 짐작은 위험합니다. 거주 기간은 날짜로 따지는 거라, 애매하면 확인부터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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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코인 투자자가 가장 헷갈려 하는 ‘지갑’ 문제
가상자산이 신고 대상에 들어오면서, 실무에서 제일 헷갈려 하는 게 “어떤 지갑까지 신고하느냐”입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누가 보관하고 관리하느냐.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나 해외 수탁업체에 맡겨 둔 계좌, 그리고 그들이 관리하는 수탁형·중앙화 지갑은 신고해야 합니다. 반대로 내가 개인키를 직접 들고 만든 비수탁형·개인지갑은 신고에서 빠집니다.
거래소에 맡긴 코인은 신고, 내가 직접 쥐고 있는 개인지갑은 제외. 이렇게 기억하시면 됩니다.
잔액은 어떻게 매길까요. 가상자산은 그 거래소의 매월 말일 마지막 가격으로 평가합니다.
시세를 확인할 수 없는 코인이라면, 본인이 거래하는 국내외 거래소의 월말 가격 중 하나를 골라 계산하면 됩니다.
외화나 외화로 된 자산은 그날 환율로 원화로 바꿔서 합치고요.
시세도 흔들리고 환율도 움직이니, 막상 열두 달치를 다 뽑아 보면 “어, 이 달에 넘었네”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4. 예시로 알아보는 ‘평소엔 괜찮았는데’가 위험한 이유
이해를 돕기 위해 흔한 상황을 하나 그려 보겠습니다.
직장인 A씨는 해외 거래소 두 곳에 코인을 나눠 두고, 해외 은행에 외화 예금을 조금 두고 있었습니다.
평소 합쳐 봐야 4억 원 안팎이라 “5억이 안 되니 나랑은 상관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월말 잔액을 실제로 뽑아 봤더니 이렇게 나왔습니다(단위: 억 원)

5월 말에 합계가 9억 원으로 1년 중 가장 컸습니다. 이렇게 합계가 가장 큰 날이 신고기준일이 됩니다.
A씨는 5월 31일에 들고 있던 계좌 전부, 예금 2억에 코인 3억, 코인 4억을 신고해야 합니다.
다른 달엔 4억 안팎이었어도 소용없습니다. 딱 한 달 넘긴 걸로 의무가 생깁니다.
부부 공동명의도 자주 걸립니다. 잔액 8억 원짜리 해외계좌를 부부가 반반씩 공동명의로 뒀다고 해보죠.
“지분대로 나누면 한 사람 4억이니 5억이 안 돼서 신고 안 해도 되죠?” 안 됩니다.
공동명의는 각자가 계좌 잔액 전부를 가진 걸로 봅니다. 그러니 부부 둘 다 8억 원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다만 한 사람이 배우자 계좌 정보까지 같이 신고해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두면, 나머지 한 사람은 안 해도 됩니다. 둘이 똑같이 두 번 신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5. ‘설마 알겠어’가 가장 위험합니다
예전엔 “해외에 있는 돈을 국세청이 어떻게 알겠어” 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국세청은 나라끼리 주고받는 금융정보, 외국환 거래자료, 금융정보분석원(FIU) 통보자료에 자체 수집 자료까지 들여다보며 미신고와 역외탈세를 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합니다. 가상자산 정보를 나라끼리 교환하는 CARF라는 제도가 2027년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벌써 50개국가량이 참여하기로 했고, 시행되면 해외 거래소의 보유·거래 내역이 국경을 넘어 오갑니다.
메이저 거래소에 본인 명의로 가입해 신원 인증까지 했다면, 그 기록은 머지않아 한국 국세청도 볼 수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신고를 빼먹거나 줄여서 하면 어떻게 될까요.
빠뜨린 금액의 10%가 과태료입니다(최대 10억 원). 50억을 넘으면 과태료로 끝나지 않습니다.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13~20% 벌금)에, 이름·직업·주소·위반금액이 공개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미신고자를 제보하면 포상금이 최대 20억 원입니다. 누군가는 신고할 만한 이유가 충분한 셈이죠.
몰랐다는 말로 기한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기한을 놓쳤다면 방법은 있습니다. 수정신고나 기한 후 신고를 하면 과태료를 꽤 깎아 줍니다. “이미 늦었으니 그냥 두자”가 제일 나쁩니다.
몰랐다는 말로 신고기한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한을 놓쳤더라도 수정신고나 기한 후 신고를 하면 과태료를 상당 부분 감면받을 수 있으니, ‘이미 늦었으니 그냥 두자’가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6. 올해는 ‘보유’만이 아니라 ‘이전’까지 들여다봅니다
올해 하나 더 눈여겨볼 흐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외 코인 관리는 “얼마나 들고 있나”에 초점이 있었는데, 이제 “국경을 넘어 어떻게 옮기나”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업무에 등록·보고 의무가 생깁니다. 코인을 외국으로 보내거나 들여오는 사업을 외국환거래법에 정식으로 올리고, 관련 사업자에게 미리 등록하고 보고하라는 겁니다. 보고된 정보는 국세청·관세청·FIU가 나눠 보며 불법거래를 들여다보는 데 씁니다. 6월의 보유 신고에 더해, 연말부터는 옮기는 단계까지 챙기겠다는 거죠.
개인 투자자가 당장 등록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림은 분명합니다.
해외 코인을 둘러싼 정보가 들고 있는 쪽이든 옮기는 쪽이든 점점 촘촘하게 모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돈일수록, 앞으로 “이 돈 어디서 났느냐”는 질문을 받을 일이 많아집니다.
7. 실무에서 자주 듣는 질문 세 가지
Q. 작년에 신고했는데 잔액 변동이 없으면 올해는 건너뛰어도 되나요?
아닙니다. 작년에 신고한 계좌라도 올해 또 대상에 해당하면 매년 다시 신고해야 합니다. 한 번 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Q. 국내 증권사로 해외주식을 5억 넘게 샀는데 신고해야 하나요?
국내 증권사를 통해 사서 계좌 명의가 국내 투자중개업자나 한국예탁결제원으로 돼 있으면, 거기 투자한 사람은 신고 대상이 아닙니다. 해외 금융회사에 직접 연 계좌인지, 여기서 갈립니다.
Q. 연도 중간에 만들었다 없앤 계좌도 대상인가요?
네. 작년 중에 열었다 닫은 계좌라도, 월말 합계가 5억을 넘긴 날이 있고 그 가장 큰 날에 들고 있었다면 신고해야 합니다. 반대로 신고기준일 다음에 새로 연 계좌는 그해 신고엔 안 들어갑니다.
8.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신고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6월 1일부터 30일까지 홈택스(PC)나 손택스(휴대폰)로 하면 되고, 그게 불편하면 관할 세무서에 가서 신고서를 내도 됩니다.
작년에 신고해 봤다면 금융회사명·계좌번호를 자동으로 채워 주는 미리채움 서비스가 있어 한결 낫습니다.
헷갈리는 건 국세상담센터(126)나 안내문에 적힌 세무서 담당자에게 물어보세요.
당부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국세청이 5억 넘게 가졌을 만한 분들에게 안내문을 보내긴 합니다만, 안내문을 못 받았다고 신고 대상이 아닌 건 아닙니다.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니 6월 가기 전에 아래만큼은 꼭 챙겨 보세요.
작년(2025년) 매월 말일마다 내 해외계좌 잔액을 전부 합쳐 본다.
그중 한 달이라도 5억 원을 넘긴 적이 있는지 본다(코인·예금·주식·보험 전부 합산).
거래소에 맡긴 코인은 포함, 내가 직접 보관하는 개인지갑은 제외라는 점을 가른다.
부부·가족 공동명의 계좌가 있으면, 명의자 각자가 신고 대상일 수 있다.
월말 합계가 가장 컸던 날을 찾아, 그날 기준 계좌별 잔액을 정리해 둔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6월 가기 전에 세무 전문가나 국세상담센터(126)에 물어본다.
맺으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가상자산 소득세가 2027년으로 미뤄진 것과, 지금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해야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신고는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가진 자산을 알리는 일이고, 기준은 매월 말일·합산·5억 원, 이 셋입니다.
해외 거래소에 자산을 굴리고 있다면, 과세가 미뤄졌다는 소식에 마음 놓기보다 내 월말 잔액부터 차분히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신고는 한 달이면 끝나지만, 안 한 흔적은 훨씬 오래 남습니다.
6월 가기 전에, 잔액부터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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