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20년 표, 그리고 최근 5년

대구 20년 평균 입주물량은 약 1.6만 세대입니다. 표를 보면 “1.6만 넘으면 떨어진다”가 대체로 맞습니다. 2007~2009년 3년 연속 2만 세대 → 하락, 2016~2017년 2.8만·2.3만 → 하락, 2022~2023년 2.1만·3.7만 → 하락.
그래서 저도 2024년 2.4만까지 보고 "아직 멀었다"로 결론을 냈습니다.
| 연도 | 입주물량 | 매매지수 | 전세지수 | 당시 제 판단 |
|---|---|---|---|---|
| 2021 | 17,828 | 100.0 | 100.1 | 고점 |
| 2022 | 21,415 | 92.9 | 90.8 | 하락 시작, 외곽 입주 |
| 2023 | 37,247 | 85.6 | 81.2 | 역대급, 중심부 입주 → "더 빠진다" |
| 2024 | 23,980 | - | - | 여전히 평균 초과 → "아직 멀었다" |
| 2025 | 11,291 | - | - | 평균 이하 |
| 2026 | 6,669 | - | - | 공급 소멸 |
숫자만 보면 틀린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안에서 이미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 빠졌던 것 1: 전세가 방향 — 2023년 하반기

2023년은 중구 4,964세대, 수성구 8,700세대, 동구 8,527세대. 외곽이 아니라 중심부에 역대급으로 들어온 해였습니다. 수성구 대장급 단지가 1년 사이 3억이 빠졌고, 다들 "수성구 입주 본격화되면 더 빠진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해 임보에 제가 이렇게 적어뒀더라고요.
“23년도 역대급 공급물량으로 가격 하락을 예상했지만, 전세가 상승 → 매매가 반등으로 9월 추석까지 상승 흐름을 타다가 다시 잠잠해졌음.”
중구 전세 매물이 먼저 소진되면서 전세가가 돌아섰고, 매매가가 따라 움직였습니다.
연평균 지수로는 2023년이 하락으로 찍히지만, 그 안에서 전세가가 먼저 바닥을 찍고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배운 게 하나입니다.
전세가 하락이 멈추거나 오르기 시작하면, 입주물량이 남아 있어도 매매가는 최소한 떨어지지 않는다. 입주물량은 전세가를 통해 매매가에 영향을 주니까, 전세가가 먼저 버티면 매매가도 버티구나.
#봐야 할 건 "입주가 몇 세대냐"가 아니라 "그 입주가 전세가에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였습니다.
■ 빠졌던 것 2: 위치 — 2024~2026년

(임보_공급달력_2024-2026)
2024년 2.4만 세대는 숫자로는 여전히 평균 초과입니다. 그런데 달력을 구별로 펼쳐 보면 달서구 5,143 · 중구 4,613 · 동구 4,025 · 북구 3,160 · 수성구 2,294 · 남구 2,358로 흩어져 있고, 수성구는 2023년의 1/4 수준입니다.
2025년은 1.1만, 2026년은 6,669세대로 떨어지는데 그마저 남구 3,266 · 달서구 1,429 · 북구 980이 대부분이고 중구·수성구는 사실상 없습니다.
같은 “2.4만”이어도 2023년의 2.4만과 2024년의 2.4만은 위치가 다릅니다. 핵심 영향권 안 물량만 따로 세어보면 2024년부터는 이미 공급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시 전체 합계만 보고 “아직은 그래도 많다”라고 생각했습니다.
■ 빠졌던 것 3: 선호도

(이미지: 임보_중구+인접구_공급그래프)
공급이 많아서 다 같이 떨어져 있을 때, 다 같은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중구는 2023~2025년 3년 연속 적정량의 10배 가까운 과공급이었는데도, 2024년 4월 이후 매매가 보합으로 돌아섰습니다. 당시 임보에 "왜지??? 왜지!!!!"라고 적어뒀던 게 바로 이 지점이었어요. 답은 선호도였습니다. 중구 안에서도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생활권·단지는 먼저 멈췄고, 전세가가 돌아설 때 가장 먼저 움직였습니다.
하락장에서는 좋은 단지도 안 좋은 단지도 다 싸 보입니다. 그럴수록 "그 지역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곳"부터 봐야 합니다. 안 좋은 걸 싸게 사는 게 아니라, 좋은 걸 싸게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기니까요.
공급은 지역 전체 숫자지만, 가격은 단지별로 움직입니다.
■ 그래서 입주물량 장표에 세 줄 더 넣기로 했습니다
| 항목 | 수치 | 판단 |
|---|---|---|
| 향후 3년 입주물량 (구 단위) | 많음 / 적정 / 적음 | |
| 그중 핵심 영향권 안 물량 | 세대수 | |
| 전세지수 방향 (최근 3개월) | 하락 중 / 하락 멈춤 / 상승 | |
| 전세 매물 수 추이 | 늘어남 / 줄어듦 | |
| 하락장에서 가장 덜 빠진 단지 | 단지명 (= 선호도) |
입주물량이 많아도 영향권 밖이고 전세가 하락이 멈췄다면, "관망"이 아니라 선호 단지를 싸게 살 기회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입주물량이 적어도 전세가가 계속 빠지고 있으면 아직 이릅니다.
■ 그래서 투자자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선호도 좋은 단지를 찾는 건 "무엇을"의 답입니다. 투자자는 거기에 "얼마에, 얼마나 버틸 수 있나"를 붙여야 합니다. 제가 정리한 다섯 가지입니다.
1. 공급은 리스크이자 기회입니다
실거주자에게 입주 폭탄은 피할 일이지만, 투자자에게는 선호 단지가 싸지는 유일한 시기입니다. 1호기 임보에 제가 직접 적어뒀던 말이기도 합니다. "공급 많다 → 피하자"가 아니라 "공급 많다 → 어디가 얼마나 싸졌나"로 질문을 바꾸는 게 투자자의 시작점입니다.
2. 싸다의 기준을 두 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선호도 좋은 단지라도 비싸면 사지 않습니다. 절대적으로 싼가(전고점 대비 얼마나 빠졌나, 실사용 가치인 전세가 대비 매매가가 어디 있나)와 상대적으로 싼가(같은 급 다른 지역·단지보다 싼가), 둘 다 봐야 합니다. 하락장은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다 싸 보여서, 비교 없이 "싸다"고 느끼면 안 좋은 걸 싸게 사게 됩니다.
3. 미리 준비해 둬야 기회가 왔을 때 잡습니다
대구처럼 하락 폭이 큰 지역은 전세가가 돌아서면 갭이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시드를 모아두고, 선호 단지 후보군을 추려두고, 그 단지의 전세가와 매물 수를 트래킹하고 있어야 조건이 맞는 순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신호를 보고 그때 공부를 시작하면 늦습니다.
4.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걸 받아들입니다
싸게 샀는데 더 떨어지는 건 흔한 일입니다. 그때 흔들리지 않으려면 "왜 이 단지가 선호되는가"를 내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치 있는 곳은 결국 올라온다는 건 믿음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이 왜 거기를 좋아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확신입니다.
정리하면, 선호도는 "무엇을"이고 투자자의 생각은 "싸졌을 때, 역전세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미리 준비해 둔 것을, 더 떨어져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로" 사는 것입니다.
■ 마치며
절대 입주량으로 조심하는 건 맞습니다. 다만 거기서 결론을 내버리면 저처럼 2023년 하반기라는 가장 싼 구간을 "아직은 아니야"로 지나치게 됩니다.
이 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하면 세 줄입니다!
- 공급 숫자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입주 많다 → 못 오른다"에서 멈추면 가장 싼 구간을 지나치게 됩니다.
- 전세가는 실사용 가치라 바닥이 있습니다. 공급으로 눌릴 만큼 눌리면 선호 단지부터 전세 매물이 소진되고 전세가가 멈춥니다. 그 자리가 역전세 리스크는 가장 작고 갭도 가장 작은 구간입니다.
- 어느 단지를 살지는 선호도가 알려줍니다. 하락장에서 덜 빠진 단지가 그 지역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곳이고, 좋은 걸 싸게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다.
입주물량 → 주요 위치 → 전세가 방향 → 선호도. 이 순서로 같이 봐야 "많다"가 "위험하다"인지 "싸다"인지 구분이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