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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6. 28살 백수 아내, 서울 아파트를 사다

5시간 전

#1. 사회초년생부터 시작한 강제저축 (보기)

#2. 아버지의 20년 된 차와 신용카드 (보기)

#3. 1억으로 4억짜리 집을 사버렸다 (보기)

#4. 결혼을 준비하며 알게 된 “입지” (보기)

#5. 빚 갚자는 아내 vs 레버리지하자는 남편 (보기)

 

 

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6. 28살 백수 아내, 서울 아파트를 사다

 

2023년 봄, 베트남 깟바섬 여행 도중, 아내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 내려다보다가 씩 웃고는 맥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나에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OO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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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합격한 회사에서 온 처우 협상 메일이었다. 최종합격을 했지만 갑작스럽게 TO가 없어지는 바람에 백수로 10개월을 보낸 끝에 받은 메일이었다. 인사담당자는 최초의 제안보다 더 나은 처우와 함께 아내가 비자발적으로 쉬었던 기간을 모두 근무 경력으로 인정해 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나는 그녀가 백수 기간 동안 많이 답답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광고대행사의 AE로 일찍 사회에 발을 디뎠고, 주류·보험 등 까다로운 브랜드를 맡으며 일에 애착을 가지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주어진 강제 휴식은, 오히려 노동보다 더 고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새로 들어가게 될 회사는 업계 1위 기업이었다. 분당 자택에서 신분당선을 타면 20분 남짓이면 닿는 강남 오피스. 작년에는 내가, 올해는 그녀가 이직을 했다. 마음의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자, 우리는 미뤄뒀던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아내 명의의 아파트를 마련하자.’

 

결혼 초기 아내와 나의 달랐던 경제관의 간극은 그간 많은 대화를 통해 줄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랬듯, 실제 내 명의로 된 자산이 있어야 더 동기부여가 되는 법이었다.

 

그 무렵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점점 매수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1기 신도시 특별법’ 보류, 대출 규제 완화 등 시장을 점진적으로 풀어가고 있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유예되었고, 실거주 의무 완화 조치가 적용되었다. 금리는 여전히 높았지만 시장은 작년보다 확실히 덜 얼어 있었다.

 

우리는 그간 모은 현금 자산과 인덕원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갱신하며 되돌려 받은 금액을 더해 약 3억 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 주말마다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부동산 앱을 켜고(주로 호갱노노와 네이버 부동산앱을 썼다), 시세를 비교했다

 

첫 임장은 가까운 곳부터였다. 신분당선 라인을 따라 수지구청역 주변 마을들을 구석구석 살폈다.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 동천역, 광교역, 수지 상록 7단지와 주공 9단지 등 다양한 단지들을 비교했다.

 

그다음은 안양 평촌이었다. 평촌의 어마어마한 학원가는 저녁마다 문전성시였다. 그중에서도 학원가 인근 학군지로 잘 알려진 향촌롯데와 현대홈타운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임장을 다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길이 닿은 곳, 강북 미아동. 소형 평형 위주였지만 길음동 대장 아파트와 입지를 공유하고 있었고, 근처엔 명문 사립초·중학교가 있어 전세 수요가 탄탄한 지역이었다. 단지 옆 부지에서는 재건축을 위한 이주가 한창이었다.

 

여긴 학군 때문에 전세가 정말 잘 나가요.

 

인근 중개업소에서 여러 번 들은 말이었다. 실제로도 어린 자녀를 둔 부부들이 단지를 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전세 매물은 금세 빠져나갔다.

 

우리는 크게 수지, 평촌, 미아동 이 세 지역의 아파트를 두고 입지와 전세 수요, 단지 구성, 향후 정비 사업 가능성 등을 꼼꼼히 분석했다. 우리의 선택지는 강북 미아동 아파트였다. 기존 세입자분이 그대로 사시는 조건으로 매수했다.

 

계약 당일, 처음으로 부동산 사무실에서 매수인 서류에 아내의 이름이 적혔을 때, 나는 그녀의 옆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앳된 얼굴이었지만, 같이 임장을 다니며 어엿한 부동산 투자자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금까지 마치고 실입주는 하지 않았지만 관리비 납부와 등기 이전 절차까지 모두 마무리한 후 우리는 미아동의 한 민속주점에서 막걸리와 함께 조용히 자축했다. 아내가 나직이 말했다.

 

 

명품 사는 기분이랑은 차원이 달라.
이제 진짜 시작인 거 같아

 

 

 

따뜻한 밤이었다.

아내는 원하던 회사에 결국 이직하게 되었고, 아내 명의의 아파트를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순자산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성장률은 예년보다 낮았지만 자산은 더 탄탄해졌고, 우리의 근로소득도 전보다 늘어나게 되며 앞으로의 투자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였다.

 

2023년 여름이 채 가지 않은 시점이었다. 

 

 

(다음 편에 이어서)


댓글


별스부
25. 10. 01. 16:01N

너무나 멋있으십니다!!! 부럽네요~

탑슈크란
25. 10. 01. 19:49N

"명품보다는 자산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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