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제가 나고 자란 집은
입지적으로 참 좋지만
구조적으로 참 근본 없는 집입니다.
일단은 빌라 1층인데..
1층 베란다 밖으로는
초등학교 담벼락으로 막혀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기본적으로 햇빛이 잘 들지 않고...
햇빛이 들어도 거실이 아닌
베란다, 부엌, 작은방 정도에나 드는 정도...
부엌과 작은 방이 남향이니
무슨 베이라고도 부르기 이상한
근본이 없는 구조입니다.
글쎄요 30년 전에는 근본이 있었을까요..
아파트를 많이 보고나서야 알게된
근본없음입니다.
이 근본없는 집을 우리 엄마는 1억에 팔았습니다.
같은 빌라 3층에 사는 할머니께서
3층까지 왔다갔다 하기 힘드시다면서
자기한테 팔 생각이 없냐 했다 하시더라구요.
그 때 그 시절 이 집을 1억정도에 샀던 우리 엄마는
똑같이 1억에 파는 것을 아쉬워 하셨지만
저는 이 근본 없는 집을 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도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근본 없는 집에서
근본을 다진 저로서는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우리 엄마는 저 근본 없는 집에서
자식들을 근본있게 기르기 위해서
가장 노력했던 사람이고..
저 근본 없는 집에서 벌레와 곰팡이와 다투며
매일매일 쓸고 닦고 광을 냈던 사람이니
가장 그 집에 미운정 고운정이 많이 붙었던
사람이겠죠...
셀프도배를 하겠다며
여성회관에서 도배 하는 법을 배워서
(그 땐 유튜브도 뭣도 없었으니..)
엄마 사장, 저는 조수로...
엄마는 키가 안되니...
목 꺾어지게 천장에 도배지를 붙인건
바로 나.............................
진짜 잊을 수 없는....................에..피..소..드...
휴... 벽지는 전문가에게.. 젭알..
여튼 이런 저런 추억이
저보다 엄마에게 더 많았을테고
그렇게 1억에 집을 판다는 것이
뭇내 아쉬운 감정이 앞서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거구나..
엄마 거기서 1억 이상의 가치를 냈으니 괜찮아..
거기서 아이들도 잘 키우고 이사도 잘 갔잖아~
라는 말에
엄마는 맞다고 했지만 엄마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그래도 영 부족했나봅니다.
제가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투자자의 물건도 사보고 실거주의 물건도 샀는데..
실거주 매수를 할 때가 기억이 납니다.
잔금을 하려고 매도-매수가 부동산에
한 데 모였는데
매도자의 와이프가 가계약을 하고 울었다더군요
너무 싸게 팔았다구요...
그 땐 철딱서니 없어서..
훗.. 내가 싸게 사긴 했나보다(하지만 딱히 아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 매도자 와이프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신혼으로 들어와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던 추억과 집에 대한 애정이 많은데
그 애정의 값까지 쳐서 받고싶었겠구나...
부동산은 참 사람의 삶과 맞닿아있어서
1물 1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모든 물건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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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녕 : 최근에 올려주신 여러 글 들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것 같아요🌼 삶과 뗄 수 없는 집..🌠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너나연 : 케익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마음 저도 알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marria : 1물1가,,, 많은 시간을 머물렀고 정들었던 곳은 어쩔수가 없나봐요 그래서 원칙을 가져야 하는 투자자의 마음을 더더욱 갖기가 힘든것 같구여 결국 부동산도 사람과 사람간의 거래라 원칙을 가지되 상대방의 마음에서도 한번 더 생각해 보는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케익교환권님 나눔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