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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율율] 버틸 수 있는 내 집 마련이 중요한 이유

26.09.17

저의 2017년은 행복하기도 했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무거웠습니다.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지금 가진 돈으로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행복했지만, 불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청약 이야기를 했습니다.

“청약을 잘 넣어서 당첨되면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 5천만 원 정도 벌 수도 있대.”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곳저곳에 청약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어디가 좋은지, 왜 좋은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무지성 청약’이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공공분양 아파트에 당첨됐습니다.

 

처음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야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팔면 나중에 평생 후회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입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저희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생각하면 꽤 부담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아주 인상적인 글을 읽었습니다.

‘돈이 없어도 집을 살 수 있다.’

집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는 자산이고, 

시간이 지나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집값과 소득이 상승한다면 

지금 받은 대출의 실질적인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의 저에게는 너무나 획기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돈이 부족해도 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사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대출만 믿고 입주를 결정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제가 중요하게 봤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가격이었습니다.

 

2019년 분양 당시 24평의 분양가는 3억 원 초반이었습니다.

저는 부동산을 제대로 공부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지역과 단지를 비교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한 가지는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가격이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닌 것 같은데?’

당시 경기 시흥시에 있는 신축아파트와 비교해도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더불어 경기 광명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이미 7억 원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역도 다르고 상품도 다르니 단순히 가격만 놓고 비교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수원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3억 원 초반에 분양받는 것이 그렇게 위험한 가격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집값이 생각처럼 오르지 않으면 그냥 내가 살아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를 연체하거나 

집을 급하게 팔아야 할 정도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좋겠지만, 

오르지 않더라도 그냥 ‘내 집 마련을 했다’고 생각하고 살 수 있는 가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안전마진’이라는 말도 몰랐고, 

‘저평가’나 ‘리스크 관리’라는 개념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리스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과 비교했을 때 너무 비싼 가격은 아닌데.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인가.
그리고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그냥 살 만한 집인가.

이 세 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바탕으로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2019년 3억 원 초반이었던 아파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이 풀리던 시기로 

2년 뒤 2021년 입주할 무렵 시세가 6억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집값이 올라 담보가치가 커지면서 

70% 수준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분양가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이자조차 제 돈으로 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낼 이자까지 미리 대출받아 놓고 그 돈으로 이자를 내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몇 년간 낼 이자까지 생각해 대출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공격적으로 대출을 활용하면서도 

제가 보수적으로 판단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금리였습니다.

2021년 당시 변동금리는 2%대였고 고정금리는 3% 초반이었습니다.

당장 내야 하는 돈만 생각하면 

변동금리가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친정 엄마가 무조건 고정금리로 해야된다고 하셔서 

조금 더 높은 금리였던 고정금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이 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기준금리도 상승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그 무렵 어느 날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데 

옆에서 한 남성분이 부동산 사장님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30~40대 정도로 보였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의 추천으로 입주권을 샀는데 

금리가 너무 올라 이제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대출이자까지 연체되고 있다며 

사장님에게 책임져 달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안고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집을 사는데, 왜 누군가는 괜찮고 누군가는 이렇게 절규하게 되는 걸까?’

물론 그분이 얼마에 집을 샀는지, 

얼마나 대출을 받았는지, 

소득이 얼마였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분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부동산에서는 ‘집을 샀다’는 사실만큼이나 가격과 리스크가 중요하구나.

어떤 가격에 샀는지,
얼마나 빌렸는지,
금리가 올라도 이자를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예상과 다르게 시장이 움직여도 그 집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는지.

 

같은 아파트를 사더라도 이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때를 생각합니다

요즘 시장을 바라보면서 저는 자꾸 그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때와 지금이 똑같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장 상황도 다르고, 공급 상황도 다르며, 대출 환경과 가격 수준도 다릅니다.

특히 지금 시장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공급입니다.

집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실제로 살아야 하는 자산입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필요한 만큼의 주택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가격에는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과
‘그 가격에 실제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다릅니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높아져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지거나, 

높은 금리와 대출규제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면 

수요가 모두 실제 매수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급만큼이나 세 가지를 함께 생각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1. 가격

이 가격에 사도 괜찮은가?

좋은 집인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주변 지역과 단지, 현재의 가격 수준을 비교해봅니다.

제가 처음 집을 선택했을 때도 부동산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시흥시 목감의 아파트와 광명의 신축 분양가를 보면서 

적어도 ‘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은 아닐까?’를 생각했습니다.

 

2. 소득

금리가 올라가도 갚을 수 있는가?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 대출을 제가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금리가 1~2%p 더 올라가도 괜찮은지, 

소득에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겨도 버틸 수 있는지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3. 버티는 힘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집값이 생각처럼 오르지 않아도 이 집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는가?’

부동산은 원하는 시기에 반드시 오르는 자산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집을 샀더라도 기다릴 수 없다면 그 상승을 온전히 가져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얼마나 오를 것인가보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2017년의 저는 집값이 오를 것 같아서 집을 샀습니다.

2021년의 저는 금리가 무서워 고정금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합니다.

“이 집이 오를까?”

그 질문보다 먼저,

“내 예상이 틀려도 버틸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첫 집은 운이 좋았습니다.

좋은 시기에 청약에 당첨됐고, 

입주할 때 가격이 많이 올라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금리가 급등하기 전에 고정금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운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용어조차 몰랐지만 

저는 주변의 가격과 비교했고, 

이 정도 가격이라면 최악의 경우에도 

그냥 내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변동성이 두려워 조금 더 비싼 고정금리를 선택했습니다.

그 경험을 지나오며 지금의 저는 

내 집 마련에서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격.
소득.
그리고 버티는 힘.

 

대출을 많이 받는 것 자체가 항상 위험한 것도 아니고, 

적게 받는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가격에 사고, 

어떤 자금 구조를 만들고, 

예상과 다른 시장이 와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누군가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면 

‘무조건 사라’거나 ‘기다려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 질문은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격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도,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게 유지되어도,
내 소득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겨도,
나는 이 집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그래도 괜찮다.’

라고 답할 수 있는 가격과 

대출의 범위를 고민해보는것이 
내 집 마련에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1

맑음03
26.09.17 23:20

저도 이번에 내집마련하면서 대출을 풀로 땡기려다 금리가 몰라도 내가 버틸 수 있는가도 생각해 보고. 그러다 보니 입시는 괜찮은 것 같아서 탑층인데도 매수했습니다^^ 잘버텨나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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