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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서 "계약했어요" 보고 폰 엎어본 적 있으세요?

26.08.23

단톡방에 글이 하나 올라와. 

"저 계약했어요!"

축하 이모지를 누르는데 손가락이 아주 잠깐 멈춘 적, 너도 있어? 누르긴 눌렀는데 폰을 엎어놓고 한참 천장을 본 적.

나는 그 멈춤을 여러 번 봤어. 옆에서도 보고, 내 안에서도 보고.

 

주말에 어디 좀 멀리 가려고 내비를 켜면 이런 게 떠.

최소 시간. 무료 도로. 최단 거리.

목적지는 똑같아. 

그런데 경로는 세 개고, 도착 예정 시간도 다 달라.

 

그중에 하나만 정답이라고 우기는 사람은 없어.

통행료 아끼고 싶으면 무료 도로 타는 거고 급하면 20분 값을 내고 고속도로 타는 거고 뒷자리에 잠든 아이가 있으면 구불구불한 길은 아예 후보에서 빼.

 

조건이 다르니까 경로가 다른 거야. 그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

 

그런데 이상하지.

차 안에서는 그렇게 잘 하면서 돈 앞에서는 남이 고른 경로 하나만 정답이라고 생각해.

저 사람이 지금 사니까 나도 사야 할 것 같고 저 사람이 저 지역을 갔으니 내 다음 목적지도 거기 같고 나는 아직 준비 중인데, 준비 중인 게 잘못 같고.

 

목표까지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야.

가파른 길, 돌길, 진흙탕, 잘 닦인 길, 잠깐 돌아가는 길. 

길이 다르면 속도도 당연히 달라.

속도가 다른 건 실력 차이가 아니라 길 차이일 때가 훨씬 많아.

 

10년쯤 지켜보면 순서가 바뀌는 걸 정말 많이 봐. 

급하게 오른 길에서 미끄러지는 사람도 있고, 돌아간 줄 알았던 사람이 어느 날 훨씬 위에 서 있기도 해.

 

 

남의 속도가 내 기준이던 시절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오래 그랬어.

그 시기의 특징이 뭔지 알아? 계산에서 나를 빼.

내 종잣돈, 내 월 저축액, 내 대출 한도, 우리 집 상황. 

그걸 다 빼고 "저 사람이 샀으니까"만 남겨.

 

그러면 이상한 일이 생겨.

사도 불안하고, 안 사도 초조해. 

샀으면 '너무 늦게 산 거 아닌가' 싶고 안 샀으면 '나만 뒤처지나' 싶고.

 

기준이 밖에 있으면 어떤 선택을 해도 마음이 안 놓여. 

남의 속도는 매일 바뀌니까, 나도 매일 흔들리는 거야.

 

 

기준을 내 쪽으로 옮기고 나서

 

바뀐 건 딱 하나였어.

"저 사람이 샀나"를 묻는 대신, 여섯 가지를 물었어.

가치가 있나. 지금 싼가. 팔릴까. 남을까. 원금은 지켜지나. 어떤 리스크가 있나.

가저환수원리.

이 여섯 개는 남이 대신 답해줄 수가 없어. 

내 돈, 내 기간, 내 가족 상황이 들어가야 답이 나오니까.

 

그래서 여기에 답하기 시작하면 자연히 내 경로가 생겨.

그때부터는 옆 사람이 먼저 가는 게 그냥 정보가 돼. 

'저 사람은 저 조건에서 저 경로를 골랐구나.' 불안이 아니라 참고 자료.

 

 

그래서 뭘 하면 되냐면

 

세 가지만 해봐.

1. 내 경로의 조건을 세 줄로 적어.

지금 종잣돈이 얼마인지. 한 달에 얼마를 모을 수 있는지. 몇 년 안에 도착하고 싶은지.

이 세 줄이 다르면 경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어. 

다른 게 정상이야.

 

2. 비교는 결과 말고 과정에서만 해.

저 사람이 이번 달에 임장을 몇 번 갔는지는 따라 할 수 있어. 

근데 저 사람이 몇 년 모은 종잣돈은 따라 할 수 없어.

따라 할 수 있는 것만 비교해. 나머지는 그냥 축하하면 돼.

 

3. 경로를 바꿔도 되는 경우는 두 가지뿐이야.

목표가 바뀌었을 때. 그리고 내 기준에 어긋난 걸 발견했을 때.

"남이 더 빨라서"는 경로를 바꿀 이유가 안 돼. 

그건 경로 변경이 아니라 그냥 차에서 내리는 거야.

 

빨리 가는 사람을 보면서 속상한 날이 있을 거야. 

그 마음이 이상한 게 아니야. 진심으로 하고 있으니까 비교도 되는 거지.

 

근데 하나만 기억해.

너는 지금 틀린 길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경로에 있는 거야.

네가 고른 경로면 믿고 끝까지 가면 돼. 도착지는 같으니까.

 

지금 너는 어느 경로 위에 있어? 

가파른 길? 돌아가는 길? 아니면 잠깐 갓길에 세워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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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해보이
전문 분야내집마련 · 부동산투자 · 지역분석달성 인증10억경력10년 차 아파트 실전 투자자 (누적 매수 20건+, 매매·임대 계약 1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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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러버블리v
26.08.23 10:02

너는 지금 틀린 길 위에 있는게 아니라 다른 경로위에 있다는 말이 위로가 되는것같습니다. 가끔 제가 맞지않는 옷을 입은것같다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었어요. 모두들 한 방향으로 각자의 속도로 열심히 뛰는데 저는 제가 저 방향으로 가는게 맞나 멈춰서기도 하고, 다른곳을 보기도 하고, 각자 다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는 아닌 느낌. 누군가 너는 왜 저렇게 하지 않아? 이렇게 해야지- 했을때 느껴지는 이질감. 나만 튀는것같고 다 그렇게 하니까 해야하나 싶다가도 남들의 기준에 맞추고 싶지않고, 내인생 내투자 내삶이니까... 그래도 하다보면 결국 목적지는 같고, 기준을 남들과 같게 두는게 아니라 나에게 두고 내게 맞는 길을 찾으면서 가는것. 투자도 인생도 기준을 남에게 두는게 아니라 제게 두면서 남들과 다른것같고 튀는것같고 이상한건가 느껴질때도 있지만 사람은 모두 다 달라서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그 과정들이 다르기때문에 어쩌면 이게 당연한 것일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에 기준을 두는게 아니라 제게 기준을 두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미라클짱가
26.08.23 08:59

감사합니다.🙏🏻

탑슈크란
26.08.23 10:08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경로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 당연한데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는게 조급함 때문인듯 합니다. 방향만 맞으면 언젠가 도착을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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