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겨우 내 시간이 생겼어.
불을 끄고, 스탠드 하나만 켜고, 책을 폈지.
그날 시장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고, 솔직히 내 머릿속도 좀 어지러웠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그 소란이 조금씩 가라앉더라.
요즘 너도 마음이 자주 흔들릴 거야.
주식 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부동산 기사 하나에 하루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오를 땐 더 못 담아서 아쉽고, 빠질 땐 괜히 들어갔나 후회되고.
나도 그래. 10년을 투자했다고 이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
근데 그 시기를 몇 번 지나오면서 하나는 확실해졌어.
돈을 버는 거랑 지키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거.
버는 건 시장이 좋으면 사실 누구나 해. 진짜는 그다음이야.
벌어둔 걸 지키고, 빠지는 구간에서 안 무너지고, 거기서 다시 불리는 거.
여기서 사람이 갈리더라고.
그리고 나를 그 자리에 붙잡아준 건, 통장 잔고가 아니라 그동안 읽어둔 것들이었어.
사람들이 독서를 오해하는 게 하나 있어.
저축처럼 생각한다는 거.
한 권 읽으면 지식 하나가 통장에 딱 들어가고, 이번 달 못 읽으면 그냥 한 개 못 넣은 거고, 다음 달에 몰아 읽으면 메꿔진다고. 아니야.
독서는 저축이 아니라 복리야.
오늘 읽은 10페이지는 그냥 10페이지가 아니거든.
어제 읽은 거 위에 얹히고, 지난달에 넘긴 문장이랑 연결되고, 몇 년 전에 무심코 지나친 한 줄이 오늘 결정 앞에서 갑자기 다시 살아나.
시장이 무섭게 빠지는 날, 남들 다 공포에 던질 때 내가 좀 담담할 수 있는 것도 배짱이 좋아서가 아니야.
이런 하락이 처음이 아니란 걸 책에서 미리 여러 번 겪어봤으니까.
읽어둔 사람한테 오늘의 폭락은 처음 보는 재난이 아니라, 언젠가 지나간 장면의 반복일 뿐이거든.
그래서 나는 독서가 적립식 투자랑 똑같다고 말해.
한 달에 한 번 마음먹고 다섯 시간 몰아 읽는 것보다, 매일 10페이지씩 꾸준히 쌓는 사람이 3년 뒤엔 비교가 안 되게 멀리 가 있어.
몰아치기는 티는 나는데 안 남고, 매일 조금씩은 티는 안 나는데 반드시 남더라.
그게 바로 답이었어. '책 읽어서 뭐가 달라지냐'던 그 질문의 답은, 하루가 아니라 3년쯤 지나야 보이는 거였어.
"그걸 누가 몰라,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알아.
나도 아이 재우고 정신 차리면 하루가 다 가 있는 날 많아.
근데 그래서 딱 10페이지야. 한 권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조차 못 하거든.
목표를 10페이지로 낮추면 오늘 안 할 이유가 사라져. 잠들기 전에 딱 그만큼.
집중 안 되는 날은 다섯 페이지만이라도. 중요한 건 분량이 아니라 안 끊기는 거야.
적립식도 하루 빼먹었다고 큰일 안 나지만, 아예 멈추면 복리가 끊기잖아. 똑같아.
그래서 나는 시장이 무서운 날일수록 오히려 책을 펴.
지금은 티도 안 나. 통장에 숫자가 찍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수익률이 오르는 것도 아니야.
근데 이건 내가 아는 가장 조용하고, 가장 확실하게 불어나는 자산이야.
시장이 아무리 빠져도 이 자산만큼은 마이너스가 안 나거든.
1년 뒤, 3년 뒤, 10년 뒤의 나를 바꾸는 건 오늘 급한 마음에 눌러버린 한 번의 매수가 아니야.
오늘 펴는 이 10페이지지.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거야.
그 흔들림 속에서 내 자산을, 그리고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지켜낼 힘은 결국 오늘 쌓기 시작한 한 페이지에서 나와.
거창하게 시작 안 해도 돼. 오늘 밤, 딱 10페이지. 거기서부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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