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후기

현실과 이상

  • 24.04.02

이분법적인 생각으로 부자는 나쁘고 가난한 사람은 착하다가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강남키즈였고 요즘애들 자라듯이 나는 80년대 90년대를 아파트 단지와 학원가에서 자라며 그 당시에 이미 가사도우미와 기사님이 있는 집에서 별장과 여러개의 집이 있는 집 막내로 컸기 때문이다.


세상은 현대백화점처럼 내게 친절했다.

반면, 늘 바쁜 부모님 그리고 치열한 그들의 삶에서 우리 남매들은 그것이 가족을 위한 것인지 몰랐고 서로가 외로워 서로를 오히려 돌볼 줄 몰랐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지만 정서적으로는 늘 배가 고팠다.

나는 80년대의 금쪽이였고, 나는 결핍을 얼리어덥터라고 자조적으로 말해왔다.


결혼한 남편의 가정은 시골에 가난한 집이었지만 가족이 최우선이었고 명절에 모이면 늘 웃는 집이었다. 그런 집안의 온기가 참 좋았다.


그래서 나보다 정서가 늘 풍요로워 남편의 이야기라면,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하고 나의 경험과 생각을 스스로 홀대했다.

결혼 이후 오히려 나의 경제적인 상황은 악화되기, 인생 최초로 돈을 벌기 위한 을의 투쟁이 일상이 되었지만 그게 힘들면서도 그냥 어떻게든 견디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수직상승하는 시기를 결혼생활에서 두번째로 맞이하게 되었다.

집 한채 있으면 빈곤은 면하지. 라는 남편의 어느나라의 읖조림을 듣는 순간 괜찮다고 믿으려 했던 것들이 사실은 괜찮지 않음을 자각했던 것 같다.


인생에서 부모님이 가난을 탈피하겠다는 위해서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인생의 시간을 돈을 벌고 모으는 데에 집중하셨던 것처럼, 경제학과를 나오고 행정대학원을 나왔어도, 그저 아끼는 게 전부였던 부모님의 삶을 보며, 가부장적인 모습을 한 시골쥐인 남편또한 이렇게 살다보면 어딘가 다다라있겠거니 한 모습에서 벗어난 현실에 최초의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인생은 밸런스인 것 같다.

돈에 너무 몰두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홀대하지도 말 것.

마지막 강의에서 10억을 모아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하며 덧붙인 너바나님의 여러가지 사족의 말들을 나는 참 뼈아픈 들었다.


가족을 위한다고 했던 것들이 균형을 잃을 때, 돈을 얻지만 때로는 가족과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가족에게만 집중했을 때, 그것은 현실 감각을 잃고 오히려 가족에게 짐이 될수도 있다는 것.


그 현명함을 얻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치솟은 부동산이 하락한 이후, 오히려 나는 더 가슴이 답답한 상황이다.

분수에 걸맞는 빌라를 매입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승장에서도 하락장에서도 참 어찌할바를 모르겠는 이 경제적인 고립감과, 애써 살아온 삶에 대한 패배감을 어떻게 애도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우선은 이렇게 월부강의를 듣는다.


계속 듣기가 힘들어서 계속 끊어들었다.

내게 희망이 좀 많이 부족한게 보다.

좀더 일찍 들었더라면, 내게 티끌만한 희망도 없던 그 시기에 희망이 조금 보였을 테고, 내 남편을 원망하는 대신, 내 스스로 힘를 내고 그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을 것 같아 아쉽다.


날 적 부터 부자인 것처럼 보이거나, 맨 주먹으로 일구어낸 영웅적 부자인 것처럼 보이는, 신화적 부자인 대신에,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노력으로 평범한 가치를 위해 부자로써 좀 평범한 노후를 위한 부자의 삶과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미워하지도 갈구하지도 않고 부자가 되자고 우리는 서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부자는 행복이나 성공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경제적 부. 그것을 획득한 부자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 가족의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확보하고, 서로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는 축하와 감사의 산물일 뿐인데 말이다.




댓글


행운가득
24. 04. 02. 23:32

두개님 진심으로 두개님의 희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