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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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벌면 얼마나 행복할까?

7살 짜리 사랑스러운 저의 보물 1호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교인은 아니지만 이 교회에서는 참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운영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모랫말꿈터라는 장애인 주간보호 프로그램은 굉장히 의미있는 사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회성이 부족할 수 있는 그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함께 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들 등원을 시켰는데, 아이들 등원 시간과 장애인들의 등교(?)시간이 같아서 그들과 자주 마주쳤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애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장애인들은 혼자 다니는게 어렵거나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동행을 하는데요. 등원시킬 때 그들과 거의 매일 마주치다 보니 이상한 동질감 같은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문뜩 깨달은 한가지가 있어 메모해놨다가 오늘에서야 글을 적게 되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장애인들과 그들의 부모님을 볼 때면 마음 한켠에 측은지심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막연히 불쌍함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감히 말이죠.



내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혹은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긴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상상만 했는데, 슬픈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들의 부모님은 정말 대단하다. 정말 힘드시겠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날도 여느날과 다를 것 없이 등원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등원하면서 또 그들과 마주쳤는데, 장애인들의 표정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날 마주친 3명 모두 환하게 웃고 있더라고요. 그들의 부모님들도요. 이날은 등원준비를 할 때 아이가 밥도 잘 안먹고 말을 잘 듣지 않아 아침에 아이를 훈육한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아이도 기분이 좋지 않았었는데, 그 상태에서 그들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그들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며 산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막연히 그들은 장애인이기에 그리고 그 부모기에 힘들거라고만 생각했지, 그들이 나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본 것입니다. 그들이 나보다 훨씬 행복할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그러면서 미안해졌습니다. 같잖은 동정으로 그들을 불쌍하게 여긴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육아휴직 때 [행복]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게 행복일까?

행복은 강도일까 빈도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까?

나는 언제 행복을 느끼지?


그러다 문뜩 '1분 과학' 채널 영상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어요.



아이들이 행복한 이유는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며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배웁니다. 사회적 규범, 법, 도리 등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한다고 해야 하는 것들과 사회적으로 용납 가능한 행동들에 대해 학습하죠. 그런데 아이들은 학습이 되기 전까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행동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고,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고, 마음에 안들면 따귀를 때리죠. 이런 행동이 잘못됐다고 (여러 차례)교육을 해야 비로소 어른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나이를 들면 들수록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많아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불행이 시작된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아이들은 편견과 선입견이 없습니다.


'밥은 손으로 먹는게 아니라 수저로 먹는거야'

'바닥에 앉거나 눕지마. 더러우니까'

'부자는 행복하고, 빈자는 불행할거야'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이 없기에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다보면 좋다 나쁘다의 비교 개념이 없기 때문에 세상을 1차원적으로 볼 수 있어서 더 많은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행복하다.

아름다운 하늘을 봐서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서 행복하다.


물론 어른이 되면 이런 감정들만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되며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이런 1차원적인 행복을 느낄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확실한건 우리가 아이들처럼 행복감을 자주 느끼기 위해서는 이런 1차원적인 행복을 의식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대단한 무언가를 해내거나 비싼 물건을 사는데 있지 않고 사실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생각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적은건

꽁꽁 숨겨져 있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구나.



이런 면에서 장애인이 우리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견일 수 있고, 오히려 그들이 우리보다 행복을 더 자주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아마 그들이 비장애인보다 스트레스가 더 없을 겁니다. 공부, 취업, 노후준비 등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 걱정 자체가 없을테니까요.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도 오히려 살아있는 현재의 삶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며 내 아이를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더 잘 느낄 수도 있는 것이죠. 이 역시도 케바케겠지만, 어쨌든 '장애인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의 큰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스쳐간 이후로 그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표정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웃고 있더라고요.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 정말 저들이 나보다 행복할 수도 있겠구나'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요?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행복할까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할까요?


아직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길을 먼저 간 선배들의 글이나 영상을 보며 저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한가지 확실한건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10억을 벌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월 몇 천을 벌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진급이나 사회적 지위로 인한 행복도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무언가를 이루거나 사면 그때는 잠시 행복하지만 그 때 뿐 이더라고요. 그리고 늘 나보다 더 가진 사람, 나보다 더 많이 성취한 사람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행복을 결과에서 찾게 되면 늘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점점 적어지고 그 기간이 짧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행복을 과정에서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내가 가는 수많은 길 위에 있고, 내가 그것을 느끼면 되는 것이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수많은 행복이 있습니다.

대놓고 '내가 행복이야'라고 말하고 있죠.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못보고 지나칠 뿐입니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게 아니라,

바로 여러분 주변에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내 주변에 널려있는 행복을 하나씩 주워담아보는건 어떨까요? 아마 세상이 훨씬 아름답게 보일겁니다.


오늘 글도 울림이 있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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