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준입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구리에 대한 50% 고율 관세를 오는 8월 1일(현지시간) 부터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상당히 놀랄 만한 뉴스지만, 이제는 웬만한 고율 관세에도 놀라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은 워낙 자주 바뀌었고, 그 배경을 하나하나 따라가기는 벅차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접근해봤습니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보여준 발언과 정책, 그리고 그 흐름을 다시 찬찬히 짚어보니, 생각보다 놀라울 정도로 논리적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내밀면서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때문’, ‘미국이 오랜 기간 불공정한 무역 관행의 피해를 봤다’고 자주 주장하였습니다.
이 주장의 배경에는 미국의 심각한 재정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피해는 ‘적자를 많이 보고 있다’의 의미를 내포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내민 이유는 부채 문제를 줄이겠다고 해석했었죠.
또한, 얼마 전 통과된 대규모 감세 법안(소위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처음 발의 되었을 당시에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 부담을 관세 수입으로 상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느끼셨겠지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매우 변덕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변덕스러움 뒤에는 항상 협상이 뒤따랐기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결국 협상을 위한 카드라고 생각되었죠.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트럼프의 협상 방식 자체가 한번에 묶어 협상하는 일괄 타결 보다 세부적으로 협상하는 품목별 다층 협상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관세 정책은 결국 협상을 위한 카드라고 해도,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하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이유를 보고 나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다시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출처 : 한국경제
지난 5월 16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의회가 현재 추진 중인 예산안이 지출과 적자를 향후 수년간 실질적으로 감축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지점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는데요, 미국은 부채 문제를 ‘지출을 줄이고 차근차근 갚아가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풀어가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추진해온 일련의 관세 정책들도,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부터 상호주의 원칙을 무역정책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즉,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국가에 대해 미국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반대로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면 미국도 관세를 낮출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던졌습니다.
또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이후에도 곧바로 시행하지 않고 30일, 90일 등의 유예 기간을 둔 채 협상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을 자주 취했습니다.
이 유예 기간 동안 상대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관세를 면제하거나 완화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 내용은 대체로 다음 두 가지로 정리 됩니다.
1. 미국이 우위에 있는 품목에 대해 상대국 시장을 개방할 것
2. 미국이 열세인 산업에 대해 상대국의 관세를 낮출 것
결국 요약하자면,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더 많은 이득을 얻는 방향으로 협상력을 행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다소 변덕스러워 보이는 관세 정책, 그로 인한 협상 과정, 그리고 최근의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절묘하게 맞물린다는 점입니다.
이들을 종합해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단기적인 무역적자 해소나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아무리 그럴듯한 목표를 내세운다고 해도, 그 결과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중간중간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변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정책이 자주 바뀌고, 시장은 늘 흔들립니다. 모든 정보를 일일이 따라가고 예측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명확하게 집중해야 할 지점이 존재합니다. 모든 정보와 흐름이 결국 수렴되는, ‘깔대기의 끝’ 같은 지점 말입니다.
그 지점이 바로 경제지표입니다. 대표적으로는 환율, 금리, 그리고 실물경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이 여기에 해당하죠.
왜 경제지표에 주목해야 할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정치적 수사나 명분도, 결국 시장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강하게 밀어 붙이더라도, 경제지표가 붕괴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이 급격히 요동친다거나,
금리가 시장의 신뢰를 잃고 비정상적인 곡선을 그린다거나,
실물경제 지표들이 구조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든다거나,
이런 사인들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물론 단기적으로 나쁜 수치가 나와도, 이미 예측되어 있었거나 일시적인 것이라면 트럼프는 기존의 정책 방향을 유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하락이 장기화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발생한다면, 아무리 트럼프라고 해도 방향을 꺾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건 무너진 미국이 아니라 강한 미국(MAGA)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환율이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는지, 기준금리와 국채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실물경제 지표들이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계속해서 관찰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숫자들을 단순히 나열해서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방향성과 흐름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깔때기의 입구에서 혼란스럽던 흐름들이, 점점 좁아지며 명확한 방향을 만들어내듯, 경제지표는 결국 시장의 결과가 나타나는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혼란스러운 정책과 언행 속에서 휘둘리지 않고, 지표를 통해 흐름을 읽어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바로 지금 같은 시기에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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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안녕하세요. Ecoverse님!
좋은 글을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coverse님의 글을 인기글로 지정하였습니다.
-월부 커뮤니티 운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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