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모으면 퇴사할 수 있을까?”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한번 쯤은 모두가 해보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정작 얼마가 있어야 그만둘 수 있는 건지는 막연하기만 합니다.
"실거주 1채랑 10억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늘은 이런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퇴계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공식 하나를 가지
“나는 진짜 얼마가 있어야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지” 계산해보겠습니다.
은퇴계산에서 흔히 쓰이는 4% 법칙에 대해서 우선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은퇴 자산으로 10억 원을 모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10억 원의 4%는 4,000만 원입니다.
4%의 법칙은 은퇴 첫해에 자산의 4%인 4,000만 원을 꺼내 쓰고, 이듬해부터는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인출 금액을 늘려가며 써도 자산이 30년 넘게 유지된다는 이론입니다.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돈을 더 많이 빼서 쓰면 결국 바닥나는 거 아니야?"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은 자산이 금고에 가만히 멈춰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산을 미국 S&P500 지수에 100%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해당 지수의 지난 100년간 평균 수익률은 연 10% 수준입니다.
여기서 평균 물가상승률인 연 3%를 제외하면, 내 자산은 매년 실질적으로 연 7%씩 성장하는 셈입니다.
수익률을 이미 '물가를 뺀' 실질 기준(7%)으로 잡았다면, 내가 꺼내 쓰는 돈도 '지금 돈 가치' 기준인 4,000만 원으로 고정해서 계산해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경과 연수 | 매년 인출 금액 (오늘 구매력 기준) | 자산 규모 (오늘 구매력 기준) |
|---|---|---|
시작 (0년) | 4,000만 원 | 10억 원 |
10년 후 | 4,000만 원 | 약 14억 1천만 원 |
20년 후 | 4,000만 원 | 약 22억 3천만 원 |
30년 후 | 4,000만 원 | 약 38억 3천만 원 |
※ 실질 수익률 7% 반영, 매년 오늘 가치 기준 4,000만 원씩 인출했을 때의 복리 계산 결과입니다.
물가를 감안한 지출을 30년 동안 꼬박꼬박 채웠는데도, 내 자산의 실제 가치(구매력)는 오히려 10억 원에서 약 38억 원으로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빼고도 실질 수익률(7%)이 첫해 인출률(4%)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능한 스노우볼 효과입니다.
물론 현실의 시장은 매년 똑같이 예쁘게 우상향하지 않습니다. 마이너스가 나는 해도 있고, 폭등하는 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10년, 20년 장기적으로 봤을때 자산규모가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기에 은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법칙은 1998년 미국 트리니티 대학의 연구진이 과거 수십 년간의 실제 하락장과 폭등장 데이터를 모두 대입해 시뮬레이션한 결과입니다. 주식과 채권을 섞은 포트폴리오에서 실제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돈을 더 많이 꺼내 써도, 30년 뒤 자산이 고갈되지 않고 남아있을 확률이 무려 98%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4%의 법칙 = 안전한 은퇴 공식'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 공식을 이용한다면 내가 왜 아직 퇴사를 못하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준비해야하는지 구체화 되기 시작합니다.
"나는 은퇴 후 첫해에 매달 400만 원(연 4,800만 원)을 쓰면서 살고 싶다"고 기준을 정했다면, 역으로 은퇴 자산이 얼마가 있어야 할까요?
4,800만 원이 전체 자산의 4%가 되는 총자산을 구하려면 역산하면 됩니다.
수학적으로 '0.04로 나누는 것'은 '25를 곱하는 것'과 완전히 똑같습니다(1 ÷ 0.04 = 25)
그래서 이를 '25배의 법칙'이라고도 부릅니다.
목표 은퇴 자산 = 은퇴 첫해 연간 필요 생활비 × 25
월 생활비 | 연 생활비 | 필요 금융 자산 (25배) |
|---|---|---|
200만 원 | 2,400만 원 | 6억 원 |
300만 원 | 3,600만 원 | 9억 원 |
400만 원 | 4,800만 원 | 12억 원 |
500만 원 | 6,000만 원 | 15억 원 |
자, 이제 실제 내 사례에 대입해 볼 차례입니다.
조건
-45세 조기 은퇴
-100세까지 생존(은퇴 기간 55년)
-월 생활비 500만 원 & 실거주 1채 별도 보유
우선 연간 생활비는 500만 원 × 12개월 = 연 6,000만 원입니다.
여기에 방금 배운 25배 법칙을 적용하면 6,000만 원 × 25 = 15억 원이 나옵니다.
"금융자산 15억만 있으면 45세에 바로 은퇴할 수 있겠구나!"라는 결론이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조기 은퇴를 준비할 때는 반드시 수정해야 할 치명적인 변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은퇴 기간이 30년보다 훨씬 깁니다.
트리니티 연구의 '4%의 법칙(25배)'은 은퇴 기간 30년을 기준으로 설계된 안정성 지표입니다.
만약 45세에 은퇴해서 100세까지 산다면, 우리는 무려 55년 동안 이 자산으로 버텨야 합니다.
전제 조건보다 은퇴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자산이 중간에 고갈될 위험을 막으려면 연간 인출률을 4%보다 보수적인 3%~3.5%로 낮춰야 안전합니다.
인출률을 보수적으로 낮춘다는 것은 역으로 곱해야 하는 배수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즉, 30년 넘게 장기 생존해야 하는 조기 은퇴자라면 15억 원이 아니라 최소 18억~19억 8천만 원의 금융자산을 목표로 잡는 것이 보수적인 접근입니다.
둘째, '실거주 1채'는 이 계산에서 완전히 제외해야 합니다.
4%의 법칙은 매달 즉시 현금화하여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순수 금융자산'만을 기준으로 합니다.
내가 깔고 앉아 있는 실거주 주택은 집값이 아무리 비싸도 팔거나 주택연금을 받지 않는 한 매달 500만 원의 현금을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은퇴를 위해 필요한 진짜 총자산은
[안전 금융자산 18억~19억 8천만 원 + 실거주 주택 가격]이 됩니다.
이 계산을 마친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숫자가 생기니까 출근이 다르게 느껴진다"고요.
저도 이 계산을 처음 해본 날, 처음으로 퇴사 이후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봤습니다.
오전에 카페에서 책 읽고, 오후에는 가족들과 보내는 일상을요.
그게 몇 억짜리 꿈인지 알게 되니, 지금 투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계산하고 나면 퇴사는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 목표자산의 어디쯤 와 있어” 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3분만 시간을 내서 아래 세 줄을 적어보세요.
60세 전후의 일반적인 은퇴라면 연 생활비 x 25,
40~50대 조기 은퇴를 꿈꾼다면 보수적으로 30~33을 곱해보세요.
단, 실거주 집값은 이 계산에서 제외하세요.
그렇게 나온 금액이 내가 모아야 할 '순수 투자 자산'의 목표치입니다.
지금 바로 종이와 펜을 꺼내서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