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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 아조씨의 월부학교 초수강생 좌충우돌기[사상지평]

26.09.12

 

안녕하세요.

인연의 블랙홀 사상지평입니다.

설레임반 두려움반으로 시작했던 첫 월부학교 여름학기가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50 후반 아저씨, 월부학교 초수강생으로 좌충우돌 했던 이야기를 남겨 봅니다.

 

어느덧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50대 후반에 들어선 나이. 남들은 은퇴 후의 안락함을 그리거나 현업의 무게를 서서히 내려놓을 준비를 할 때, 저는 월부학교라는 거대한 시험대 앞에 섰습니다. 키보드와 모니터 앞에서 수십 년간 엔지니어로 살아오며 논리와 시스템에는 익숙하다고 자부했지만, 월부학교 초수강생으로서 마주한 현실은 그야말로 ‘좌충우돌’ 그 자체였습니다.

‘사상지평’이라는 닉네임으로 첫 발을 내딛으며 겪었던 지난 시간들을 독서, 강의, 임장, 투자, 그리고 나눔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담담히 돌아보고자 합니다.

 

독서: 고집스러운 프레임을 깨부수는 시간

반평생을 살며 쌓인 경험은 때로 든든한 자산이 되기도 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편견이자 고집이었습니다. 젊은 동료 수강생들이 스펀지처럼 개념을 흡수할 때, 저는 책 한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내 방식이 맞지 않나?’라는 내적 저항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강의 속 거인들의 언어는 명확했습니다. 내 생각과 과거의 성공 경험을 내려놓고, 시스템과 원칙에 나를 온전히 맡겨야 한다는 것을 매주 독서 과제를 채우며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활자 속 원칙들을 머리로만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그것이 제게는 익숙한 세계를 깨고 나오는 첫 번째 탈피였습니다.

 

강의: 올뺌과 함께 되찾은 열정

밤11시, 올뺌 알람 소리와 함께 동료와 인증을 하며, 무거운 눈을 비비며 컴퓨터 앞에 앉는 일상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30~40대 젊은 조원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속도를 보며 가끔은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러고 있나’, ‘체력적으로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서글픔과 조급함이 불쑥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튜터님들의 강의 속에는 타협이 없었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아 시장에 머무는 태도가 본질”이라는 말씀은 나태해지려는 제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배속을 낮추고, 남들보다 두 번 세 번 반복해 들으며 필기장을 채워나갔습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듣던 그 목소리들은 50대 후반의 굳어가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습니다.

 

임장: 4만 보의 발걸음으로 그려낸 지평선

임장 보고서의 빽빽한 장표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무더운 여름 하루 4만 보가 넘는 분위기 임장, 단지 임장 이었습니다. 주말마다 편한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낯선 도시의 언덕길과 골목을 누볐습니다. 해 질 녘이면 무릎과 허리가 쑤셔와 길가 벤치에 주저앉아 물 한 모금으로 숨을 고르곤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답이 있었습니다. 지도 위 데이터로만 보던 학군, 상권, 사람들의 표정이 발바닥의 통증과 맞바꾸며 비로소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갈 때의 그 어색함과 긴장감, 부사님의 브리핑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귀 기울이던 시간들이 쌓여, 어느덧 도시의 가치와 가격의 왜곡을 스스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안목으로 자라났습니다.

 

투자: 조급함을 덜어내고 원칙을 심다

0호기 매도를 거쳐 차근차근 다음 단계를 밟아가며 제가 가장 경계한 것은 ‘조급함’이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젊은이들보다 적다는 무의식적인 불안감은 덜컥 섣부른 판단을 부추기곤 했습니다.

월부학교에서 훈련받은 ‘저환수원리(저평가, 환금성, 수익률, 원금보존, 리스크 관리)’는 그런 불안에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준 가장 단단한 닻이었습니다. 가격이 싸다고 덥석 물지 않고, 충분히 비교 평가하여 가치 대비 싼 물건을 찾아내는 인내를 배웠습니다. 투자는 속도전이 아니라, 잃지 않는 원칙을 평생 지켜나가는 시스템 구축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습니다.

 

나눔: 함께 멀리 가기 위한 동행

월부학교에 들어와 가장 크게 깨달은 가치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연대의 힘이었습니다. 기술이나 숫자를 다룰 때는 늘 혼자만의 깊은 고민이 미덕이라 여겼으나, 이곳에서는 달랐습니다.

내가 정리한 작은 자료 하나, 임장지에서 발견한 사소한 팁 하나를 조원들과 나눌 때 러닝메이트로서의 시너지가 일어났습니다. 자식뻘, 동생뻘 되는 동료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창한 훈수가 아니라, 지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오늘도 힘내자”고 건네는 따뜻한 응원 한마디였습니다. 나눔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 자신이 완주할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힘이었습니다.

 

사상지평(事象地平)이라는 말처럼,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의 경계 너머에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펼쳐져 있습니다. 50대 후반,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월부학교라는 새로운 지평선에 섰습니다. 여전히 넘어지고 헤매는 초수강생이지만, 멈추지 않고 하루하루 벽돌을 쌓아 올리듯 원칙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발걸음으로, 끝까지 시장에 남아 함께 웃는 그날까지 묵묵히 걷겠습니다. 함께 땀 흘려준 튜터님들과 든든한 조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댓글 30

재이리creator badge
26.09.13 00:16

BEST | 지평님~~ 글 읽으면서 계속 뭉클하네요.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하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 마무리를 앞두고 담담히 돌아보시는 걸 보니 저도 함께 뿌듯합니다 :) 특히 너무 더웠던 이번 여름 하루 4만보 임장 다니시면서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셨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저릿하네요. 젊은 반원붐들 속에서 조급해지지 않으려 애쓰시면서도 "나이가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아 시장에 머무는 태도가 본질"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새기신 것도 인생선배님으로 정말 멋집니다! 이번 학기엔 도움만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전혀요~~ 묵묵히 자리 지키며 건네주시던 지평님 한마디한마디, 그리고 매일 살펴봐주시던 주인공의날까지 반원분들에게도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몰라요. 다음에 또 월부학교 하시게 되면 그때는 시니어로서 후배 반원분들 손 꽉 잡아주셔요! 남은 일주일도 끝까지 잘 완주해봅시다! 💪🏻👍🏻👍🏻💚

찬스2
23시간 전

지평님 정말 가슴 뭉클한 후기입니다 🥹 힘든 순간 순간이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내시려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반원분들에게 많이 받으셨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내시는 지평님을 보면서 더 많이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ㅎㅎ 누군가 저에게 50대도 할 수 있나요? 질문한다면, 응당 지평님 글을 공유드릴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지평님 넘 고생 많으셨습니다 :) 50대도 할 수 있나요? 하실 때 이 글을 저도 공유드리겠습니다 넘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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