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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역사로 배우는 투자공부 3편 : 세계로 나간 강남, 그리고 첫 패배

26.07.10

지난 편에서 

'강. 남. 불. 패'라는 네 글자가 완성되는 걸 보셨죠. 

 

정부도 못 믿겠으니 땅으로

좋은 학교도 강남에만

아파트는 사두면 오르고. 

이쯤 되면 강남은 무적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목을 다시 봐주세요. 

세계로 나간 강남, 그리고 첫 패배 입니다. 

네, 그 무적 같던 강남이 처음으로 

크게 휘청이는 순간이 옵니다.

 

다만 그 전에, 

강남이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한 번 맞이하거든요. 

 

오늘은 그 화려한 상승과, 

그 뒤에 찾아온 첫 하락을 함께 보겠습니다.

 

 

 

세 가지 행운이 한꺼번에 찾아오다

 

1980년대 초, 강남은 잠깐 주춤합니다. 

전 세계에 기름값이 폭등하는 위기(2차 석유 위기)가 닥쳤거든요. 

하지만 이 겨울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1985년쯤부터 대한민국에 거짓말 같은 행운이 

세 개나 한꺼번에 찾아옵니다. 

 

흔히 '3저 호황'이라고 부르는 건데, 

세 가지가 동시에 좋아진 겁니다.

 

  • 기름값이 쌌습니다 → 물건 만드는 비용이 확 줄었죠.
  • 국제 금리가 낮았습니다 → 돈 빌리기가 쉬웠고요.
  • 환율이 수출에 유리했습니다 → 만든 물건이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이 세 박자가 맞물리니 나라 전체가 돈을 벌었고, 

그 돈은 어김없이 부동산으로 흘렀습니다. 

 

이 시기 전국 집값은 5년 새 절반 가까이(약 47%) 뛰었고, 

전세는 무려 80% 넘게 올랐어요.

 

여기서 꼭 기억하실 게 하나 있어요. 

이 폭등은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호황) 덕이 컸다는 겁니다. 

 

 

출처 : ai 생성

 

 

 

전세가 폭등한 진짜 이유

 

이때 전세가 유독 많이 뛴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어요. 

1989년, 전세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법이 시행됩니다.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좋은 취지였죠.

 

그런데 집주인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이제 2년간 못 올리니까, 

그럼 지금 2년 치를 미리 다 올려 받자." 

 

그 결과 전세금이 한꺼번에 껑충 뛰어버립니다.

 

이 장면, 잘 기억해 두세요. 

좋은 의도의 제도가 오히려 가격을 밀어 올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똑같은 일이 30년 뒤 2020년에 또 한 번 벌어집니다

역사가 반복된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예요.

 

 

 

세계 무대에 데뷔한 강남 : 올림픽이 바꾼 8년

 

그리고 1988년, 강남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찾아옵니다. 

서울 올림픽이었죠. 

 

그런데 이 올림픽, 강남과 아주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주경기장을 비롯한 올림픽의 무대가 바로 

한강 이남의 잠실 일대였거든요. 

 

얼마 전까지 뽕밭·논밭 취급받던 강 남쪽 땅이, 

이제 전 세계 카메라가 비추는 주인공 자리에 선 겁니다.

 

올림픽을 유치하고 치르는 8년(1981~1989) 동안

서울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합니다.

 

  • 인구: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1981년 867만 명이던 서울 인구가, 
    올림픽 직후인 1989년 1,000만 명을 돌파합니다. '한강의 기적'이 인구로 증명된 셈이죠.
  • 서울시 예산: 같은 기간 약 1조 원에서 3조 5천억 원대로, 세 배 넘게 불어납니다. 
    그만큼 도시에 돈을 쏟아부었다는 뜻이에요.
  • 재개발과 아파트: 1970년대에 찔끔 진행되던 도심 재개발이 급물살을 타 
    무려 93개 지구에서 이뤄졌고, 아파트 공급도 1.8배로 늘었습니다.

     

여기에 사실상 한 개 노선 수준이던 지하철이 네 개 노선으로 확 늘어 도시의 뼈대가 완성됐고, 
공원도 대폭 늘어 도시 경관 자체가 바뀝니다. 

살림살이도 달라졌어요. 올림픽 생중계를 계기로 집집마다 TV가 빠르게 보급됐고, 

1982년 프로야구와 1983년 씨름(천하장사) 같은 프로스포츠가 잇달아 출범하며 

'여가'라는 개념이 생활 속에 자리 잡습니다. 
자동차를 직접 굴리는 '마이카(My Car) 시대'도 이때 열렸고요.

 

88올림픽 전후 비교 ,출처 : 서울시

 

 

이 숫자들이 부동산 초보에게 말해주는 게 뭘까요? 

 

사람이 몰리고(인구 1,000만), 돈이 풀리고(예산 3배), 길과 아파트가 깔리고(지하철·재개발), 

소득이 늘어 삶의 질을 따지기 시작한(여가·마이카) 겁니다. 

 

1편에서 말씀드린 '집값을 올리는 재료'가 

8년 만에 한꺼번에 쏟아진 거예요. 

 

이 거대한 성장의 파도 위에서, 그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강남·잠실 일대의 위상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강 건너 뽕밭이라 무시당하던 촌동네가 

이제 세계인이 감탄하는 국제도시의 얼굴이 된 거죠.

 

 

하늘에서 200만 채가 쏟아지다

 

전성기의 끝에서, 강남은 태어나 처음으로 무릎을 꿇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공급이었어요.

1990년대 초,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어마어마한 결단을 내립니다. 

무려 200만 채의 집을 한꺼번에 짓기로 한 거예요

(분당·일산 같은 1기 신도시가 이때 생깁니다). 

 

당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1,100만 정도였는데, 

그 위에 200만 채를 쏟아부은 겁니다. 

감이 오시나요? 시장이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물량이었어요.

 

결과는요? 

그 무적 같던 강남조차 값이 흔들렸습니다. 

"강남은 절대 안 떨어진다"던 불패 신화에 

처음으로 쩍, 하고 금이 간 순간이었죠.

 

분당 1기 신도시 건설 ,출처 : 위키피디아

 

 

여기서 부동산의 가장 중요한 진리 하나가 증명됩니다. 

아무리 수요가 강한 곳이라도, 공급이 쏟아지면 값은 꺾인다. 

이건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원칙이에요.

 

 

초보 투자자가 여기서 챙겨야 할 3가지

 

하나, 외부 호황에 휩쓸리지 말고 '가치'부터 확인하세요. 

3저 호황처럼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으로 다 같이 오르는 시장에선, 

무엇이 진짜 좋은 물건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를 땐 뭐든 좋아 보이니까요. 

하지만 바람이 멎으면 결국 그 자산 본연의 가치만 남습니다. 

분위기에 편승하기 전에, 이 지역과 이 물건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입지·수요·미래 가치)를 

스스로 따져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둘, 공급(입주 물량)은 반드시 확인하세요. 

아무리 좋은 동네여도, 근처에 새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엔 가격이 눌립니다. 

사려는 지역의 향후 입주 물량을 체크하는 건, 초보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습관입니다.

 

셋, 제도 변화는 시장을 흔듭니다. 

1989년 전세 기간 연장이 전세가를 밀어 올렸던 것처럼요. 

세입자·집주인·세금에 관한 법이 바뀐다는 뉴스는, 

그냥 정치 얘기가 아니라 '시장에 반영되서 움직인다'는 예고편입니다.

 


 

88올림픽으로 세계 무대까지 올랐던 강남이, 

대량 공급 앞에서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불패'라는 믿음도 영원하진 않다는 걸 시장이 증명한 셈이죠.

 

그런데 이 90년대엔, 가격이 흔들린 것보다 

훨씬 더 무겁고 아픈 일들이 있었습니다. 

화려하게만 보이던 성장의 뒷면에 어떤 청구서가 숨어 있었는지?

다음 편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부동산 역사로 배우는 투자공부 시리즈 
부동산 역사로 배우는 투자공부 1편 : 뽕밭이 평당 3천 원이 되기까지, 딱 1년! 강남의 시작
부동산 역사로 배우는 투자공부 2편 : 정부도 못 믿겠다, 그래서 강남을 샀다(강남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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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

해피율율
26.07.10 23:04

우와 우부님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과거역사를 꼭 알아야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나요? ^^'''' 전세기간을 늘리는 것은 결국 세입자에게 전세금인상으로 전가되는 것, 그리고 공급이 많으면 심리는 꺾일 수 있다는것. 지금과 반대되는 상황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있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우부님~!!

케빈D
26.07.10 22:20

역시나 공급량이 정말 중요하겠군요 .. ! 자산의 가치 인지 + 공급 파악 !!!!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부님 ㅎㅎ

걷는
26.07.10 22:24

우와 우부님 3탄 너무 기다렸습니다!! ㅋㅋㅋㅋ 재밌게 읽히면서 유익한 내용들이 많네요!! 전세 기간을 건드려서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대규모 공급에 출렁이는 모습은 과거와 지금이 그대로 반복되었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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