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 약 1년이 지났습니다. 기존에는 전세를 맞추고 매매 가격과의 차이만큼 돈이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지만 10·15 대책 이후 실거주를 하는 것이 아니면 매수를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해당 대책을 실행하면서 정부도,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 중 일부도 집을 사는 조건이 까다로워진 만큼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분들 중에는 규제 이후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려던 분들도 계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토허제 지정 이후 집값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후인 2025년 10월 20일부터 2026년 10월 12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58%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오른 정도는 지역마다 크게 달랐습니다.

성북구는 15.93%, 서대문구는 14.13%, 강서구는 14.08%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1.27%, 서초구는 3.27% 정도 상승했습니다. 서울 전역이 토허제 지역으로 묶였지만 가격의 변화는 지역에 따라 달랐습니다. 최근에는 강남·서초 등 상급지에서도 가격이 조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급지에서도 가격이 조정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인생 최대의 쇼핑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돈이 들어가는 선택인 만큼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합니다. 특히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면 일단 전세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하고 지켜보자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내집을 마련하는 시기를 늦춘다고 해서 주거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2년뒤 재계약을 하는 시기에 상승한 전세 가격을 맞추기 위해 보증금을 얼마나 더 마련해야 할지, 지금 사는 단지 혹은 생활권에서 비슷한 조건과 가격의 집을 구할 수 있을지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전세시장은 그럼 어떻게 달라졌을까?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79% 올랐습니다. 대책 시행 전 1년 상승률인 2.41%보다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성북구와 노원구는 14~15%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송파구와 성동구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줄었고 기존에 거주하는 집에서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비중은 높아졌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지표 | 이전 | 최근 | 변화 |
|---|---|---|---|
전세 매물 수 | 24,369건 (2025.10.15) | 20,952건 (2026.10.16) | 14.1% 감소 |
전세 거래 중 갱신 계약 비중 | 43.7% (2025년 8월) | 58.9% (2026년 8월) | 15.2%p 증가 |
물론 필요에 의해 기존에 거주하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어서 계약을 갱신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사를 가려니 보증금이 더 필요하거나 원하는 조건의 집을 찾기 어려워 더 거주를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할 때 이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집값이 조금 더 내려가면 사야지” 그동안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계속 거주할 수 있다면 기다릴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 만기는 다가오고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고 아이의 학교나 출퇴근 때문에 쉽게 이사할 수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요즘 매매 물건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집 구하기가 더 쉬워지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임차인이 살고 있는 집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집을 매수한 사람이 직접 입주하면 기존 임차인이 나간 뒤에는 다시 전세 물량으로 나오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물건이 계속 나올까?
최근 매물들이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이 왜 이 시점에 팔려고 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그 중 하나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세제 개편에 따른 세금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조정대상지역 내 민간매입임대아파트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에는 원칙적으로 2027년 12월 31일까지 양도해야 한다는 기한이 정해졌습니다. 매도 시기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보유할지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을 때 팔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한을 앞두고 매물이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도하려던 집주인이 거래를 마치거나, 남은 집주인이 보유를 선택한다면 이후에는 물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매물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다리면 앞으로도 선택지가 계속 많아지겠네”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단순히 물건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가치가 있는 단지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가격이나 조건을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결국 좋은 집을 살 기회는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할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집을 살펴봐야 할까?
최근 많이 오른 지역을 보면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고 조정되거나 가격의 변화가 크지 않는 지역을 보면 굳이 지금 살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관련 보도에서는 대출 규제로 자금 부담이 커진 고가 지역 대신 상대적으로 매수하기 쉬운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했을 가능성을 짚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집과 지금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좋은 집으로 가고 싶어도 대출이 충분하지 않으면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현재 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지역을 찾아보게 됩니다. 이런 선택이 모이면 매수가 가능한 지역의 가격이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조정되거나 멈춰있는 지역의 입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최근 가격이 오른 이유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이유를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상승률만 보고 판단하면 이런 비교를 건너뛰게 됩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가치와 선호도 대신 가격으로 판단하게 되면서 많이 오른 곳은 좋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곳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보던 집이 10억이고, 더 선호하던 집이 13억이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당시에는 3억을 더 마련하기 어려워 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내가 보던 집은 12억으로 올랐고 더 선호하던 집은 13억에 머물러 있다면 어떨까요?
비교 대상 | 과거 | 현재 |
|---|---|---|
기존에 보던 집 A | 10억 원 | 12억 원 |
더 선호하던 집 B | 13억 원 | 13억 원 |
A 대신 B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추가 금액 | 3억 원 | 1억 원 |
최근 상승률만 보면 10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오른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집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얼마나 올랐는지가 아닌 그래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치가 있느냐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상급지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비규제지역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까?
토허제 지정 이후 약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연말 규제 연장 여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집을 알아보는 입장에서는 규제가 풀리면 선택이 쉬워질 것 같기도 하고 지금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이 대출에 있어서 더 유리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상 토허제 해제를 전제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가격이 빠르게 오른 비규제지역에는 추가 지정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최근 군포와 수원 권선구 등의 가격 상승을 다룬 보도에서도 규제 확대 가능성이 이야기 나왔습니다. 실제 지정이 된것은 아니지만 비규제지역이라는 조건이 계속 유지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상승장에서도 수도권 전역은 순차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이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이 되어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할까?”
“지금처럼 가격이 빠르게 오르지 않아도 이 지역 혹은 아파트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을까?”
비규제지역은 하나의 조건일 뿐이지 그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유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토허제가 풀리기를 기다리거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지역만 찾기 전에 조건이 달라져도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 중에서 가장 좋은 1등을 찾아보세요
모두가 상급지를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집들 사이에도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집은 있습니다. 같은 가격이라도 출퇴근이 더 편한 집이 있고, 생활환경이 더 잘 갖춰진 집이 있습니다. 조금 더 지불하면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단지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예산에 맞는 집을 찾았다면 거기서 한 번 더 비교해보셨으면 합니다.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집 중에 이 집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
“예전에 비싸서 제외했던 더 좋은 단지와 지금은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날까?”
이때 내가 선택한 1등은 단순히 최근에 가장 많이 오른 집이 아닙니다. 가치와 가격,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비교했을 때 가장 좋은 집입니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예산에 딱 맞는 집만 보지 말고 더 선호되는 단지의 가격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보는 집이 충분히 저렴한지 돈을 조금 더 보태 다른 집을 선택하는 편이 나은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오르는 곳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면 오히려 눈을 돌려 가치가 더 좋은 지역과 단지의 가격도 다시 확인해보세요. 그동안 멀게만 느꼈던 집이 지금은 비교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어디서 얼마를 벌었는지보다 지금 내 돈으로 어떤 집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보세요. 그 안에서 가장 좋은 1등을 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