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내식당, 식판 위에서 태어난 픽션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메뉴는 미역국과 잡채
잡채는 간이 밍밍했고
미역국은…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내 하루는 자꾸만 미끄러지는 느낌이었다
오전부터 안 풀렸다
새벽 내내 작업했던 시세 엑셀 파일은 날아가고
오전 회의에서는 어째 나만 찍힌 것 같고
말못할 가정사로 내내 전화기는 울려댔다
“진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식판 앞에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그때, 실장님이 젓가락을 툭 내려놓더니
슬쩍 물으셨다
“박과장 무슨 일 있어?”
“…그냥 아침부터 뭔가 계속 꼬이네요”
실장님은 아무 말 없이
미역을 한 웅큼 집어 드시더니
조용히 한마디를 건네셨다
“음… 드디어 올 게 왔군?"
“…?”
“인생이 박과장 키우려나 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딸깍
하고 하나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
우리는 누구나 힘들지 않고
평온하게 살고 싶어 한다
무난하게
조용하게
아무 일 없이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뜻밖의 변수가 찾아온다
“왜 나한테만…”이라고 중얼거릴 틈도 없이
곤경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빠르게 도착하곤 한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에서는 말한다
“인생은 운명과의 싸움이다
고로 인간은 짧게 그리고 험난하게 살더라도 자신의 힘이
고양되었음을 느끼고 싶어하는 존재다"
그러니까
사는 게 힘든 게 이상한 게 아니라
힘든 게 정상이라는 말이다
니체는 우리를 딱 두 부류로 나눈다
말세인과 초인
말세인, 이 사람은 안락을 사랑한다
되도록이면 아무 일 없이 무난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어 한다
예고 없는 곤경이 오면 말한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그에겐 세상이 자신의 안락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공간이다
초인, 이 사람은 고난을 견디는 걸 넘어서
고난에게 다시 오라고 한다
“이번엔 좀 더 세게 와봐”
그에겐 세상이 자기 성장을 위한 놀이터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위험하게 살아라
배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
우리의 운명이 평온하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배수비오 화산처럼 가혹해지기를 바라야 한다는 것
피하지 말고 거기서 살아보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평온은 이상향이 아니라
종말이기 때문이다
말세인의 눈에는
세상이 안락을 방해하는 고통으로 가득한 곳이고
초인의 눈에는
세상이 배움과 퀘스트로 가득한 곳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강건한 정신은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찾아 다니고 그것과의 대결을 통해
자신을 강화하고 고양시키는 정신이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오늘 아침 새똥을 맞았더라도
“그래도 소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똥을 싸는 세상보단 낫군”
라며 긍정하는 힘
나 박과장은
평온함보단 곤경을 반찬 삼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려한다
1탄: 밥 먹다 말고 하는 생각🍴 밥말생 #1 "실장님은 내가 여러 번 결혼한다고 생각했다" [스리링] 2탄: 밥 먹다 말고 하는 생각🍴 #2 사건은 없었고 해석만 있었다 [스리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