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준입니다.
22일, 미국과 일본이 상호 관세 인하 협상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평균 1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고, 일본은 그 대가로 자국의 쌀·자동차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며,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90%의 수익을 가져간다”는 말까지 나오며, 언뜻 보면 일본이 손해만 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의 구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양국이 실제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감수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핵심 중 하나는 일본이 미국 농산물을 추가 수입하기로 한 점입니다. 특히 쌀이 주요 품목에 포함되면서, “일본 농업이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하지만 이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이미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최소접근의무(Minimun Acess)’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일본은 연간 약 77만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며, 실제로도 이 양을 해마다 도입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산 쌀을 ‘새로 들여오는’것이 아니라, 기존 77만 톤 중에서 미국의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 이번 협상의 핵심입니다. 새로운 피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배분을 재조정하는 수준에 가까운 것이죠.
따라서, 이번 협상을 통해 일본 농민들의 피해는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시바 총리도 “이번 합의에 농업을 희생시키는 것은 일절 들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죠.
다음으로는 자동차 시장 개방입니다. 이 협상안에서 핵심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검증된 미국 차에 대해 추가 시험을 없애고 절차를 간소화해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일본과 미국은 자동차 안전성 검증에 대해 서로 기준을 내세웁니다. 미국은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에 따라 차량 안전을 평가하고, 일본은 자국의 독자적인 안전기준을 적용하죠.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문제는,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이 일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일본 시장에 수출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결국 미국 자동차 업체는 일본 수출용 차량을 별도로 생산해야 했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큰 부담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협상 내용을 살펴봅시다.
“검증된 미국 차에 추가 시험을 없애고 절차를 간소화해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이는 미국산 차량이 별도의 추가 인증 없이도 일본에 수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입니다. 즉, 미국 자동차를 ‘미국 기준 그대로’ 일본에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비용은 줄이고 수출은 늘릴 수 있는 직접적인 실익을 챙긴 셈입니다.
하지만, 생산자 입장에서 생산 효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그 변화가 실제로 소비로 이어질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일본 소비자들은 일본차를 미국차보다 압도적으로 선호합니다. 2025년 글로벌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6%가 다음 차량 구매 시 일본 브랜드를 선택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미국차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고작 1%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격차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일본차는 품질, 신뢰성, 연비, 유지보수, 부품 공급 측면에서 매우 높은 신뢰를 받고 있으며, 일본의 좁은 도로와 복잡한 운전 환경에 최적화된 경차·소형차·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죠.
반면, 미국차는 차체 크기, 낮은 연비, 부품 수급 및 서비스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니즈와 잘 맞지 않아 현지 시장에서 외면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엔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 소비자들의 확고한 브랜드 선호도와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로 미국이 얻어가는 실질적 이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내용은,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한화 약 76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투자로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에 대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출자 비율에 따라 수익이 배분되는 것은 당연한 일, 미국과의 논의 끝에 기여도와 리스크 부담을 고려해 ‘미국 90%, 일본 10%’라는 구조로 합의한 것”
하지만 이 구조가 정말 정당한 것인지는, 추후 미국이 실제로 일본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지, 혹은 실질적인 리스크를 더 감수하는지를 지켜봐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일본은 원래부터 미국에 초대형 투자를 이어온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일본은 6년 연속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해온 국가이며, 2023년 말 기준 누적 투자액은 약 7,883억 달러에 달합니다. 또한 이시바 총리는 애초부터 ‘1조 달러 투자’라는 목표를 내세워왔기 때문에, 이번 5,500억 달러 투자는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일본이 손해만 본 협상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바로 다음 내용, '15%관세 인하'가 한국 및 세계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지에 대한 분석입니다.
이 관세 조정이 향후 한국·EU·브라질 같은 나라들, 그리고 글로벌 경제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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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머니 투데이]
댓글
와.. 기사를 읽고 일본이 자동차 관세를 결국 줄였구나 다 퍼준 것만은 아니네 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렇게 명확한 자료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시니 더욱 머리 속에 들어오네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