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내식당, 식판 위에서 태어난 이야기입니다.

점심시간이었다
구내식당 오늘의 메뉴는 닭곰탕
언제나처럼 평범한 식판에 국, 나물, 김치, 그리고
(아싸!) 은갈치 한 토막이 놓였다
실장님과 나는 나란히 앉아 식판을 앞에 두고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그날따라 실장님이 먼저 입을 여셨다.
“박과장, 결혼 준비 잘 되가나?
내가 해보니까 말이야
결혼은 무조건 하고 싶은 거 다 해야 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일이잖아”
나는 숟가락질을 멈추고
밥 대신 말을 곱씹었다
‘단 한번..?’
말없이 된장국 한 숟갈 떠서 식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어서…
그냥 소박하게 할 생각이에요”
실장님은 손에 들린 젓가락을 멈추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에이, 그러지 마
나중에 진짜 후회해
입고 싶은 드레스 있으면 다 입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봐
한 번뿐인데”
나는 머쩍은 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
“... 사실 저는
한 번뿐인 것보단 인생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실장님은 특유의 허허허 웃음을 터뜨리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허허허!
설마 여러 번 결혼 하겠어!”
…그 말이 아닌데요
🥄
그날 이후 나는 단 한 번뿐이라는 말을 곱씹었다
단 한번뿐인 결혼, 첫 여행,
나를 위한 첫 명품 가방…
우리는 왜 그렇게 처음과 한번에
그토록 많은 의미를 실어왔을까
한 번뿐이니까 특별하다고 믿고
한 번뿐이니까 후회하지 말라고 다짐하고
한 번뿐이니까 크게 하라고 부추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인생에서 한번 뿐인 게 중요할까?
나는 달리 생각한다
진짜 중요한 건 반복되는 것이다
결혼식은 하루지만 결혼 생활은 매일이다
여행은 일주일이지만 일상은 평생이다
감정은 한순간이지만 관계는 쌓인다
지금까지 진짜 내 삶은
작고 평범한 일상들로 쌓여왔다
그래서 나는 한 번뿐인 프레임에
큰 돈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함께 살아갈 공간
함께 반복할 생활
그리고 함께 쌓아갈 관계를
먼저 준비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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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이라는 말은
때로 우리에게 너무 과한 무게를 지운다
놓치면 안 된다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단 한 번의 선택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einmal ist keinma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결국 우리 인생은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괴로워하는 존재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단 한 번뿐인 가벼움에 무게를 싣지 말자
정말 중요한 것은
반복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 박과장은
반짝이는 하루 대신
반짝임이 반복되는 삶이 좋다
밥말생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