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습니다.
최근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란 전쟁과 유가 상승으로 오른 물가가 온전히 잡히지 않아 금리 인상 우려가 컸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케빈워시 의장이 연말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겨두긴 했으나, 일단 금리가 더 오르지 않은 것만으로 시장은 한숨 돌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동결 소식보다 유동성 증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금리와 주가, 부동산 시장이 꼭 함께 가는 건 아닙니다. 물론 일반적으론 금리가 오르면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주식, 부동산 시장도 보합 혹은 하락하는 건 맞습니다만, 이에 반하는 사례 또한 시장역사에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마치 “날씨가 추워지면 일반적으로 감기환자가 늘어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겨울에 반드시 감기에 걸리는 건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진짜 중요한 건 금리보다 유동성
실제 과거 50년 간 미국 기준금리와 s&p500지수를 보면 (국내보단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가 더 길어 미국 지수를 예로 들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는데 주가도 오르거나 (초록음영)
반대로 금리가 빠지면서 주가도 빠지는(빨간 음영) 경우가
전체 50년 중 무려 37%나 됩니다.

금리가 제자리인 동안에도 시중의 돈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거 데이터를 보면 금리 그 자체보다도, 시장에 풀린 돈인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실제 사례를 볼까요?
강남의 대표 구축아파트인 은마아파트 전용84제곱과 국내에 풀린 유동성(M2)의 지난 20년 간 추이를 붙여 보겠습니다.

은마아파트와 같은 자산은 금리, 유동성 뿐 아니라 사람들의 투자심리, 아파트라는 주거지의 수급에도 영향을 받기에 딱 어느 하나의 요인만이 영향을 준다고 할 수는 없으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전반적으로 유동성의 추이를 따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위 금리와 주가의 그래프보다는 훨씬 상관관계가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 유동성은 어떤 경로로 풀려 자산 시장에 영향을 줄까요? 그리고 이렇게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대에 투자를 잘 하려면 어떤 부분을 주목해야 할까요?
시장에 돈은 어떻게 풀릴까 :: 돈이 풀리는 세 가지 경로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정부와 중앙은행이라는 거대한 수원지입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을 직접 풀고 복지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국채를 사들이면서 시장에 기초가 되는 돈을 넉넉하게 채워 넣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콸콸 쏟아내는 출발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실제 정부의 발표를 보면 2027년 예산안 총지출은 820조 9천억 원입니다. 전년 본예산보다 93조 원, 12.8% 늘어난 규모입니다. 과거 정부 예산증가 추이를 보면
- 2017년: 400조 원 돌파
- 2020년: 500조 원 돌파
- 2022년: 600조 원 돌파
- 2026년 본예산: 약 728조 원
- 2027년 예산안: 820조 9,000억 원
통상 국가 예산이 연 평균 3~8% 안팎으로 완만하게 증가해왔는데, 단숨에 12.8%를 올린 것은 유례없는 폭의 유동성 확대에 해당됩니다.
두 번째는 이 물줄기를 수십 배로 불려주는 은행입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오는 원가가 싸지니대출 문턱을 낮추게 되고(은행은 중앙에서 돈을 빌려와 소비자에게 다시 빌려주는, 이른바 [예대마진]으로 영업 하는 곳입니다), 개인이나 기업 역시 이자 부담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빚을 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은행이 대출이라는 도구를 통해 돈을 시중에 빌려주면,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은 처음 정부가 푼 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어나게 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우리 피부에 가장 와닿는 기업의 경로입니다.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풀거나 저금리로 사내 대출을 지원해 주면, 가계의 지갑은 곧바로 두둑해집니다. 여기에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금까지 더해지면서 개개인의 통장에 당장 굴릴 수 있는 여윳돈이 생기게 됩니다.
결국 정부가 물을 틀고, 은행이 그 물을 크게 불리고, 기업이 사람들의 손에 쥐여주면서 시중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넘쳐나게 됩니다. 그리고 통장에 가만히 두기 아까워진 이 돈들은 자연스럽게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유망한 주식과 알짜배기 부동산으로 밀려 들어가며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 :: 전월세 매물 감소와 주거 불안
이렇게 유동성이 풀리면 흔히 “자산시장이 오른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실제 거주하는 공간이기에, 부동산은 금융시장의 영향과과 공간으로서 갖는 가치를 함께 들여다봐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융 측면을 보면 정부가 대출을 강하게 옥죄고 있지만, 대기업의 사내 대출이나 성과급처럼 규제 밖에서 흘러드는 유동성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금융시장을 규제하면 규제할수록 대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은, 소득과 자산수준이 좋은 차주는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가 수월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에겐 대출의 벽이 더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출규제는 (얼핏 보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규제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를 더욱 초래합니다.
또한, 부동산은 거주지로서의 공간 가치를 가집니다. 그런데 임대차 시장의 매물 증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매물은 2만 9,726건으로 집계 이후 처음 3만 건 아래로 내려앉았고, 초기 대비 57.6%나 급감했습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자, 집주인들이 전월세를 놓는 대신 실거주를 택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8월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70%까지 치솟았고, 전세 매물 품귀 속에 서울 전세가는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세가 사라지고 다달이 나가는 월세 부담이 무거워질수록 ‘안정적인 내 집 한 채’가 주는 체감 가치는 더욱 커집니다. 당장 전월세를 구한 세입자분들을 보더라도, “집을 구했다” 라는 안도감 보다는 “2년 뒤엔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세놓는 집의 임차인분들도 계약 날 “2년 뒤 실거주 예정이 있는지”부터 물어보시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전월세시장의 불안이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버블]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 을 원하는 수요는 꾸준할테니 결국 이런 곳이 유동성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될 것입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는 게 너무나 중요한 이유입니다.
주식: 쏠림이 낳은 착시, 그리고 교훈
부동산에서 나타나는 양극화는 주식시장에서도 판박이처럼 재현됩니다.
사실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어왔던 일입니다.
18세기 때 프랑스 경제학자인 캉티용은 그의 저서에서 돈이 시장에 풀릴 때 모든 사람들의 지갑에 동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발표했습니다. 돈을 가장 먼저 만지는 계층(정부, 대형 금융기관, 대기업, 신용도가 높은 부유층)은 물가가 아직 오르기 전의 낮은 가격으로 자산과 원자재를 사고, 월급 생활자나 서민층처럼 돈을 가장 늦게 만지는 계층은 이미 화폐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치솟은 다음에야 자산시장에 진입을 하게 된다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을 개념화 한 내용입니다.

시중에 풀린 돈은 넘쳐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면, 투자 자금은 안전하면서도 성장이 확실해 보이는 '소수의 최상위 주도주'로만 무섭게 집중됩니다. 부동산에서 '똘똘한 한 채'로 자본이 압축되듯, 주식시장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나 독점적 생태계를 장악한 몇몇 기업으로만 유동성이 빨려 들어가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소수의 주도주에만 기대는 쏠림 현상은 언제나 거품을 가져옵니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에도 그랬고, 최근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에서도 볼 수 있었던 현상입니다. 물론, 우량한 기업들은 시간이 지나 가격을 다 회복하지만 그 전에 자신의 생각과 달라 당혹감에 주식을 파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시중에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이 다 사니까', '이 주식은 영원히 안 떨어질 테니까'라며 묻지마식으로 올라타기 전에, 내가 투자하는 대상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먼저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동성이 늘어나고 현금 구매력이 줄어드는 시기의 투자법
유동성이 늘면 화폐가치는 내려가고 자산가치는 올라갑니다. 같은 1억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해마다 줄어드니까요. 은행에 둔 현금이 가장 급격하게 줄어드는 자산이니, 화폐를 들고 있는 것보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 , 아무 자산이나 사면 안 됩니다. 내가 살 수 있는 것 중 가장 우량한 자산이어야 합니다.
유동성이 풀리는 시기에는 가치 있는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사람들의 수요가 있고 앞으로도 수요가 이어질 자산을 사야 화폐가치 하락에서 내 자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 수요가 많은가
- 그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한가
- 많은 사람이 사기를 원하는가
위 세 가지 항목에서 모두 yes를 외칠 수 있는 자산을 꾸준히 사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비교해보면 미국과 스페인이 둘 다 2.7%로 비슷합니다. 이렇게 경제성장률이 비슷하다면, 인구가 더 많고 세계 산업의 중심으로 돈이 모이는 미국 쪽의 지수가 더 안정적이고 우선하는 투자처라는 뜻입니다.
부동산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수요가 가장 몰리는 곳은 강남입니다. 강남을 살 수 없다면 강남과 가깝거나 강남까지 빨리 갈 수 있는 곳을 우선순위에 두고 내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투자하는 대상의 가치와 수요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공부 또한 선행되어야 합니다.
오늘은 돈이 풀리는 유동성의 시대에
내 돈을 효과적으로 불리려먼 어떤 투자기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기준이 없는 분들에게는 이런 유동성 투자시장이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만의 투자기준을 갖고 투자대상을 고를 줄 아는 역량을 가진 분들껜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자주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은 분들께서 “가치가 우상향하는 자산”을 장바구니에 담고 꾸준히 불려가며 자산가치를 지켜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