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껄맨] 인생은 순간이다 독서후기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마음에 드는책을 만났다.

책을 처음 읽는 순간부터

책 안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내가 김성근감독님의 삶 안으로

들어와있는 기분도 들었고

너무나도 냉철하고 차가운

그의 인생에 내가 찔리듯

아프기도 했다.


인생은 순간이다가 제목이지만,

김성근감독의 인생이야기를 읽고나면

인생은 전쟁이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만큼 김성근감독은

지면 죽는 전쟁처럼 하루하루

처절하게 살아왔고 그 방법과 이유

그리고 그 결과가 이 책에 다 담겨있다.


[힘듦]


나는 사실 선수 시절에도 야구감독을 하면서도

힘이든다고 생각한적이 한번도 없다.

단 한번도.

"그게 뭐가 힘들어?" 라고 되묻는다.

그런 내게 다들 신기하다고하는데,

원래 모든 일이 힘이 든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의식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뭘 해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했다.


사실 힘이 든다고 생각하는것 자체가

한구석에서는 이 길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시작부터 목적지에 곧바로 도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에는 걷기 쉬운

평야가 있는가 하면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오르기 어렵고 그만한 고통이 있다.

시간도 걸린다. 힘든게 당연하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제일 베스트는,

힘이 들어도 힘이 든다고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다.

힘들때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힘들다'라는 말의 개념이

사람마다 다를수 있을까?

'힘들어죽겠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살던

나에게 호랑이 선생님이 와서

한번 크게 꾸짖고 가는 느낌이다.


아마 힘이 들었던 이유는

그렇게 일을 해야하는 이유가

내가 스스로 원하는 목표가 아니였기

때문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남편은 주말부부를 하면서

혼자서 지방에서 왔다갔다 하고

그와중에도 돈을 절약하려고

나보다 훨씬 더 악착같이 살고있는데

남편은 힘들지 않다고 한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그에게도 김성근감독처럼

스스로가 세운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인것 같다. 지금 이 시간을 버티면

나중에 내가 바라던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인것 같다.


[프로]


일터란 프로의 세계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젊은 세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양보를 할 필요가 없다.

양보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야기는

프로의 세계에 없다.

힘이 있는 사람만이 남는 세계다.

'이정도면 되겠다'하는 정도의 의식으로는

프로의 세계에서 세상살이를 해내지 못한다.

이기지 못한다.

뭐든 끝끝내 해내고 말겠다는 의식이 있어야

위기가 와도 돌파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법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낭만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은 차갑고 냉정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만의 낭만에 빠져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성근감독이 책에서 말한대로

세대교체를 위해서 젊은 이들에게

무조건 자리를 양보해야할 필요도 없고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그 일을 그냥

하면 그뿐인 것이다.


경력이 오래된 사람은 그만한 연륜이 있는 것이고

그 연륜이 쓰일만한 곳이 있으면

베테랑으로써 그 자리에 쓰이는 것이며

연륜이 없이 그저 나이만 먹은 것이라면

프로의 세계에서는 그냥 냉정하게 내쳐지는 것이다.


평생을 이기고 지는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온 선수이자 감독이라 그런지

정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지독하게 냉정하다.

하지만 맞는 말이기에 부정할것도 없다.


[위로]


나는 남들의 위로에 위로받지 않는다.

믿지 않기 때문이다 동정은 한번 뿐이지,

진심으로 동정하고 위로하던 사람도 한번을 넘어

두번, 세번 실패하면 비난하게 되어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그렇다.


앞에서는 위로할지 몰라도 뒤돌아서는

지금까지 뭘 한것이냐며 비난을 한다.

그래서 남의 위로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되고, 거기에 도취되어서는

더욱이 안된다. 나는 위로를 받아도 그저 담담하게

흘려들을 뿐, 거기에 위안을 느끼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해도 좋은말을

듣지 못했다는 김성근감독의 말이

책을 읽으면서 참 이해가 되기도 하는게

누군가가 애써 부정하고 있거나

차마 밖으로 꺼내기 불편한 말들도

필요하다면 하는 분이였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이 볼때는

위로따위는 진정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본인이 믿고있는 철학과 삶의 방식이

아무리 냉정하더라도 상대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참지 않고 마이웨이를 가신것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더 존경스럽기도하다.

그래서 항상 낭떠러지 인생이였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역경]


실패했을때, 실수했을때,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거기서 그냥 포기하는 사람과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 사이에는

갈수록 차이가 넓어진다.

포기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포기한다는 것은 곧

기회를 버리는 것이다.


순간순간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것,

그것 역시 또 하나의 성공이다.

내가 자주하는 말이, 식은 밥을 잘 먹는

사람이 출세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의

인생은 역경에 몰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역경이 왔을때 포기하는 사람과

거기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사람의 인생은

시간이 지나보면 엄청나게 벌어져있다.


나는 과연 식은밥을 잘 먹는 사람일까.

역경에 몰렸을때 악착같이 버티면서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는 사람일까.

잘 모르겠다. 아직 그런 역경을

맞아본적도 없고 상상만해도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혹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말을 꼭 기억해야겠다.

인생은 역경에 몰렸을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이 말을!!


[비관적 낙천주의자]


나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는게

나의 인생이다.

말하자면 나는 '비관적 낙천주의자'인 셈이다.

(중략)

이렇게 속으로 최악의 상황을

어마어마하게 상상한다.

이것 자체만 보면 비관이다. 하지만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생각이

뻗을때면 나는 엄청난 낙천주의자가 된다.

(중략)

혼자 마음속으로 그 비관들을

역전시킬 최상의 방법을 준비해 놓는다.

그러면 역설적으로 위기가 오지 않는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위기관리다.

아예 위기가 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참 재밌었다.

내 성격을 나도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거였다. 비관적 낙천주의자.

어떤 사람은 나에게 엄청 부정적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나에게 엄청 긍정적이라고 한다.

나도 여기에다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을 겪을 때

정말 지구가 망할것처럼 온갖 안좋은 시나리오를

하나하나 써내려가면서 불안에 떨었지만

나는 그 불안에 떨면서

그런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혹은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 다음 스텝을 밟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일을 겪을때 안좋은 시나리오를

켜켜이 쌓아나가는걸 볼때는

주변에서볼때 내가 매우 부정적인 사람인 것이고

방법을 찾고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해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때

그때의 나는 매우 낙천적인 사람인 것이다.


물론 노력하는 모습에 있어서는

김성근감독님과 비교해서는 아주 삐약이 수준이지만

어떤 일이 닥쳤을때 내가 하는 행동의 수순은

감독님이 책에 써내려간 모습과 닮아서

기분이 좋았다.


안좋은 시나리오를 머리속에 떠올리는것까지 좋다.

그안에 파붙혀서 나는 이제 망했다 라고 두손두발

들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안좋은 시나리오들이 실제로 현실에서

펼쳐지지 않으려면 내가 진짜 지금 해야되는게

뭔지 빨리 찾아서 그걸 두번이고 세번이고

해보는게 차라리 낫다고 보는 편이다.


[패배]


세상이 나에게만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진다 한들

주어진 환경속에서 방법을 찾아내야지,

없는걸 탓하는 사람은 약하다.

비상식적이고 욕을 먹는 길이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돌파해야한다.

내가 비난을 불사하고 심판과 일부러

싸우는 길을 택한 이유였다.

(중략)

두려운건 패배해서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다.

'졌다고 욕먹으면 어떡하지'

'비상식적이라고 욕먹으면 어떡하지'

'내탓을 하면 어떡하지'

같은건 걱정거리도 아니다.

(중략)

세상살이에는 기댈곳이란게

애초에 있지도 않으며,

남에게 기대는것 자체가 바보다.

길이 없다면 찾아야 하고 모든건

본인이 만들어가야 한다.

핑계속으로 도망치는 인생은

언젠가 앞길이 막히게 되어있다.


[왜?]


세상일은 모두 '왜?'라는 퀘스천 마크를 갖고

그 속으로 들어가 깊이 관찰해야 답이 나오는 법이다.

내가 선수들에게 꼭 하는 말이,

그저 내가 시키는대로 연습만 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펑고를 받고

타격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나아지지는

않는다. 스스로 관심을 갖고 '아까는 안되던게

지금은 왜 되지?' '자세를 낮췄더니 더 타이밍이

맞는것 같다. 그럼 무릎을 더 굽혀볼까?'

'무릎을 굽히기보다는 엉덩이를 빼는게 더편하구나' 하며

탐구하고 몰두해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된다.


[타협]


살기위해 일하다보면 비굴해지는 순간이 많다.

내 목숨을 부지하려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와 타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하기 위해 살면 바깥에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일에만 필사적으로 살 수 있다.

자기 뜻을 확고하게 관철하며 일할 수 있다.

나는 평생 일하기 위해 살았기에

남에게 아부를 한다든지 세상 사람들에게

맞춰준적이 없었다. 그러니 주위에

사람이 점점 없어지기도 했다.

남의 이야기에 흔들리면 갈데가 없다.

(중략)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중에 세상이 원하는대로 타협하고

맞추는 사람은 없다. 자기 색깔이라고 하는건

각자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그 뜻을 위해

타협이란 없어야 한다. 자꾸 자기 뜻을 꺾다보면

나중에 떠날 때가 되어서는

남는게 한스러움밖에 없을 것이다.


타협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가는게

얼마나 힘든일일까?

그것도 온국민의 관심을 받는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구단의 돈을 받고 일하는 감독의 입장에서,

많은 스탭들과 선수들이 딸려있는

하나의 큰 팀을 이끄는 리더로써,

실제로 내가 좋아했던 기아와 SK가

라이벌로 경쟁하던 시절

아빠가 얼마나 김성근 감독을 욕하는지

대단했다.

저게 무슨 야구냐며 혀를 끌끌 찼다.

김성근감독 특유의 벌떼야구는

한 이닝 안에서도 투수를 계속 바꾸는 바람에

경기의 흐름은 계속 깨지고

(이기는 상대방 입장에서)

경기시간은 계속 길어지고

(야구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게

어떻게든 이기려고 바짓가랭이를

물고 뜯고 늘어지는 느낌이였다.


그땐 나도 같이 욕했고,

아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다 욕했을 것이다.

우리는 관중의 입장이기 때문에

'재미'가 더 중요했고,

김성근 감독은 감독이기 때문에

팀의 승리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책에서도 말했듯이

이기지 못하면 돈도 못가져가고

돈을 못가져가면 가정의 행복도 없다.

승리가 그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승리를 해도 구단에게 환경받지 못하는

김성근감독님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가도 결국은 이겼으니 상관없다는

생각이 드셨을것 같기도 하다.


[조직]


누군가 조직을 해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리더는 과감하게 쳐내야한다. 실력이 모자라다고 해서

사람을 버리면 안되지만, 조직을 해치고 있다면

조금 냉정해보일지라도 버리는 것조차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되는 팀은 강하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조직은 하나가 된다.

강한 선수라고 해서 무슨 짓을 하든 놔두면

조직은 언제 무너져도 무너지게 되어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못하고 있는 것이

이런 결단이다. 결단을 못 내린다는 것은

곧 자기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뜻이다.

그게 지금 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면

조직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가 커지며

조직이 하나로 모이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각자 따로 놀게 된다.


어떤 조직의 리더로써 오랜 시간을 살다보면

이런것까지 보이는 경지인가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나 기업가들도 김성근감독을

많이 찾았던게 아닐까 싶다.

그만큼 조직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조직의 분위기를 해하는 사람을

냉정하게 내치고 스스로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리더 또한 얼마 없는지도 모른다.


과거에 비해서 개개인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미치는 조직도 있겠지만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면서 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리더를 중심으로 모이지 못하는 조직이

많아지게 된다면 그 사회 혹은 그 기업은 어쩌면

마땅히 굴러가야 하는 방향으로 굴러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정말 인생깊은 구절들이 참 많았다.

한마디로 책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자면

'지독하게도 냉정한' 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매순간 전쟁처럼 살아왔던

살아남기위해서 고군분투했던

그리고 한 분야에서 지도자로써 성공한

한사람이 써내려간 자신의 인생 이야기나

인생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다음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넘쳐나는 책이다.


너무 차갑고 냉정해서 거부감마저

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래 세상은 차갑고 냉정하다.

세상은 왜이렇게 차갑고 냉정하냐며

징징대고 있어봤자

돌아오는건 예의상 차려주는 리액션일 뿐이다.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면,

제대로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다면,

그리고 내가 세상에 꺾인것만 같다면

이 책을 다시 꺼내서 보아야겠다.

이렇게 지독하게 인생을 살아낸 사람도 있는데

내가 하고있는 고민따위는 아주 하찮고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줄 수 있는

정말 값지고 좋은 책이다.


좋은책 추천해주신 너나위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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