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목소리 굵고 수염 날 자리만 거뭇했지
그냥 남들 눈에 민감한 아이에 불과했다.
남들처럼 교복 안에 검은 목티를 입고
버즈 민경훈 형님의 노래를 연습했고
펜을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돌릴까 연구했다.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가 유행이었다.
알파벳 'N'이 박힌 신발은 우리가 정한 교복이 됐고
삽시간에 뉴발파와 거지파로 나뉘었다.
(나이키가 더 비싼데 지금은 이해가 안간다.)
꿈에서도 뉴발을 추앙하다시피 했다.
주류에 들고 싶었다.
용돈을 모아 백화점에 갔는데
생각보다 비싼 금액에 선뜻 사진 못했다.
내일 학교 가서 애들한테 뭐라 말하지?
월요일이 무서웠다.
고민 끝에 골목 안 짝퉁 가게로 가서
반값도 안하는 짝발란스를 샀다.
착화감은 별로였지만 안도감이 컸다.
내가 무서웠던 것은 사실
남들이 다 가진 걸 못 가진 부러움이었다.
#2
나는 어릴 적 분리불안 장애가 있었다.
엄마가 있어야할 시간에
혹은 있어야할 공간에
엄마가 없으면 그냥 울었다.
어린이집, 유치원은 물론이거니와
초등학교 12살 넘어서까지
말 그대로 엄마 껌딱지였다.
밤에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 뜨면 엄마가 집 나가고 없을까봐.
아침에 일어나 관성 같이 엄마를 찾았다.
그제야 깊은 응어리를 뱉을 수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다.
그냥 그게 무서웠다.
엄마를 잃을까봐 너무 두려웠다.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상상 조차 못했다.
그 당시 공포는
소중한 것을 잃을까봐 생긴 두려움이었다.
#3
구태여 맞지 않는 옷을 급하게 입듯
끼워 맞추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사람이 어떤 것을 두려워 하는지 일찍이 배웠다.
지금 와선 카페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다.
허나 당시 내게는
혼자 투니버스에 만화 학교괴담을 보는 것
이상의 공포 그 자체였기에
너무나도 또렷하다.
하나는,
가지고 있던 게 없어질 때.
또 하나는,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질 때.
#4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아라는 말이 있다.
종목 불문하고 투자를 하는 사람은
한 번은 들어봤을 말이다.
워렌버핏 형님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be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
#5
두려움(Fear)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봤다.
가지고 있던 게 없어질 것 같을 때 두려운지.
아님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질 때 더 두려운지.
지금이야 여유롭게 전자라 말할 수 있지만,
14만 전자 차트를 보면 어느새 군침이 싹 돈다.
'사려고 했어'와
'살 수 있었어'와
'샀어야 했어'들이
창피한 듯 달아난다.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가 봉가.
#6
이거 FOMO네?!
옆에서 인스타를 하던 와이프가 말했다.
코스피가 4800선을 넘으며
하나 둘씩 장타 혹은 단타 수익을 인증하며
현금은 쓰레기라는 자극적인 글들이 올라온다.
두려움이 현금을 쓰레기로 만든건지
탐욕이 현금을 쓰레기로 만든건지.
FOMO, Fear of missing out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줄임말로
사회적 소외감부터 투자 기회 상실까지 통용된다.
돈 벌 기회를 놓친 것만 보고,
망할 뻔한 것은 안 보였을 수 있다.
- 김원철, <부동산 투자의 정석>
돈 벌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
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어떤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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