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집 예산은 받을 수 있는 돈을 끝까지 더한 금액이 아니라,
거기서 10%를 뺀 금액으로 잡으세요.
6억이면 5억 4천입니다.
매달 갚는 돈이 30만 원쯤 가벼워지고,
비교할 수 있는 집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지난주에 후보 단지 한 곳을 여섯 칸으로 채워보시라고 했습니다.
채워보셨다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드셨을 겁니다.
"점수를 높이려면 결국 돈이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예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다만 방향이 좀 다릅니다.
예산을 어떻게 키울지가 아니라, 왜 조금 낮추는 게 나은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순서는 세 가지입니다.
① 예산을 끝까지 채우면 생기는 일 4가지
② 10%를 낮추면 달라지는 것
③ 이번 주 30분이면 되는 확인법
예산은 크게 잡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내가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겁니다.
생애최초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있고,
회사에서 빌려주는 돈이 있고,
부모님이 보태주실 수도 있습니다.
이걸 다 더하면 숫자가 하나 나옵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 숫자를 예산으로 잡습니다.
이해가 갑니다.
열심히 알아봤고, 가능한 걸 다 찾아냈으니까요.
준비를 잘한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부부가 모아둔 돈에 받을 수 있는 대출을 전부 더해 예산을 6억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6억짜리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 뒤, 이 부부는 예산을 5억 4천으로 내립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예산을 끝까지 채우면 무슨 일이 생기나요?
네 가지가 한꺼번에 옵니다.
하나, 매달 나가는 돈이 생활을 밀어냅니다.
빌린 돈은 30년쯤 매달 갚습니다.
아이가 자라고, 학원비가 붙고, 차를 바꿔야 하는 그 30년입니다.
처음 몇 달은 버팁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둘, 예산 끝에 걸친 집만 후보가 됩니다.
6억이 예산이면 5억 9천짜리 집을 봅니다.
그 가격대에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끝에 걸려 있습니다.
다들 무리해서 온 사람들이라 경쟁이 붙습니다.
셋, 깎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편들에서 말씀드렸듯이, 값을 깎을 수 있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있는 사람입니다.
예산을 끝까지 쓰면 그 집 아니면 갈 데가 없습니다.
파는 쪽도 그걸 압니다.
넷, 예상 못 한 돈이 나올 때 막힙니다.
집을 사면 집값만 나가는 게 아닙니다.
세금, 이사비, 들어가서 고쳐야 할 곳이 있습니다.
보일러가 한 번 터지면 몇십만 원에서 백만 원 이상입니다.
여유가 0이면 이때 카드를 씁니다. 갚을 돈이 또 늘어납니다.
예산을 끝까지 채우면, 집은 샀는데 고를 힘과 버틸 힘이 같이 사라집니다.
그럼 그 부부는 왜 5억 4천으로 내렸을까요.
여기서부터가 오늘의 핵심입니다.
10%를 낮추면 뭐가 달라지나요?
6억에서 5억 4천. 6천만 원, 딱 10%입니다.
| 6억 예산 | 5억 4천 예산 | |
|---|---|---|
| 매달 갚는 돈 | 기준 | 약 29~30만 원 가벼워짐 |
| 보이는 집 | 5억 9천짜리 한두 곳 | 5억 초반대까지, 옆 동네 포함 |
| 값 협상 | 그 집 아니면 갈 데 없음 | 안 되면 다른 후보로 |
| 예비비 | 0원 | 수리비·예비비를 남길 수 있음 |
매달 갚는 돈이 줄어듭니다.
빌리는 돈이 6천만 원 줄면 매달 나가는 돈이 30만 원쯤 가벼워집니다.
30년이면 큰 차이입니다.
볼 수 있는 집이 늘어납니다.
이게 뜻밖의 부분입니다.
5억 초반대는 물건이 더 많고, 옆 동네까지 후보에 들어옵니다.
1편에서 매물을 아무리 많이 봐도 못 고르는 이유가 비교할 수 있게 쌓이지 않아서라고 했습니다.
이건 반대 경우입니다. 예산을 내렸더니 비교할 수 있는 게 생겼습니다.
깎을 수 있게 됩니다.
후보가 여러 개니까 한 곳에서 안 되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됩니다.
그 여유가 그대로 협상력이 됩니다.
버틸 돈이 남습니다.
6천만 원 중 일부를 수리비와 예비비로 남겨두면, 보일러가 터져도 카드를 안 씁니다.
10%를 낮추는 건 집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고를 힘을 되찾는 일입니다.
그래도 포기하는 게 생기지 않나요?
생깁니다.
더 좋은 동네, 더 큰 평수, 더 새 집. 그건 사실입니다.
다만 지난주 여섯 칸을 떠올려보세요.
내가 살 집은 원금보존이 앞으로 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산을 끝까지 채우는 건 정확히 그 반대로 가는 선택입니다.
잃지 않는 걸 뒤로 미루고, 당장의 조건을 앞에 두는 거니까요.
그래서 예산을 10% 남겨두는 건 손해가 아닙니다.
원금보존 칸의 점수를 올리는 일입니다.
4편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여섯 칸을 다 채우는 집은 없습니다.
어디를 포기했는지 알고 고르면 됩니다.
예산을 내리는 건 "나는 매달의 여유를 산다"는 선택입니다.
이번 주에 할 일, 하나만 (저장해두세요)
지금 생각하는 예산에서 10%를 빼고, 앱에서 후보를 다시 검색해보세요.
6억이면 5억 4천, 4억이면 3억 6천입니다.
☐ 후보 단지 개수가 늘었나, 줄었나
☐ 전에 안 보이던 동네가 들어왔나
☐ 그중 지난주 여섯 칸을 채워볼 만한 곳이 있나
개수가 늘었다면 예산을 내린 게 맞습니다.
줄었다면 원래 예산이 이미 적정선이었다는 뜻이니, 그것도 알아낸 겁니다.
어느 쪽이든 30분이면 확인됩니다.
다음 주에는
예산에서 자꾸 새어 나가는 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집값 말고도 나가는 돈이 생각보다 여러 항목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예산은 끝까지가 아니라, 10% 남기고.
지금 집 보러 다니는 친구가 있다면 이 한 줄 꼭 보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