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와 태교여행으로 한강이 보이는 5성급 호텔에 묵었습니다.
체크인할 때 조식 시간을 안내받았는데 6시 30분과 8시 30분, 두 타임이었습니다. 다음 날 궁금해서 6시 30분에 내려가 봤는데 식당이 거의 다 차 있었습니다. 8시 30분에 내려갔을 때는 오히려 한산했습니다. 부자들은 휴가를 와도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제 머릿속에 더 오래 남은 건 다른 장면이었습니다.
조식을 먹는 사람들도, 그날 저녁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도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한강을 보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고, 러닝머신 위에서도 영상이나 화면 없이 그냥 뛰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 밥 먹을 때도 핸드폰을 보고, 운동할 때도 영상을 봅니다.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풍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정말 희귀한 게 뭘까. 그게 바로 '집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훨씬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세, 금리 전망, 종목 분석, 전문가 의견. 유튜브를 켜면 수백 개의 채널이 매일 새로운 분석을 쏟아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판단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가진 정보 안에서 판단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부터 골라야 합니다. A 채널은 오른다고 하고, B 채널은 내린다고 합니다. 둘 다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보다 보면 머릿속이 오히려 더 복잡해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선택 과부하'라고 부릅니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결정을 내려도 그 결정에 대한 확신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똑똑한 판단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화면을 안 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정보, 이 판단에만 머물러 있다는 의미입니다.
투자 공부를 할 때를 떠올려보겠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동시에 메신저 알림을 확인하고, 부동산 앱을 열어보다가 다시 유튜브로 넘어갑니다. 한 번에 여러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어느 것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쌓인 얕은 정보들은 판단의 재료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불안의 재료가 됩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정보, 누군가 말했던 것 같은 전망들이 머릿속에 뒤섞여 있다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갑자기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때 그 사람이 떨어진다고 했었는데." 깊이 들여다본 적 없는 정보가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림을 만듭니다.
반대로, 하나의 정보를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은 다릅니다. 그 정보가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지를 압니다. 그래서 다른 의견을 마주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자기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단언컨데 내 안의 기준과 프레임을 계속 개선시키고 그것을 통한 정보에 대한 판단이 훨씬 중요해질 능력이 될 것입니다.

5성급 호텔에서 본 사람들이 유독 부유해서 핸드폰을 안 본 건 아닐 겁니다. 다만 그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이게 자산과 어떻게 연결될까요.
자산을 만드는 과정은 결국 수많은 판단의 합입니다. 어떤 지역을 볼지, 어떤 시점에 움직일지, 어떤 정보를 믿을지. 이 판단들이 쌓여서 자산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좋은 판단은 산만한 상태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하나의 정보, 하나의 매물, 하나의 데이터에 충분히 머물렀을 때 나옵니다.
정보가 부족한 시대에는 정보를 모으는 능력이 경쟁력이었습니다. 지금은 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경쟁력은 정보를 더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모은 정보 중 무엇에 집중할지를 아는 것입니다.
집중력은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연습할 수 있는 근육입니다. 실제로 뇌에는 신경가소성이라는 ‘변화하고자 하는 특징’이 모두에게 있어서 내가 노력하고 싶은 분야에서 시간을 쓰고 궁리를 지속하면 정보에 집중하는 근육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육은 투자 판단을 내리는 순간에 그대로 쓰입니다.
유튜브나 뉴스레터를 보는 시간과, 그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두세요. 보면서 동시에 판단하려고 하면 둘 다 얕아집니다. 오늘 본 정보 중 하나를 골라, 핸드폰을 내려놓고 5분만 그 정보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작고 사소하게 보이지만, 이게 집중하는 연습의 시작입니다. 한 가지에 머무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보는 것. 이 작은 연습이 쌓이면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으로 이어집니다.
열 개를 얕게 보는 것보다 하나를 제대로 보는 게 낫습니다. 투자에서는 종목에 대한 이해도 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그 하나를 충분히 들여다보면,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있는 나만의 기준이 생깁니다. 그 기준이 생기면 다른 의견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태교여행에서 좋은 추억과 함께 작은 질문 하나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정보에, 나는 정말 집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결국 다음 판단을 다르게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도 원하는 목표를 궁리하고 얻어내시는 시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