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벌면 두 배가 모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 통장을 열어보면, 혼자 벌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신혼부부 상담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장면입니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먼저 늘어납니다
최근 한 분의 재무상담가는 인터뷰에서 이걸 '고소득의 함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가 같이 커져서, 저축과 투자는 그대로 멈춰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신혼은 이 함정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구간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고정비 착시입니다.
혼자 살 때 내던 월세, 관리비, 통신비, 식비가 둘이 살면 1인당으로는 줄어듭니다.
소득은 두 배가 됐는데 고정비는 두 배가 아닙니다.
여기서 생긴 여유가 저축으로 가지 않습니다. 생활 수준으로 갑니다.
둘째, 오지 않은 미래를 당겨 씁니다.
"나중에 아이 태어날 거 생각해서" 큰 차를 삽니다.
"언젠가 부모님 오실 거 생각해서" 방을 하나 더 얻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근거로, 지금 지출을 늘립니다.
문제는 올라간 생활 수준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달은 버팁니다. 두 달째부터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돈이 새는 자리는 매달 나가는 돈이 아닙니다
가계부를 아무리 써도 답이 안 나오는 부부들이 있습니다.
월급도 알고, 카드값도 압니다. 그런데 연말에 보면 모인 게 없습니다.
돈은 매달 나가는 곳에서 새지 않습니다. 툭툭 나가는 곳에서 샙니다.
자동차 보험료. 부모님 생신. 명절. 경조사. 여행. 가전 교체.
매달은 아닌데 반드시 나가는 돈들입니다.
이걸 1년 치로 한번 적어보세요. 대부분 몇백만 원 단위가 나옵니다.
여기서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저축하고 남은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비정기 지출을 먼저 월 평균으로 쪼개 매달 흘려보냅니다.
1년 비정기 지출이 600만 원이면, 12로 나눠 매달 50만 원입니다.
이 50만 원을 비정기예산 통장에 계속 넣습니다.
큰 지출이 생기면 여기서 빼 씁니다.
줄었다가, 다음 달에 다시 채워집니다.
이 통장이 완충 장치 역할을 합니다. 갑자기 큰돈이 나가도 적금을 깨지 않게 됩니다.
비상금은 이것과 다릅니다.
비상금은 예상하지 못한 일, 아프거나 다치거나 가족에게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쓰는 돈입니다.
통장을 단순하게 가고 싶다면 두 개를 합치되, 규모는 비정기 지출 1년 치 + 월급 1~2개월분을 현금으로 늘 들고 계시면 됩니다.
성과금과 환급금이 진짜 갈림길입니다
신혼부부가 목돈을 만들 기회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성과금, 연말정산 환급금, 명절 상여.
그런데 대부분 이 돈에 '공돈'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연말정산 환급금은 원래 내가 더 낸 세금을 돌려받는 건데도 '13월의 보너스'라고 부릅니다.
이 돈을 전부 묶어두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면 삶이 너무 건조해집니다.
기준은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써도 되는 상한 = 내 비상금 규모까지.
비상금 300만 원을 운용하는 집에 성과금 100만 원이 들어왔다면, 그 100만 원은 자산 형성 속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가족끼리 평소 망설이던 외식 한 번, 충분히 하셔도 됩니다.
다만 비상금 규모를 넘는 순간부터는 다릅니다. 그때부터는 미래로 밀어두시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출산이 몇 달 앞이라면, 이 돈은 지금 쓰는 것보다 아이에게 들어갈 비용으로 남겨두는 편이 거의 항상 낫습니다.
주거비 30%, 이 선은 지키셔야 합니다
서울은 비쌉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넘으면 과합니다.
월 200만 원 버는데 월세 80만 원, 관리비 합쳐 90만 원이면 소득 대비 너무 좋은 집에 살고 있는 겁니다.
"그런 집이 안 구해진다"고 하십니다. 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뿐입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눈높이는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습니다.
투룸 풀옵션 오피스텔, 역세권에 살면 주거비를 아낄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투룸 살다가 원룸으로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시드머니가 모이기 전까지는, 여기는 잠깐 머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사셔야 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치안이 걱정되는 곳까지 감수하시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선은 지키시되, 넘어간 만큼 다른 지출을 줄이시면 됩니다.
주거비가 30%를 넘는데 차까지 있다면, 순서상 차가 먼저입니다.
'확실해지면 매매'에서 '확실해짐'의 정확한 뜻
신혼부부에게 자주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확실해지기 전에는 사지 마시라는 겁니다.
그런데 '확실해짐'이 무엇인지 아무도 정의해주지 않습니다.
세 가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직주 동선이 검증됐는가
둘의 직장 중간 지점이 합리적으로 보였는데, 살아보니 둘 다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에 붙이는 게 나은지, 환승 한 번이 얼마나 다른지는 살아봐야 알 수 있습니다.
최소 1년은 겪어보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② 7~8년 정주가 가능한가
집을 사면 취득세와 중개보수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이 나갑니다.
짧게 살다 나오면 그 비용을 회수하지 못합니다.
자녀 계획이 있다면 교육 환경까지 포함해서 봐야 합니다.
③ 소득 공백 기간의 원리금이 준비됐는가
이게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대출은 받을 수 있을 때 최대 금액, 최장 기간으로 받는 게 맞습니다.
나중에 늘리기 어렵고, 길게 받아야 매달 원리금 부담이 줄어듭니다.
다만 원리금은 고정인데, 소득은 고정이 아닙니다.
둘이 벌다가 출산으로 한 사람 소득이 1년 반 끊긴다면, 그 1년 반 치 원리금 부족분은 지금 따로 떼어두셔야 합니다.
"3년 뒤에 못 갚을 테니 대출을 받지 말자"가 아닙니다.
"그 기간을 버틸 돈을 미리 만들어두자"입니다.
가진 돈을 전부 집에 밀어 넣으면, 그 구간에 금리가 조금만 튀어도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전셋집에 공들이지 마세요
신혼은 새 출발입니다. 멋있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 집이 내 집이 아니라면, 거기에 들이는 공은 대부분 남습니다.
30평대 전세에 맞춰 산 소파와 냉장고는, 25평 내 집으로 갈 때 자리가 없습니다.
결국 버리게 됩니다.
예쁘게 꾸미는 건 내 집에서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 하실 일 세 가지
1. 1년 치 비정기 지출을 종이에 적고, 12로 나눠보세요. 그 금액이 매달 흘려보낼 돈입니다.
2. 주거비(월세 또는 원리금 + 관리비)를 세후 소득으로 나눠보세요. 30%가 넘으면 줄일 항목을 정하세요.
3. 자녀 계획이 있다면, 소득이 끊기는 기간 × 월 원리금을 계산해 별도 통장에 이름을 붙이세요.
세 가지 다 오늘 저녁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돈을 모으는 사람과 못 모으는 사람을 가르는 건 정보의 양이 아닙니다.
알고 나서 그날 바로 움직이느냐입니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그 출발선을 어디에 그을지는, 아직 정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