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매도를 위해 전세입자를 내보내야 했습니다.
세입자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기에 순조로울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이어졌습니다.
돌아보니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몰라서', 혹은 '알면서도 편한 대로 해서' 생긴 것들이었습니다.
같은 상황을 앞둔 분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리해봅니다.
"나가달라고 하면 되지" — 프로세스를 몰랐다
가장 큰 문제는 디테일한 절차에 대한 무지였습니다.
제가 한 일은 이랬습니다. 매도를 해야 하니 그 전에 나가줄 수 있는지, 집을 보여줄 수 있는지 세입자에게 직접 물었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세입자의 동의를 구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헷갈렸던 지점은, '매수자를 구해서 특정 날짜를 확정한 뒤에 세입자와 퇴거를 약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매수자가 정해지기 전에, 세입자로부터 먼저 계약갱신 없이 조기퇴거 할 수 있다는 확약을 받아두는 것이 맞았습니다.
이 순서를 몰랐던 탓에, 확약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수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에서 "이거 세입자 확실히 나가는 거 맞아요?"라고 물었을 때 구두로밖에 확신을 줄 수 없었습니다. 서면 확약 없이 매수자와의 거래를 진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일인지 그제야 체감했습니다.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순서는 이렇게 잡아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1) 부동산을 통해 '집주인이 집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세입자에게 정식으로 인지시킨다.
2)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계약기간보다 일찍 퇴거하겠다는 확약을 먼저 서면으로 받는다.
3) 그 확약이 확정된 이후에 본격적인 매도 절차(매수자 물색, 집 보여주기 등)를 진행한다.
'신뢰가 있으니 구두로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결국 협상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습니다.
소장님을 믿지 못하고, 직접 나섰다
두번 째 시행착오는 부동산 소장님을 제대로 신뢰하지 못하고, 제가 직접 세입자와 계속 소통했다는 점입니다.
세입자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데다, 소장님들이 세입자를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중간에서 연락을 도맡게 됐습니다. 매수 문의가 올 때마다, 일정을 조율할 때마다 제가 직접 세입자에게 연락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한 번, 두 번을 넘어 여러 번 반복되면서 나타났습니다. 중간에서 말을 전하는 저 자신도 지쳐갔고, 임대인과 세입자라는 입장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직접 대화가 오가다 보니 세입자도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감정이 쌓이다 결국 "확약서는 써줄 수 없습니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 거래에서 가장 전문적이면서도 공평한 제3자인 소장님을 믿고 소통 창구를 맡겼더라면, 세입자와 저의 감정이 함께 상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사자끼리 직접 부딪히기보다, 전문가를 사이에 두고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는 게 결국 서로를 위한 길이었습니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부족했다
세 번째로 놓친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였습니다.
세입자와의 감정이 좋았다가 나쁘게 기울어가면서, 확약서에 들어가는 문구 하나까지 서로 따지게 됐고 결국 상대방이 저와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거래에서 가장 불안한 사람은 자신의 큰돈을 맡겨둔 세입자였습니다. 저는 돈을 맡긴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고, 세입자 입장에서는 예민하고 깐깐하게 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저는 세입자에게 금전적인 퇴거 보상을 하고 나면 제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을 겁니다. 보상 이후 제가 신경을 덜 쓰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세입자는 오히려 그때부터 더 불안해했던 것 같습니다. 보상금을 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소장님과 세입자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끝까지 다리를 놓아주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결국은 마음의 여유였다
돌아보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제 안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식이 부족했다면 미리 좀 더 찾아보고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사정 때문에 먼저 나가주는 세입자에게 고마움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협상을 '처리해야 할 일'로만 대했지만, 세입자에게는 자신의 보증금과 다음 거처가 걸린 훨씬 무거운 문제였습니다. 그 무게 차이를 이해하는 여유가 있었다면, 감정이 상하는 상황도 훨씬 줄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전세입자를 내보내고 매도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음을 기억해야합니다.
매수자를 구하기 전에, 세입자의 조기 퇴거 확약을 서면으로 먼저 받아둘 것
소통은 가급적 부동산(공인중개사)을 통해서 하고, 직접 부딪히는 상황을 줄일 것
상대방이 지고 있는 부담의 무게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둘 것
지식과 마음, 둘 다에 여유를 갖고 협상에 임할 것
세입자를 내보내는 일은 결국 '계약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활을 옮기는 일'을 함께 해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저와 세입자 모두 덜 지쳤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제 경험을 반면교사 삼으셔서
원활한 협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