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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말고 하는 생각🍴 밥말생 #1 "실장님은 내가 여러 번 결혼한다고 생각했다" [스리링]

17시간 전

 

※ 구내식당, 식판 위에서 태어난 이야기입니다.

 

 

밥말생 #1

실장님은 내가 여러 번 결혼한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이었다


구내식당 오늘의 메뉴는 닭곰탕


언제나처럼 평범한 식판에 국, 나물, 김치, 그리고 

(아싸!) 은갈치 한 토막이 놓였다

 


실장님과 나는 나란히 앉아 식판을 앞에 두고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그날따라 실장님이 먼저 입을 여셨다.

 

 

“박과장, 결혼 준비 잘 되가나?

내가 해보니까 말이야

결혼은 무조건 하고 싶은 거 다 해야 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일이잖아”

 

 

나는 숟가락질을 멈추고
밥 대신 말을 곱씹었다

 

 

‘단 한번..?’

 

 

말없이 된장국 한 숟갈 떠서 식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어서…
그냥 소박하게 할 생각이에요”

 

 

실장님은 손에 들린 젓가락을 멈추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에이, 그러지 마
나중에 진짜 후회해
입고 싶은 드레스 있으면 다 입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봐

한 번뿐인데”

 

 

나는 머쩍은 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

 


“... 사실 저는
한 번뿐인 것보단 인생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실장님은 특유의 허허허 웃음을 터뜨리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허허허!
설마 여러 번 결혼 하겠어!

 

 

 

…그 말이 아닌데요

 

 

🥄

 

 

그날 이후 나는 단 한 번뿐이라는 말을 곱씹었다

 

 

단 한번뿐인 결혼, 첫 여행, 

나를 위한 첫 명품 가방…

 


우리는 왜 그렇게 처음과 한번에
그토록 많은 의미를 실어왔을까

 

 

한 번뿐이니까 특별하다고 믿고
한 번뿐이니까 후회하지 말라고 다짐하고
한 번뿐이니까 크게 하라고 부추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인생에서 한번 뿐인 게 중요할까?

 

 

나는 달리 생각한다
진짜 중요한 건 반복되는 것이다

 

 

결혼식은 하루지만 결혼 생활은 매일이다
여행은 일주일이지만 일상은 평생이다
감정은 한순간이지만 관계는 쌓인다

 

 

지금까지 진짜 내 삶은
작고 평범한 일상들로 쌓여왔다

 

 

그래서 나는 한 번뿐인 프레임에

 큰 돈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함께 살아갈 공간

함께 반복할 생활
그리고 함께 쌓아갈 관계를 

먼저 준비해보려고 한다.

 

 

 

🥄

 

 

한 번뿐이라는 말
때로 우리에게 너무 과한 무게를 지운다

 

 

놓치면 안 된다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단 한 번의 선택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einmal ist keinma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23 카이북 선정 도서 < 책이랑 < 문화 < 기사본문 - 카이스트신문

 

 

결국 우리 인생은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괴로워하는 존재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단 한 번뿐인 가벼움에 무게를 싣지 말자

 


정말 중요한 것은 

반복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 박과장은

반짝이는 하루 대신
반짝임이 반복되는 삶이 좋다

 

 

밥말생 1부 끝

 

 

 

 


댓글


사린
17시간 전

와 박과장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베니지기
17시간 전

박과장님 ㅋㅋ.여러번 생각하게 되는글 이네요.좋은글감사합니다.링님.

새로움s
17시간 전

박과장님의 반짝이는 인생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