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동료분들과 함께 임장을 하다가
한 분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확신이 없으니 투자하기 힘들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묻게 됐어요.
확신이란, 과연 뭘까.
곰곰이 돌아보니
제가 처음 투자를 결심했을 때도
확신이 있어서 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미래가 또렷하게 보였던 적도 없었고,
틀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다만 그때마다 제 손에 쥐어져 있던 건
이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의 선택,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 채 지는 책임,
그리고 그 결과를 감당하겠다는 마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확신’은
사실 이런 모습일 때가 많잖아요.
이건 무조건 오를 것 같다는 생각
이번만큼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런 확신은 대부분
투자 전에 있었던 게 아니라
결과가 나온 뒤에 붙인 이름이더라고요.
지금 제가 느끼는 확신은
조금 다른 의미에 가까운 것 같아요.
확신이란,
틀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다시 판단할 수 있겠다는 믿음.
완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리스크를 알고도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을 때
조용히 따라오는 감정 같아요.
그래서
“확신이 없어서 못 하겠어요”라는 동료분의 말이
부정적으로 들리기보다는
오히려 진지하고 성실한 고민처럼 느껴졌습니다.
확신은
기다린다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기기보다는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임장을 나가보고,
임보를 써보고,
생각을 말로 정리해보고,
한 번의 선택을 해보고,
그 과정을 다시 복기하면서.
그 반복 속에서
확신은 큰 소리로 외쳐지는 게 아니라
“그래도 나는 다시 선택할 수 있겠구나”라는
조용한 믿음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길 위에 있는 우리 대부분은
확신이 있어서 걷고 있는 게 아니라,
확신이 없는데도
멈추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흔들리면서도 임장을 나가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임보 한 줄을 더 쓰고,
“아직 잘 모르겠다”는 마음으로도
다음 주 일정을 다시 잡는 사람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지금
“나는 아직 확신이 없어서…”라며
스스로를 한 발 뒤에 세워두고 계신 동료분이 있다면
이 말은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확신이 없다는 건
못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요.
그리고 그 고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져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같은 방향으로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고 믿어요.
확신은
먼저 생겨야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
움직이고 난 뒤에야
조용히 따라오는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불안해서 한 걸음이 작아도,
오늘은 흔들려서 확신이 없어도,
그럼에도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언젠가 돌아봤을 때
우리에게 가장 큰 확신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길 위에서
같은 고민을 안고 걷고 있는 동료분들께
오늘도 조용히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지금 이 걸음,분명 헛되지 않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