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월부학교 단톡방에서 나온 말입니다.
대통령 부부의 분당 아파트 매도 건이 화제라는 얘기가 오가던 중이었어요.

짧은 한 문장인데 오래 남더라고요. 저도 같은 마음이었거든요.
그리고 얼마 뒤 다른 수강생분께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출 2억밖에 안 나오는데, 근저당 끼고 사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제 답입니다.
먼저 배경부터 살펴볼게요
이번에 이슈가 된 대통령의 집이 있던 분당구는
지금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3중 규제로 묶여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나온 10·15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가 집값별로 차등화됐어요.
매매가 | 주담대 한도 |
|---|---|
15억원 이하 | 6억원 |
15억~25억원 | 4억원 |
25억원 초과 | 2억원 |
29억짜리 아파트는 은행이 빌려주는 돈이 2억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전세 끼고 사는 것도 안 되고요.
이러한 3중 규제 속에서 나온 게 매도인이 직접 채권자가 되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국민일보 단독 보도 에 따르면 매수자가 전세보증금 11.3억을 중도금으로 냈고,
남은 잔금 17억 7,000만원이 근저당으로 잡혔어요.
매수자는 본인 소유 다른 아파트를 팔아 10월에 갚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약 3개월짜리 브릿지인 셈이죠.
그럼 이 방식, 뭐가 위험할까요?
사실 이런 거래는 이번 이슈로 갑자기 생긴 건 아닙니다.
지난 4월에도 서울 반포에 50억원대 단지 급매가 나왔는데,
집주인이 근저당을 설정해주고 잔금 20억을 2년 뒤에 내라는 조건이었어요.
이자는 24개월간 연 4~5%, 월 800~900만원 수준이고요.
[출처: MBC 뉴스 (반포 4월 매물, 20억 2년 유예)]
대출이 막힌 자리에서는 계속 나타나던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조건은 분당 건보다 훨씬 셉니다.
이런 매도자 대출은 대부분 원금 만기 일시상환입니다.
2년 뒤 20억을 한 번에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 팔거나 대환하면 되죠"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그 시점의 규제는 아무도 모릅니다.
만기가 다가왔는데 못 갚으면 이렇게 흘러갑니다.
집도 잃고, 넣은 돈도 잃고, 이자는 이자대로 내게 되는 겁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하나 더 있어요.
개인 채권자에게는 사실 은행 같은 완충장치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은행은 만기 연장도 해주고 조건을 조정해주기도 하지만,
개인은 그럴 의무가 없어요.
매도인의 남은 잔금 사정이 급하다면, 봐줄 리가 없겠죠
갓 이슈화가 된 '매도인 근저당'에는 LTV 같은 비율 제한이나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어요.
토지거래허가 심사에서 앞으로 어떻게 볼지도 정해지지 않았구요.
세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은 개인 간 근저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자금출처 조사와 부채 사후관리 대상이 되기는 쉽습니다.
몇 년 뒤 소명 요구가 들어올 수 있으니
계약서와 이체 기록은 반드시 남겨두셔야 해요.
가이드가 없다는 건 그래서 자유롭다는 뜻이 아니라,
나중에 생길 가이드에 따라 내가 리스크를 뒤집어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도 좋은 자산을 잡고 싶은 마음,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코칭과 튜터링을 통해 그런 간절한 마음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때마다 원칙을 붙들고 말씀드리다 보니 불편한 대화가 오간 적도 있었고요.
그리고 이건 29억짜리만의 얘기가 아니에요.
5억짜리 지방 아파트에도 내가 과도한 우회 대출에
신용대출까지 얹어 산다면 구조는 똑같습니다.
위험을 결정하는 건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감당 가능한 범위를 얼마나 넘었느냐니까요.
그래도 제 역할은 듣기 좋은 말을 해드리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원금을 지키는 쪽에 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잠깐 혹할 수는 있어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 일이 그릇됐을 때, 최악의 상황은 어떤 모습일까?
최악의 상황에 대한 플랜에도 담담하게 답할 수 있을 때,
그때 움직이셔도 늦지 않습니다.
투자의 가장 기본이자 마지막 원칙은 하나예요.
절대, 잃지 않는 것.
※ 이 글은 「규제 시대의 투자 원칙」 시리즈 #1입니다.
본 칼럼은 공개된 보도와 현행 법령을 토대로 작성한 글이며, 개별 사안의 세무·법률 판단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