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원래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세속적인 목적을 가지고 글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독자 반응이 좋아 2권의 책을 기획 출판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안다. 그때 내가 정말 운이 좋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결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훌륭한 작가들에 비하면, 우스운 수준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일상적으로 글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글쓰기에 뚜렷한 재능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흥미나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는 뜻은 그 분야에 재능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글쓰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내 인생에서 글쓰기를 빼놓고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글쓰기는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계기가 되었다. 더 놀라운 사실을 말해볼까 한다. 나는 글쓰기를 매개로 아내를 만났다.
그녀는 내가 블로그에 쓴 글을 전부 천천히 읽어보고, 나의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단다. (아내는 매우 신중한 성격이다.) 그렇게 우리는 첫눈에 반해 사귀게 되었고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어떤가? 글이 만들어내는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지 않은가? 즉 글은 조용하지만 파급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영상 콘텐츠는 자극적이고 도파민을 터지게 만들지만, 오래 기억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글은 사람의 영혼에, 마음에 조용히 잔상을 남긴다. 그 잔상이 변화의 씨앗이 되고,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낸다.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글쓰기의 힘을 직접 체감하였다. AI시대라고 할지라도, 저자의 솔직한 생각과 경험, 철학이 담긴 글은 가치가 있다. 이는 AI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나는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나의 마음속 한편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 글만 써서 먹고살 수 있을까? "라는 희대의 난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나는 6년이 넘게 블로그에 글을 썼고, 1,000개의 글을 쓰고 수백 권의 책을 읽으며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그 소감을 말해보자면, " 글만 쓰면서 먹고사는 것은 역시나 힘들다 "였다. 나는 반쪽자리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글을 쓰고 있지만, 다른 일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글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안정성이 너무 떨어지고, 언제든지 플랫폼의 정책과 알고리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만의 사이트를 개설하고, 강의와 강연, 글쓰기를 병행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가 연계된 모든 사업의 현금 흐름은 태생적으로 안정적이지 않고, 들쑥날쑥하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글이라는 콘텐츠는 기호의 상품이고,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글이 인생을 바꿀만한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똥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상대적인 가치를 지닌 글에서 나오는 소득이란 당연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글쓰기는 체력과 정신력을 많이 소비하는 활동이다. 즉 돈을 버는데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작가들은 살이 잘 찌지 않는다. 그들은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데도, 왜 점점 야위어갈까? 그만큼 글쓰기가 많은 체력과 에너지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정신적 노동은 겉으로 잘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엄청 힘들다.
우리가 몸을 함부로 쓰면, 병이 나듯이, 정신적 에너지도 과도하게 사용하면 번아웃이 오는 것이다. 따라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육체적 활동과 휴식을 통해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렇게 마라톤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력이 부족하면, 글을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쓰기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글쓰기만큼 가성비 떨어지는 돈벌이 수단도 없다. 그럼에도 내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저 글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사랑한다. 이것이 나의 원동력이다.
나는 원래 생각이 많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런 나에게도 글쓰기가 지겹고, 하기 싫은 적이 많았다. " 뭘 써야 하지? "라는 두려움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글쓰기만큼 보상이 적은데,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활동도 없을 것이다. 그 누가 글쓰기를 취미처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고, 신경 쓰고 보상도 적은 작업을 말이다. 따라서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작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희망적인 메시지일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아무나 글을 오랫동안 쓸 수 없다는 의미가 될 테니 말이다. 자신을 옭아매던 에고라는 사슬을 풀어내고, 자유롭게 글을 써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글쓰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글쓰기의 매력은 분명하게도 '자기표현'이다. 그 누구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면, 조용히 번져나가듯이 나의 글이 소비된다. 나의 생각, 말, 신념, 철학, 일상이 공유되면서 돈까지 벌어다 준다. 이것만큼 흥미로운 일이 또 있을까?
따라서 글을 쓰는 일은 분명 예술 쪽에 가깝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예술의 공통점은 빈부격차가 극심하다는 점이다. 잘 나가는 작가는, 계속 잘 나간다. 잘 안 되는 작가는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견뎌야 한다. 그럼에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 글쓰기를 하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글쓰기만이 줄 수 있는 몰입과 즐거움, 영혼의 해방감은 삶을 견디는 무기가 된다. 글쓰기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증폭시켜 주는 도구이다. 글은 분명 영상보다는 자극적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오래 남아있고,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 세계는 끊임없이 변한다. 변한다는 사실만 불변한다. 당신의 첫 생각에는 굉장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 첫 생각은 무한한 지성과 연걸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감이 오는 순간에 당신은 이 세상과 하나가 될 수 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문장과 문단의 조화로운 합을 통해 창조하는 일은 짜릿하고 즐겁다.
그리고 글을 오랫동안 쓰다 보면, 도저히 내가 쓴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훌륭한 글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당신이 돈이 되지 않더라도, 글쓰기 생활을 시작해 보길 권하고 싶다. 당신의 영혼과 잠재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당신의 마음에 담겨 있는 이야기와 경험, 신념을 글쓰기를 통해 확장시킨다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았기에, 당신에게 진심으로 글을 써보라고 권할 수 있는 것이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가성비가 떨어져도, 보상이 크지 않더라도 글쓰기를 시작하라. 당신의 삶은 분명 글쓰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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