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4시간 동안 12개 단지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임장보고서를 켜니, 쓸 수 있는 게 단지명과 가격뿐이었습니다. 분명 다 봤는데, 남은 게 없었습니다. 주말마다 임장은 나가는데 “그래서 어디가 싼 건데?”라는 물음에 답이 안 나오는 분이라면, 이 글이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A단지는 신축이고, B단지는 구축이라 가격이 비슷하구나.
역시 요즘 사람들은 신축을 좋아하는건가?

B단지는 구축인데 신축인 A단지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올랐네?
역시 부동산에서는 입지가 중요한 것이구나!
A단지와 B단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시기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같은 단지를 보고 있지만 그 평가가 정반대입니다.
우리가 임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A단지가 신축이니까 B단지보다 더 비싸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걸으며 아실 그래프를 많이 비교해봅니다.

그렇게 잠시 핸드폰을 만지는 사이, 우리는 꼭 봐야할 것들을 자연스럽게 놓치기도 합니다.
퇴근하고 동네 반찬가게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 엄마의 발걸음
학원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먹는 아이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 산책을 시키는 젊은 부부들
사실 우리가 굳이 현장에 나가서 임장을 하는 이유는 ‘진짜 그 동네의 모습’을 보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임장을 하면서는 핸드폰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는 임장할 때 이 어플 딱 하나만 봅니다.

저는 임장할 때 ‘네이버 지도’ 어플을 주로 활용합니다. 꼭 네이버 지도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도 어플 외에 다른 어플은 최대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저 역시 임장하면서 호갱노노, 아실 등 다양한 플랫폼의 어플을 많이 활용했었는데요. 그러다보니 남는 것은 단지명과 가격 정도 밖에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사실 저도 불안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가격을 모르는 채로 걸으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지’ 싶은 느낌. 뭐라도 확인하고 있어야 임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그 불안감이 오히려 핵심을 놓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정작 눈 앞의 동네는 보지 않고, 손 안의 숫자만 들여다보면서요.
그래서 저는 임장할 때 ‘지도’ 어플 딱 하나만 봅니다.
그중에서도 네이버 지도 어플을 주로 활용하는 이유는 ‘네이버 부동산’과 잘 연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지도 어플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계획했던 루트대로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현장의 모습과 분위기를 최대한 많이 느끼고 담으려 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가격을 안 볼 수는 없겠죠? 그래서 지도 어플을 보다가 가격이 궁금한 단지가 있다면, 바로 그 단지를 클릭하고 스크롤을 위로 올리면 네이버 부동산으로 연결이 됩니다.
이렇게 했을 때 좋은 점은 다양한 어플을 돌아가며 확인하느라 핸드폰을 오래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덜 보는 시간동안 현장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더불어 가격을 확인할 때도 ‘현재의 가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지난 실거래가의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현재 호가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격 상승률, 하락률 등은 어디까지나 보조지표일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임장하면서 확인하셔야하는 것은 임장지의 모습, 그리고 현재의 가격 뿐입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가치가 있어야 가격이 비쌀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가치가 있는데 가격이 싸다면 그것이 저평가일 수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직접 이것을 적용하고 있는지는 꼭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치판단 → 가격평가 → 비교평가, 이 순서를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 순서를 지켜서 임장을 하게 되면, 한 달만 지나도 핸드폰을 보느라 놓쳤던 그 동네의 진짜 모습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게 됩니다.
1개월 후 : 임장보고서를 쓸 때 ‘이 단지 앞에 분식집이 있었고, 하교 시간에 아이들이 몰렸다’는 장면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예전엔 단지명과 가격만 적혀있던 그 칸에, 이제는 동네의 냄새가 담기기 시작합니다.
3개월 후 : 지도를 열지 않아도 어느 단지가 초등학교에 더 가깝고, 어느 골목이 더 밝은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저는 그 시점에 처음으로 ‘이 단지가 왜 이 가격인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제 첫 번째 저평가의 발견이었습니다. 이처럼 내 판단을 바탕으로 ‘진짜 비교평가'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절대 잊지 않아야 합니다. 가격을 보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판단하고 가격을 봐야 합니다. 그것이 진짜 비교평가입니다.
“저는 길도 잘 못찾고.. 지도만 봐서는 임장지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요..”
충분히 이런 고민을 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길을 찾느라 헤맬 수 있고, 임장을 다녀와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뿐이에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씀드리는 두 가지 방법을 계속해서 적용하다보니 지금은 핸드폰을 보기 보다는 현장의 모습,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며 임장하고 있습니다. 딱 30분이면 됩니다.
STEP1. 10분
임장 가기 전, 미리 그린 루트를 보며 임장을 시뮬레이션 해보세요. 요즘엔 로드뷰, 위성뷰 등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어서 ‘예습’을 하기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딱 10분만이라도 임장 루트를 미리 살펴보며 임장지와 먼저 친해지면, 임장가서 조금 덜 헤맬 수 있게 됩니다.
STEP2. 20분
임장가서 무엇을 보고 올 것인지 미리 정해보세요. 초품아는 어떤 단지가 있는지, 지하철역과 가까운 단지는 어떤 단지가 있는지, 상권을 이용하기 편리한 단지는 어디인지, 지도를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하고 간다면 임장가서 ‘무엇을 봐야할지’ 명확해집니다.
저는 임장 전에 지도를 보며 미리 체크해두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네 가지만 미리 확인해도 임장 가서 ‘무엇을 봐야 하지?’하고 핸드폰을 꺼낼 이유가 절반은 줄어듭니다. 실제로 24년 6월 임장할 때 이 방법을 처음 적용했고, 그날 처음으로 임장보고서에 가격 외 내용이 세 줄 이상 채워졌습니다.

24년 6월, 실제 저의 임장보고서에 정리해 둔 일부 단지와 가격입니다.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가격에 의존하여 판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에 가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여기 너무 싼데?” 라는 생각이 드는 시기였습니다.
아실의 가격 비교 그래프는 우리가 내집마련,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 순서가 중요합니다. 임장할 때가 아니라 임장을 통해 가치 판단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가격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시기에 가격 그래프를 봐도 가격에 휩쓸리지 않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임장 시간, 가격에만 얽매이지 않고 내 두 눈, 두 발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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