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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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스쿨 중급반 독서 30권 달성 후기 [열반스쿨 중급반 35기 93조 라니코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지난 달(23.01) 실전준비반 조장님이었나 부조장님이었나 열중에서 한 달에 30권을 읽는 분이 있다고. 이때까지만해도 그럼 나는 20권 정도는 읽을 수 있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열중 첫 독서 모임 때 선배 투자자분이 30권을 읽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내 목표는 30권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살면서 내가 무리한 목표를 세운 적이 있었나?


대학 원서 접수 때도 모험을 피하고 적정 선에서 지원했었다. 학군단 지원도 체력 등 모든 것을 합격선에 이미 맞춘 후 시험에 응시했다. 학원 일에 도전할 때도 그랬고, 야전에서도 새로운 것에 도전은 했지만 절대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높은 목표와 무리한 목표는 엄연히 다르며 무리한 목표에 대한 실패가 주는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정도로 안전주의자인 내가 회사생활 (다행히 야근은 없는 부서다) + 강의 + 임신한 아내와 육아 준비 + 여기에 독서 30권이라는 어마무시한 목표를 세워버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일단 목표는 완수했다(완성이라고 하긴 좀 뭐하다).


이미 월부 안에서 35개 기수의 열중이 진행되며 나처럼 30권을 읽었거나 그 이상을 읽은 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감당 못할 것 같은 목표를 직접 세우고 완수했다는 것이 주는 의미가 생각보다 크고, 어느 누군가에겐 작은 울림이라도 주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갖고 후기를 남겨본다.


※ 열중 동안 함께한 나의 30권 List ※




읽은 순서 순으로 하려다 좀 뒤섞였다. 읽고 바로바로 독후감을 쓰고 업로드하질 못하다보니

도저히 관리가 안돼 읽은 책 중 독후감을 썼는지, 업로드 했는지는 체크할 필요가 있어 작성한 리스트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긴 하나 대체로 읽은 순서대로 작성되어 있다.


■ 30권 독서를 완수하기까지의 여정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10km밖에 해본 적 없지만) 정말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전력질주 했다. 과제 제출 마감일인 오늘(3/12)로부터 5일 전인 3/7(목)부터 2,1,2,2,2,1권씩 주파하며 결국 30권 독서를 '완수'했다.


하루에 한 권이면 한 달에 다 읽겠다고 처음엔 호기롭게 생각했다. 역시나 15일 정도 지난 시점에 15권은 무슨 10권도 겨우 넘긴 상태였다. 그때부터 소위 똥줄이 타기 시작하더니 하루에 두 권 읽는 날이 점차 늘어나다 결국은 전력질주해버린 것이다. 부끄럽게도 '지방 소멸'은 읽다가 도저히 안돼서 하버드식 독서 카운팅을 적용했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부슨 행정학과 논문 쓸 때나 읽을 것 같은 책이었다.) 물론 후루룩 넘겨가면 읽은 부분이나 책도 꽤 있다.


사실 책만 읽는 거면 좀 더 일찍 끝냈을 수도 있다. 매 권마다 독후감을 작성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독후감은 나만 보는게 아니라 올려서 인증하려는 목적이 있기에 누군가가 필연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책을 읽다보면 느끼겠지만 정말 감명 깊게 읽어서 글이 술술 나오는 책이 있는가 하면 반쯤 코마 상태로 읽어 포스트잇으로 표기한 부분에 의존해 대학 과제 마냥 제출에 의의를 두고 쓰는 경우도 꽤 있다.


후자의 경우를 남들에게 공개한다는게 참 고통스러웠고 그런 책들은 다 읽고 독후감을 계속 미루다보니 책 내용은 흐려지고 독후감은 더 흐리멍텅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완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달렸고 일단은 다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뛸듯이 기쁜 상태는 아니지만 내적으로 굉장히 뿌듯하다.

(지난 달 매출 달성했을 때도 이정도로 뿌듯하진 않았다.)


결과의 질이 어떻든 완수 자체가 주는 기쁨이 생각보다 크다. 누군가 열중 과정을 듣는다면, 30권 독서 목표는 꼭 한 번 도전해봤으면 한다. 비록 임장과는 잠시 안녕이었지만 열중의 과제에 열중할 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열중 시작 전만해도 독서하다 임장을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했는데,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독서하는 과정에서 책 내용이 주는 울림과, 독서 행위에서 주는 울림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임장하지 못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이제 다시 빡세게 걷고 손으로 써야한다.)


■ 30권 독서를 하며 느낀 점


아래는 30권 독서를 완수하며 느낀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한 번쯤은 짧은 기간 내에 다독을 도전해볼 것.


열반기초 때 내용으로 기억한다. 일단 100권을 채우고 그 다음엔 다시 읽기와 새로운 책 읽기를 같이 해보라고.

정확히 100권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많이 읽어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실제로 30권 중 15권 즈음 도달했을 때 이미 내 뇌는 과부하였다. 독서모임에 가서 뭔가 얘기를 했는데 뇌를 거치고 나온 말이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다. 출퇴근 길에선 그렇게 좋아하던 숏츠나 음악도 뒤로 한 채 미친듯이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와중에 읽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흘려 읽으며 죄책감을 억지로 지워내기도 했다.


초보가 30명의 고수와 다면기를 둔 기분이다. 내가 이기는지(그럴 리 없지만) 지는 지 과정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으나 그들의 수에 맞춰 나도 수를 놓았고 일단 게임을 진행했다. 내가 뭘 했는지 잘 모르겠고 이해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고수들로부터 뭔가는 배우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만이 남아있다. 근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고 내 머릿속 어딘가에 구석구석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이 확신이 드는 이유는 바로


둘째, 독후감을 남기지 않으면 50% 미만으로 읽은 셈이다.


독후감을 남길 때 접은 부분이나 표시한 곳을 다시 읽고 감명 깊었던 부분을 찾아 읽게 되면 두번 읽는 셈이 된다. 독후감까지 완성하면 200%은 아니더라도 최소 150%는 읽는 셈인데 남기지 않으면 50% 미만이 된다. 실제로 먼 옛날 읽은 책은 한 번도 독후감을 쓴적이 없는데 정말 남은게 하나도 없다. 그나마 남은 건 그 내용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했거나, 블로그에 글을 썼거나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헀던 것의 흔적에 불과하다.


이번 독서모임 조원 중 한 분은 월부 강의 내용을 한 번 필기하고, 압축해서 다시 정리하고 또 압축하고를 반복하시다고 한다. 놀랍게도 내 대학시절 공부법과 일치했다. 책 내용 중 중요한 부분만 내 언어로 정리하고, 거기서 또 압축하기를 세 번 반복하면 적어도 시험기간만큼은 그 내용이 내것이 되었다.


독후감은 1차로 내가 읽은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보게 하고 글로 적으며 세 번 복습하는 효과를 준다. 그리고 나중에 그 책을 다시 찾을 때 내용을 복기할 수 있는 1차 압축본이 된다.


사실 앞으로도 독후감을 잘 쓸 것인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들였으니 하지 않을까? 라고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마지막으로, 월부 추천 도서 100권에 있는 책 안에서 도전해봤으면 한다.


나와 같이 이번 독서여정을 함께 해준 아내가 말하길, 여태까지 좋은 책을 못 만나서 책을 안 읽은 것 같다고 한다. 나 또한 이에 동감한다. 그동안 읽은 책 중 큰 울림과 충격을 준 책도 꽤 있었지만(사피엔스, 정해진 미래 등) 대부분은 읽기 싫어도 억지로 읽었던 경우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월부에 입성하기 전 나는 자기개발서는 절대로 읽지 않았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상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공부, 인생 성공기는 그냥 의미없는 자랑질이자 노력만 하면 다 될 것 같은 사기라 생각했었다. 그 시간에 내 앞에 일에 집중해서 결과를 만드는게 먼저라 생각했고 그렇게 회사까지 이어왔다.


이 생각이 첫 과제 도서인 원씽을 읽자마자 깨졌다. 그리고 필수 및 선택도서를 먼저 격파하며 세상에 이런 책들이 있었구나하며 감탄하고 감탄했다. 그동안 책을 향하는 눈을 닫아왔다면 월부 추천 도서 안에서 그 벽을 깨보길 바란다. 상대적으로 독서에 대한 두려움, 막연한 거부감을 깰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살면서 누군가한테 책 30권 읽었다고 인증하는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중언부언했지만 적어도 나에겐 매우 의미있는 경험이며, 누군가는 같이 도전해봤으면 하는 심정이다.

(200% 진심으로)


진짜 끝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책 5권만 꼽자면


  1. 원씽 : 읽어본 사람은 다 알 것임
  2. 본깨적 : 이하동문.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하는구나를 알려준 첫 책
  3. 프레임 : 누구나 끼고 있는 자기만의 색안경이 무슨 색인지, 안경을 몇개 끼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4. 협상의 10계명 :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적어도 회사 안에서 누군가를 설득하고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아닌 계명, 원칙을 전달해주는 엄청난 책이다.
  5. 보도셰퍼의 돈 : 아내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추천했으나, 나는 왠지 이게 더 충격적이고 클래식하다.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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