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의 꿈[베니지기]

25.12.19

 

어제 와이프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신의 꿈은 뭐야?”

솔직히 저는
 

“얼마를 모으는 거야.”
“강남에 아파트 하나 갖는 거야.”
 

이런 대답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은 했지만,
그 대답이 내 마음을 이렇게 흔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와이프는 잠깐 웃더니
아주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당신이랑 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먼저 멈췄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목이 꽉 막혔고,
아무 말도 쉽게 나오지 않더군요.

와이프가 그린 미래는
본인의 꿈을 이루는 장면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웃고,
같이 밥 먹고,
아프지 않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가족을 위해 투자하고, 준비하고, 버텨온
지금의 나의 삶과도 많이 닮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똑같지는 않았습니다.

 

방향은 같았지만
결이 달랐습니다.

 

저는
‘가족을 위해’라는 이름으로
늘 미래를 앞당기려 했고,
와이프는
‘가족과 함께’라는 마음으로
지금을 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순간
예전에 봤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넌 널 위해 뭘해주니? 

 

널 위해 넌 뭘해주냐고

 

 

이렇게 너랑같이 밥먹는거 너랑같이 밥먹고 커피마시고 난 나한테 그거해줘.

 

 

그 대사가
유난히 오래 남았습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참 많은 걸 요구하며 살아왔는데,
정작 가족에게
‘같이 밥 먹고, 같이 웃어주는 일’은
얼마나 하고 있었나
처음으로 돌아보게 됐습니다.

와이프의 꿈에는
숫자도 없고,
지역 이름도 없고,
조건도 없었습니다.

그저
‘나와 함께’라는 말과
‘지금처럼’이라는 마음만 있었습니다.

그게
이 사람에게는 이미 충분하다는 뜻 같아서,
그래서 더 미안해졌습니다.

나는 늘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와이프는 이미
지금의 나를 데리고
미래를 꿈꾸고 있었던 거니까요.

그말을 들으니 
투자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더 빨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평범한 하루를
잃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이유로.

어쩌면 꿈은
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곁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밥 먹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오늘을
오래 지켜내는 것.

 

그게
지금의 내가
가장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댓글


스민열정
25.12.19 13:10

가족..단어만으로도 찡한 가족을 위해 꽉찬 하루하루 사시는 베니지기님 홧팅~~!!!🍀

모카라떼7
25.12.19 13:15

소소하지만 큰 행복이네요 ㅎㅎㅎ 따수운 베니님 화이팅!

김뿔테
25.12.19 13:20

베니님의 투자생활을 응원합니다~!! 오래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