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이두명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열심히 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의 노력과 결단만 있으면 투자든 내집마련이든 가능하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현실에 치여 투자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했던 저같은 사람도
비록 ‘최고의 투자(안타)'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선택(번트)’으로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아직 실력을 갖추지 못한 나’의 뒤에 숨어 계신 분이 있다면 단 1초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후기를 남겨봅니다.
1. “여기는 내 앞마당이다” 라고 확신이 드는 지역이 없습니다.
2023년 초부터 강의를 수강하며 앞마당을 만들어 나갔지만 사실… “나의 확실한 앞마당이다.” 라고 당당하게 소개할지역이 별로 없네요. 임장보고서도 겨우 틀에만 맞춰 쓰는편이었구요. 못쓰고 넘어간 지역도 많았어요.
2년동안 제가 한 일은 그저 현실의 삶을 살다가 여유가 조금 생길때면 강의를 수강하고 임장과 시세조사를 통해 지역을 알아간다는 정도로 느슨하게 이어온 것입니다. 강의를 계속 듣다보니 아너스도 됐었구요, 투자코칭을 받기도 했습니다. 투자환경에서 멀어진 시기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오다보니 경력?이 2년이 된 사람이더라구요.
사실 지금까지 한 일은 이게 다입니다…
아시죠…? 회사 신입사원일때는 실수도 이해받지만 1년만 지나도 실수하면 욕먹잖아요.
2년이나 됐는데 아는 것이 없어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2. 자산재배치 vs 실거주 내집마련
현명한 투자를 해서 큰 수익을 얻고 싶은 바람도 있었지만 제게 투자공부의 시작은 결국 두 아이를 안정적이게 키우고 싶은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때때로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모든 것을 투자의 관점으로만 보면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들의 행복이 뒷전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이 방향이 맞을까? 하는 두려움과 동시에 가족의 편안함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문가 조언에도 주저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0호기로 경기 하급지 신축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고, 전세를 놓은 상태였어요. 현재까지 그 전세금으로 다른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의에서도 강조하였고, 투자코칭에서 제시된 솔루션을 종합해봤을때
① 기존 보유자산을 정리하고
② 지금 살고있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자산을 재배치하고
③ 투자금을 모두 합쳐 서울의 좋은 단지를 매수하는 것,
이 세가지가 제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 방향이었습니다.
이렇게 2024년 내에 투자를 하겠다 결심했는데, 제가 보고 있던 투자 유망지 대부분은 제 기준보다 꽤 올라있었고 당시 강의에서는 ‘고점대비 하락률’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강조했던 시기였기에 선뜻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자산재비치를 위한 월세 전환과 세입자가 있는 기존 주택까지 매도 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했는데 실패하면 어쩌지?’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할 리스크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여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때 힘의 부침에 대한 염려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
실거주집을 추가로 매수하고, 기존 0호기는 비과세 혜택을 받으며 갈아타는 방법이, 대출 없이 운영해오던 저희 가정에 현실적인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겠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력도 부족하고 자신이 없던 저에게는 조금 덜 과감한 선택이 오히려 확신을 주고 실행할 용기도 생기게 했던 것 같습니다.
3. 선택의 기준과 가족의 설득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야 했기에 직장과 먼 지역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되다보니 지역선정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출퇴근에 큰 무리가 없고 아이들 학교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곳 위주로 매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선명한 앞마당은 아니었기에 실거주 매물을 보며 지역을 좀 더 디테일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남편의 반대였어요. 지금 편하게 잘살고 있는데 굳이 이사를 가야 하나, 이 편안함을 왜 깨냐는 입장이었죠.
남편이 출근하면서 한마디 하고 가더군요.
“밤새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난 반대야. 그냥 반대 아니고 결사반대!”
뜨뜨미지근한 반응이었던 남편이 갑자기 강한 반대 의사를 선언하다니 당황스러웠어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그날 모든 것을 접고 남편 설득을 위한 보고서를 쓰게 되었네요.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이 지역’과 ‘이런 단지’를 선택했고, 지금이 왜 ‘투자적기’라고 판단했는지 남편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대출이자 부담을 느끼는 부분에서는 저축+월세와 마찬가지임을 강조하고
-현재 우리 가정경제 운영과 별반 다를것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차례의 설득 끝에 제 의견에 완전 동의하진 않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믿어보자며 “마음대로 해” 라는 반응이었네요. 감사하게도 남편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내 판단에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4. 검증과 확신, 그리고 계약
매물을 보며 선정했던 단지들은 지역 내 선호 구축이긴 하지만 신축이 많은 지역에서 구축을 선택해도 될까? 이 단지의 단점 때문에 나중에 안 오르진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실거주 가치와 다음 투자까지 염두해 무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니 오히려 확신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단지가 눈앞에 있지만 내 투자금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자, 그리고 나아가 더 큰 리스크를 감당할만한 실력을 갖추었을 때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이자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선택한 단지의 모든 매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최저가 매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도 보면서 가격을 협상하고 만들어 나가야 된다고 배웠으니까요. 그렇게 많은 매물을 보고 다니니 부동산 사장님도 “왜이렇게 전부 보려고 하나” 싶었다고 하실 정도였습니다. 단지를 추리고 나서도 퇴근 후 매일 들렸습니다. 단지 위치, 장단점, 거리 체크, 동별 특성과 디테일한 선호도를 파악했습니다. 매물을 다 봤어도 제 기준 가격과 동, 층의 매물을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매물에서 선택하자 라고 결심을 하던 날, 집에 돌아가기전 현장에서 네이버부동산에 매물하나가 올라왔더군요. 중간선호동, 로얄층에 무엇보다 가격 조건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급매구나, 싶었습니다.
그 길로 물건지 부동산에 방문하여 내일 오전 첫번째 매임 예약을 했습니다.
'이 물건이 상태가 좋다면 계약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주변 부동산을 전부 들려서
“계약 직전이다, 더 좋은 매물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려고 방문했다”라고 솔직히 말하고 더 좋은 물건이 없는지 찾아다녔습니다.(장부물건은 없었네요.)
다음날 매임을 해보니 물건 상태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구축임에도 큰 수리 없이 실거주가 가능한 컨디션이었어요. 사장님은 조급하게 계약을 유도하셨지만, 그때 제가 봐왔던 1등 물건이 생각이 났어요. 가격이 맞지 않아서 제외 시켰던 물건의 협상을 시도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금액 조정이 되어도 제 투자금을 초과하는 물건이었죠) 세차례나 금액의 폭을 좁혀가며 조정을 요청했지만 협상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마음을 다잡고, 이 물건을 잡아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이 먼저 500만원 깍아보겠다고 하시길래, N원 맞춰져야 살 수 있다며 조금 더 가격 조정을 부탁 드렸습니다. 집주인은 500만원까지만 깍아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배운데로라면 N원까지 깍이면 연락주세요! 하고 쿨하게 나왔어야 했지만, 어떤 것이 나에게 이득인지를 생각해보니 이 정도면 내 투자금에 들어오는 가장 좋은 물건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매물을 본 후 5시간만에 가계약금을 넣었네요. 부족한 나에게도 급매가 와줬구나 싶었습니다.
깍이지 않았던 1등 물건을 높은 가격에 억지로 계약했다면 그 이후 계속 투자금 문제로 스트레스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내 투자 상황에 맞는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4. 투자복기(잘한점 vs 잘못한점)
잘한점
+ 투자를 실행하겠다 결심이 들었던 순간부터 하루 한개이상 투자후기를 읽어나가면서 실전에 조금 대비할 수 있었던 것(후기 써주신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
+ 더 좋은 물건이 없는지 끝까지 찾아보려고 노력한 점
+ 1등 물건이 내 투자금 안에 들어올수 있게 최선을 다한점
+ 사장님의 재촉, 급매임에도 흔들림 없이 여러가지 조건을 모두 검토하고 상황을 정리한 점
+ 무리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무리하지 않은점
+ 일과 육아 병행으로 힘들때마다 휴직 생각이 간절했는데 젖은 낙엽처럼 잘 버틴 것
잘못한점
- 잔금일이 빨라서 손해볼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협상하지 못했던 점
- 매임할때 꼼꼼히 보긴 했지만, 아래윗집, 관리사무소에 누수 확인을 미리 못했던점(누수는 없음)
- 사전에 계약서를 미리 받아 특약조건 등을 꼼꼼하게 챙겼어야 했다는 점
5. 마인드와 투자방향
아마 이번에 매수한 단지가 저에게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원칙인 잃지 않는 투자, 그리고 현재보다 나아가는 방향이라는 점, 투자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데 있어서도 분명 잘한 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매수한 집이 전세가를 회복하고, 실력을 더 갖춘 투자자가 된다면 안정적인 자산 재배치를 통해 다음 스텝을 밟아갈 계획입니다.
6. 도움주신 분들 감사
투자후기를 읽다보면 월부 커뮤니티 안에서 일취월장하고, 나눔도 많이 하시고, 동료도 적극적으로 많이 만드신 분들이 감사한 한분 한분을 언급하시는게 부럽기도 했는데, 저도 돌아보니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더라구요. 특히 이번에 투자를 하면서 어려울 때 물어 물어가며 도움 많이 받았던 서울기초반 19기 35조 조원분들, 서울기초반 21기 21조 조원분들, 서울기초반 24기 17조 조원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
젖은 낙엽처럼 잘 버텼다는 말 찡하네요 ㅜㅜ 귤타민님 워킹맘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간절한 마음은 통하나봅니다. 실행한 모습만으로도 넘 존경합니다~~ 저도 빨리 결실 해볼께요. 후기 써주셔서 감사해요^^ 자모님 영접이라는 행운도 얻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