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우이입니다.
지난 8월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난 글 '규제의 끝은 하락입니다'에서 과거 규제에는 수순이 있었고, 대출 규제와 지역 지정 다음에는 세금 정책이 뒤따랐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글 보러가기: 규제의 끝은 하락입니다)
그리고 그 정책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정책 요약은 짧게 줄이고, 이 정책이 만들어갈 ‘다음 시나리오’를 그려보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 대책이 10.15처럼 다음 날부터 적용되는 규제가 아니라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정부안이고, 시행도 올해 10월부터 2029년까지 계단식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번 대책의 본체는 '어제 바뀐 것'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정리가 아니라 시나리오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 이번 세제안이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 그리고 그 흐름을 무엇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세제개편안 상세본에서 시장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만 추렸습니다.
(모두 정부안 기준이며, 국회에서 바뀔 수 있습니다)
종부세,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2028년부터 주택 수에 따른 차등세율이 폐지되고 가액 기준 하나로 통일됩니다. 몇 채인지가 아니라 얼마짜리인지를 묻겠다는 것입니다.
'거주'만 보호합니다.
1세대 1주택 기본공제가 거주 14억, 비거주 9억으로 갈라집니다. 실거주 1주택(시가 약 20억 이하)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지만, 같은 한 채라도 살지 않으면 부담이 커집니다.
양도세 공제도 '거주 중심'으로 바뀝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개편됩니다. 거주 공제는 커지고(최대 40%에서 80%로), 보유만 한 경우의 공제는 2029년 폐지됩니다. 2028년 양도분부터 적용됩니다.
갈아타기 시계가 짧아집니다.
조정대상지역 내 일시적 2주택 특례가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듭니다. 올해 10월 1일 이후 종전주택 양도분부터이며, 8월 3일 이전에 계약한 경우는 종전 규정입니다.
그리고 매물수가 늘어날 수 있는 정책도 함께 나왔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2027년에 한시 완화되고(2주택 +5%p, 3주택 +10%p), 만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집을 팔고 지방으로 이주하면 양도세를 2027년 50%, 2028년 30% 감면해줍니다. 10년 이상 거주한 1주택의 양도세 기본공제도 25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커집니다.
뉴스에는 수억 원짜리 보유세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건 초고가 아파트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개편안 원문 기준으로 계산해봤습니다. 시가 10억부터 30억까지, 1세대 1주택 기준입니다.
(공시가격은 시가의 70%로 가정했으며, 재산세 중복분 공제와 세액공제를 뺀 약식 계산이라 실제 납부액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시가 | 공시가격 | 현행 | 개편안 거주 1주택 | 개편안 비거주 1주택 |
10억 | 7억 | 대상 아님 | 대상 아님 | 대상 아님 |
15억 | 10.5억 | 대상 아님 | 대상 아님 | 약 53만 원 (신규) |
20억 | 14억 | 약 60만 원 | 면제로 전환 | 약 185만 원 (3배) |
25억 | 17.5억 | 약 171만 원 | 약 123만 원 (감소) | 약 357만 원 (2배) |
30억 | 21억 | 약 318만 원 | 약 283만 원 (소폭 감소) | 약 672만 원 (2배+) |
이 표에서 세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거주하고 있다면 이 구간에서는 걱정할 것이 거의 없습니다.
시가 20억은 현행에서 60만 원가량 내던 종부세가 오히려 면제로 바뀌고, 25억과 30억도 소폭 줄어듭니다. 공제가 12억에서 14억으로 커진 효과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뉴스의 공포와 달리, 이 가격대의 실거주자는 이번 개편의 수혜자에 가깝습니다.
둘째, 비거주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가 15억부터 종부세에 새로 진입하고, 20억은 3배, 25~30억은 2배가 넘습니다. 전세를 끼고 사둔 1주택, 즉 '살지 않는 한 채'가 처음으로 과세 구간 안에 들어온 것입니다. 이번 개편의 의도가 '가격'이 아니라 '거주 여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 표가 그대로 보여줍니다.
셋째, 거주자의 세금이 실제로 늘기 시작하는 경계는 시가 35억, 눈에 띄게 뛰는 경계는 46억입니다.
46억부터는 과세표준이 상위 세율 구간(2028년 2.0%)에 들어가기 때문인데, 이 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체 종부세 납세자의 5% 정도입니다. 뉴스의 '세금 폭탄'은 이 5%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그 위의 구간은 어떻게 되는지, 경계선을 지도로 정리하면 당므과 같습니다.
시가 구간 | 공시가격 | 과세표준 위치 | 종부세 변화 |
|---|---|---|---|
~20억 | ~14억 | 공제 이하 | 대상 제외 |
20~34억 | 14~23.5억 | 6억 이하 | 감소 공제 확대 효과가 세율 인상을 상쇄 |
35~45억 | 24~31억 | 6~12억 | 소폭 증가 약 3~11% 수준 |
46억~ | 약 32억~ | 12억 초과 진입 | 급증 46억: 27년 +27%, 28년 +30% / 50억: +29%, +39% |
*거주 1세대 1주택 · 재정경제부 시뮬레이션 및 발표자료(언론 보도 종합) · 정부안 기준
이번엔 같은 시가 20억을 '어떤 형태로 들고 있느냐'로 나눠 계산해봤습니다.
보유 형태 (총 시가 20억 = 공시 14억) | 2026 현행 | 2027 | 2028 | 2029 |
|---|---|---|---|---|
1주택 · 거주 (공시 14억) | 약 60만 | 0 (면제) | 0 | 0 |
1주택 · 비거주 (공시 14억) | 약 60만 | 약 185만 | 약 185만 | 약 185만 |
2주택 · 조정지역 (공시 7억+7억) | 약 150만 | 약 308만 | 약 360만 | 약 360만 |
3주택 (공시 7억+3.5억+3.5억) | 약 150만 | 약 308만 | 약 360만 | 약 360만 |
같은 20억인데, 4년 뒤 세금은 0원과 360만 원으로 갈라집니다. 가격이 같아도, 형태가 세금을 정합니다.
그리고 이 표에서 눈여겨보실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2028년부터 2주택과 3주택의 종부세가 같아진다는 점입니다. 주택 수 세율이 폐지되고 가액 기준으로 통일되기 때문인데, 이 말은 곧 세 채를 두 채로 줄여도 세금이 줄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줄이려면 '거주 한 채'까지 가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까지의 계산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보유에서 거주로."
우리는 늘 하던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과거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2020년 7.10 대책입니다.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를 동시에 올렸던 지난 사이클 후반부에 나왔던 강력한 세금 규제였죠.
그때 매물이 쏟아졌을까요? 두 장면이 있었습니다. 시행 전 유예기간에는 절세 매물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리고 시행이 시작되자, 매물이 잠겼습니다. 종부세 때문에 팔고 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팔 수 없었고, 파는 대신 증여가 늘었고, 매물이 사라진 시장에서 가격은 2021년에 더 올랐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오르다보니 호가로 매물을 내놓고 그 가격으로 매수세가 붙으면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거래량은 줄어들고 호가는 올라가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과거가 남긴 교훈은 이것입니다.
세금은 수요를 완벽하게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그 안에서 매수 수요가 살아있다면 매물이 없고 거래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상승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7.10은 '주택 수'를 겨냥했지만 8.3은 '가액과 거주'를 겨냥합니다. 다만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이번 대책을 보면 앞으로의 일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양도세 공제 축소는 2028년부터이니 2027년 말까지 팔면 현행 공제를 그대로 받습니다. 다주택 중과 완화는 2027년이 가장 낮고 2028년엔 도로 올라갑니다. 임대사업자 혜택도 2027년까지 팔아야 유지됩니다. 세 가지 상황 모두 같은 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구간에는 절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매도를 고민하던 고가, 비거주, 다주택 보유자에게 명확한 시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는 보유 부담은 커지고(종부세 인상), 매도 부담도 커집니다(공제 축소).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과거와 유사하게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실거주 한 채'만 보호되기 때문에, 수요가 이 기준선 안쪽으로 모일 수 있습니다. 지난 사이클이 "똘똘한 한 채로"였다면, 이번 세제가 보내는 신호는 "그 한 채도 실거주로"입니다. 전세를 끼고 보유해온 '살지 않는 한 채'들의 연간 비용이 구조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이 세를 놓았던 집에 직접 들어가기 시작하면, 매매 매물과 함께 전세 매물도 줄어듭니다. 지금 5~6년 보유한 사람이 "이왕이면 10년을 채우자"며 실입주하는 순간, 그 집은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에서 동시에 사라집니다. 특히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전세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주택자라면
세금 뉴스가 남의 일처럼 보이지만, 세금으로 인해 급매가 나올 수 있고 그 시기는 무주택자에게 선택지가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때 움직일 수 있으려면 지금 후보 단지와 기준 가격이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잠김이 확인된 뒤에 움직이면 늦습니다.
실거주 1주택자라면
이번 안에서 보호받는 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갈아타기를 계획 중이라면 변경되는 일시적 1가구2주택 요건, 양도 시점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보유 주택이 많거나 고가, 비거주 주택이 있다면
2027년 말이라는 시기를 정해놓고 매도, 보유, 증여를 연도별로 계산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보유했을 때의 편익과 비용, 그리고 매도했을 때의 편익과 비용을 미리 계산해두어야 시장 안에서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규제가 나오는 동안은 상승장이고, 규제가 멈추고 풀릴 때가 하락장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8.3 세제안은 여전히 상승이 지속되기 때문에 규제가 아직 '나오고 있는' 구간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기회가 오는 순간과 사라지는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기회의 시간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다음 몇 년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흐름이나 정책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대응하는 것은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준비하는 시간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