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뒤에도 옛 세금에 묶여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올해 3월 시행된 ‘생계형 체납자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 제도는, 소득도 재산도 없어 사실상 낼 방법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의 체납을 지워 경제적 재기를 돕습니다.
누가, 어떤 세금을, 어떻게 덜 수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 봅니다.
1. 7년을 따라다닌 세금
가게를 접은 지 7년이 지났는데도, 그분은 여전히 그때의 세금에 묶여 있었습니다.
코로나를 끝내 넘기지 못하고 식당 문을 닫은 뒤로 남의 가게 주방을 전전하며 살아왔는데, 폐업 직전 해의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가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습니다. 원금은 2천만 원 남짓이었지만, 그사이 가산세가 붙어 액수는 더 불어 있었습니다. 본인이 모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낼 돈이 없었을 뿐입니다.
이런 사연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사업은 접은 지 오래고 지금은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한때 장사하던 시절의 세금이 빚처럼 따라다니는 분들.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한 달에도 몇 분씩 만납니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사정은 더 나빠져 있습니다.
2. 체납은 어떻게 늪이 되는가
세금을 못 낸 채 시간이 흐르면, 단순히 ‘빚이 남는’ 정도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체납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납세증명서가 나오지 않습니다. 은행 대출이든 작은 자금 융통이든 첫 관문에서 막혀 버립니다. 체납액이 150만 원만 넘어도 매일 납부지연가산세가 붙어 빚이 야금야금 자라고, 500만 원을 넘기면 금융기관에 신용정보가 넘어가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카드 발급이 거절됩니다.
소득세나 부가세가 밀려 있으면 사업 허가가 제한될 수 있고, 세 번 넘게 밀리면서 체납액이 500만 원을 넘으면 허가가 통째로 취소되기도 합니다.
돈이 없어 세금을 못 냈는데, 못 냈다는 이유로 다시 돈 벌 길까지 막히는 셈입니다. 빠져나오려 애쓸수록 더 깊이 빠지는 늪과 다르지 않습니다.

3. 올해 3월, 국세청이 내린 사다리
올해 3월, 국세청이 이 늪에 사다리를 하나 내렸습니다. ‘생계형 체납자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이라는 제도입니다.
이름은 딱딱하지만 뜻은 분명합니다. 소득도 재산도 없어 사실상 낼 방법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라면, 밀린 세금을 지워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근거 조항은 조세특례제한법 제99조의15, 한 사람이 덜어낼 수 있는 한도는 최대 5천만 원입니다.
이런 제도가 왜 지금 나왔을까요. 배경에는 자영업의 고단한 현실이 있습니다. 2024년 한 해에만 개인사업자 92만 5천 명이 가게 문을 닫았고, 그중 47만 명은 폐업 사유가 ‘사업 부진’이었습니다. 2025년 첫날을 기준으로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체납액이 5천만 원 이하인 사람만 28만 5천 명에 이릅니다. 한때 성실히 가게를 꾸렸지만 경기와 운이 따라 주지 않아 무너진 분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지워지는 세금은 정해져 있습니다. 2025년 1월 1일 이전에 생긴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그리고 거기 딸린 가산세·가산금과 강제징수비입니다. 그것도 전부가 아니라, 실태조사 결과 ‘받아낼 길이 없다’고 인정되는 부분만 대상이 됩니다. 양도소득세나 법인세 같은 다른 세목은 들어가지 않고, 2025년 들어 새로 생긴 체납도 이번엔 빠집니다. 쉽게 말하면 옛 장사 시절의 소득세·부가세, 그것이 핵심입니다.

4.그렇다면 누가 해당되는가
체납이 있다고 누구나 받는 것은 아닙니다. 대상은 다음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으로 좁혀집니다.
실태조사 전에 모든 사업장을 폐업했고, 형편이 어려워 납부가 곤란하다고 인정될 것
조사 시점에 소멸 대상 체납액이 5천만 원 이하일 것
폐업 직전 3년간 사업 수입금액의 평균이 15억 원 미만일 것
최근 5년 안에 조세범으로 처벌받은 일이 없고, 지금 조사를 받고 있지도 않을 것
예전에 같은 소멸 제도(조특법 제99조의5)를 적용받은 적이 없을 것
추려 보면 결국 이런 분입니다. 크게 벌지 않았고, 세금 문제로 죄지은 적도 없는데, 정말로 낼 형편이 못 되는 사람. 성실하게 살았지만 사정이 어려워진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제도라고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5.신청부터 결정까지
방법 자체는 까다롭지 않습니다. 가까운 세무서를 찾아가거나 우편으로 내도 되고, 홈택스에서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청서를 냈다고 곧바로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세무서 담당자가 직접 집을 찾아와 생활 형편을 살피고 소득과 재산을 확인하는 실태조사를 거치고, 그 결과를 국세체납정리위원회가 심의해 소멸 여부를 정합니다.
결정은 신청일로부터 6개월 안에 나오고, 결과는 본인에게 통지됩니다. 재산 확인이 더 필요하면 열흘 안의 기간을 정해 소명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국세청은 이 일을 빠르게 처리하려고 올봄 ‘국세 체납관리단’을 새로 꾸렸습니다. 신청자의 집을 직접 찾아 생활 실태를 확인하고, 몸이 불편하거나 사정이 있어 직접 신청하기 어려운 분은 본인 동의를 받아 공무원이 대신 신청해 주기도 합니다. 요건을 갖췄을 법한 분께는 국세청이 먼저 안내를 보낼 예정이기도 합니다. 신청 기한은 2028년 12월 31일까지이니 시간은 있지만, 미룬다고 좋을 것도 없습니다.
몇 가지는 정확히 알고 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제도를 흔히 ‘세금 탕감’이라 부르지만, 자동으로 지워지는 게 아닙니다. 본인이 신청해야 하고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재산을 숨기거나 형편을 거짓으로 꾸미는 것도 통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공무원이 직접 와서 확인하니, 있는 그대로 소명하는 편이 가장 빠릅니다. 한 번 이 혜택을 받으면 다시는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 두십시오. 그리고 소멸 대상 체납액이 5천만 원을 넘으면 이 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그때는 다른 길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맺으며
세금은 성실히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제도는 그 원칙을 허무는 게 아니라, 받아낼 수 없는 빚을 평생 짊어지게 해 봐야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에 가깝습니다. 영영 못 받을 체납으로 한 사람을 주저앉혀 두기보다, 다시 일해서 세금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돌려보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지요.
그러니 혹시 본인이나 가까운 누군가가 폐업 뒤 체납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면, 그냥 덮어 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세무서나 국세상담센터(126)에 해당 여부부터 물어보십시오.
처음 만난 그분도, 7년을 따라다닌 빚을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다시 한번 해볼까’ 하는 말을 꺼냈습니다. 내려놓아도 되는 빚이라면, 더 늦기 전에 내려놓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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