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전, 처음 러닝화를 샀습니다.
건강해져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첫날은 나름 설렜습니다.
그런데 3일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운동을 하고 왔는데 오히려 더 피곤했습니다. 몸이 개운하기는커녕 다음 날 출근이 더 힘들었습니다.
달리러 가기 전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냥 쉴까. 어차피 피곤한데.
그때 그만뒀으면 이상한 게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하는데 왜 더 힘들지, 하면서 포기하는 게 합리적으로 느껴졌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냥 계속 나갔습니다.
잘 뛰려고 나간 게 아니었습니다.
신발 신고 밖에 나가는 것만 했습니다.
운동 생리학에서는 이걸 '적응 부하'라고 합니다. 몸이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피로가 쌓입니다. 안 쓰던 근육을 쓰고, 안 올리던 심박수를 올리고, 안 하던 패턴을 몸에 집어넣는 동안 몸은 저항합니다. 그 저항이 피로와 귀찮음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중요한 건 이런 모습은 운동 외에도 새롭게 시작하는 투자공부나, 안하던 책읽기 등도 다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도전이나 성장의 쌍둥이는 피로나 귀찮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을 할 때 이 구간이 없던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 구간에서 대부분 그만둔다는 겁니다. 운동을 시작한 사람 중 3개월을 넘기는 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80%는 이 구간에서 멈춥니다.
나는 운동 체질이 아닌가봐, 원래 이렇게 힘든 게 맞나, 하면서요.
그런데 이 구간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원래 이 구간을 지나야 합니다.
저도 이 구간이 있었습니다.
이때 제 마음은 '운동하러간다'고 생각하지말고 '신발 신고 나가보자' 라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운동하러 간다는 제 수준에서는 거창한 말이 저를 운동을 시작조차 하기 어렵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쯤 지났을 때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피로 회복이 빨라졌고, 3킬로미터가 힘들었던 몸이 5킬로미터, 10킬로미터를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달리는 것 자체가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때부터 달리는 중에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항상 나오는 흰색강아지가 있었는데, 그 강아지가 신나게 뛰는 모습을 보면서 웃었습니다. 땀을 흘리고 나서 마시는 물 한 모금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습니다. 코스 중간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 5분이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이 됐습니다.
처음엔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었습니다. 초반엔 숨 쉬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은 것들이 내일도 신발을 신게 만들었습니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게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좋아서 달리게 됐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이유가 된 겁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목표만 바라보는 사람은 목표가 멀게 느껴지는 순간 멈춥니다.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은 사람은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 달리는 것 자체가 이미 좋으니까요.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주 2~3회 러닝이 없으면 오히려 어색합니다. 조금 늦게 귀가하면 일단 뛰러 나가고, 오후부터 밤까지 일정이 있으면 아침에 뛰기도 합니다.
처음과 달라진 이 변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대단한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세워서도 아니었습니다. 신발 신고 나간다라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계속 나가다보니 성장의 쌍둥이와 같은 피로나 귀찮음을 넘어서게 되었고 그것을 넘으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작은 즐거움들이 다시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안 하면 어색한 상태가 됐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힘든 구간이 있습니다. 그 구간을 지나면 임계점이 옵니다. 임계점을 넘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어딘가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찾게 됩니다.
오래 하는 사람이 결국 잘하게 됩니다. 잘하려고 오래 하는 게 아닙니다. 즐거움과 재미를 찾고 오래 하다 보니 잘하게 되는 겁니다. 순서가 다릅니다.
이 이야기가 러닝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어떤 것을 시작했는데 힘들고 귀찮은 분들이 있다면, 그 구간을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즐거움 하나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해 지는 풍경,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같은 것. 그게 생각보다 오래가게 해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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