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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300년 전에도 같았습니다

26.07.13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

“조금 더 기다리면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까?”

내 집 마련을 위한 우리의 고민은 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영끌’이라는 말이 유행했고,

 시장이 하락하자 고점에 집을 산 사람들의 선택이 틀렸다는 이야기마저 나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 하락장을 지나 2024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부동산시장은 다시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이번에도 지난 상승장과 마찬가지로

 ‘벼락거지 시즌2’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집을 둘러싼 고민과 문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300년 전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전세난이 있었습니다

 

조선이 건국된 후 한양에는 사람과 일자리가 빠르게 몰려들었습니다.

한양이 수도가 되기 전에는 개경, 현재의 개성이 수도였습니다.

 

고려는 918년 건국 이후 개경을 수도로 삼았고, 

조선 건국 직후인 1394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수도를 이전했습니다.

 

초창기 한양은 약 10만 명 규모를 염두에 두고 조성된 계획도시였지만,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가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인구는 늘어났지만 도성 안의 땅과 집은 한정되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주택 부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집에 세를 들어 살아야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퇴계 이황처럼 높은 관직을 지낸 사람들도

한양에서의 셋방살이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지방에 기반을 둔 관리가 한양에서 관직 생활을 하려면

거주할 집을 따로 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직장인이 

회사 근처에 전셋집을 구하는 모습과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한양으로 몰려들었을까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한양에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양은 조선의 수도였습니다.

왕과 왕실이 머물렀고, 중앙 관청과 군영이 자리 잡았습니다.

 

관직에 임명된 지방의 관리들은 한양으로 올라와야 했고,

 관직을 얻거나 과거시험을 준비하려는 유생들도 자연스럽게 한양으로 향했습니다.

 

즉, 일자리가 한양에 몰려 있었고 

한양으로 올라오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사람들이 한양과 서울로 몰려드는 이유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 근본은 같았습니다.

 

문화와 경제, 직장과 환경, 교육이 모두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부동산은 바뀌었을까?

 

조선시대를 지나 근대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1960년대 초반 이후 대한민국의 주택시장에도 총 여섯 번의 상승과 하락 사이클이 나타났습니다.

 

 

 

1차 사이클 : 1960년대

 

1960년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상승은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나타났습니다.

농촌에 머물던 사람들이 일자리와 교육,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서울과 대도시로 이동했습니다.

 

과거 한양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빠르게 몰려들기 시작하자 

인구는 늘어났지만, 이들이 거주할 주택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베트남 파병과 한일 국교 정상화 등을 통해 외국자본이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주택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이 시기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바로 강남 개발입니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서울 주변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강남 개발이 시작되면서 상승세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2차 사이클 : 1960년대 말~1970년대 말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말까지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한국은 수출 중심의 고도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근로자의 임금과 소득이 증가하면서 시중에 돈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물가상승률보다 예금금리가 낮았습니다.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땅과 집처럼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1972년 시행된 ‘8·3조치’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가 기업들이 사채시장에서 빌린 돈을 동결하고 장기간 나누어 갚도록 해준 것입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자금을 빌려준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사유재산을 언제든지 침해할 수 있다는 불신을 남겼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생각이 퍼졌습니다.

 

“금융자산은 정부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부동산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부동산 상승 사이클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1978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과 1979년 이란혁명,

 2차 오일쇼크로 인해 경기가 악화되면서 시장은 하락세로 전환됩니다.

 

 

3차 사이클 : 1985년~1989년

 

1980년대 초반의 침체를 지나 1985년부터 한국 경제는 이른바 3저 호황을 만나게 됩니다.

 

3저 호황은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환경을 의미합니다.

원유 수입 부담이 줄고 금융비용이 낮아졌으며,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좋아졌습니다.

 

이때 매매가격보다 더 빠르게 오른 것이 전세가격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에 입주할 집 자체가 부족했습니다.

 

여기에 1989년 전세계약 기간을 정책적으로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습니다.

그러자 집주인들은 2년 동안 올리지 못할 금액을 계약 시점에 한꺼번에 반영하려 했습니다.

최근 우리가 겪었던 임대차 제도 변화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정부는 결국 규제만으로 가격을 잡는 데서 벗어나 

주택 200만 호 건설과 1기 신도시 개발에 나섰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1기 신도시 대부분의 아파트가 1990년대에 지어진 이유입니다.

 

 

4차 사이클 : 1999년~2008년

 

1990년대는 한국 부동산시장의 ‘잃어버린 10년’에 가까웠습니다.

1기 신도시와 주택 200만 호 건설의 영향으로 공급이 크게 증가했고,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공급은 많은데 가계의 소득 전망은 어두워지면서 미분양이 증가했고,

 주택가격도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을 전후로 수출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됐습니다.

이때부터 부동산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습니다.

 

1999년 이전에는 대체로 경제성장률과 공급물량을 보면 됐지만,

 이후에는 금리와 대출 조건까지 함께 봐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상승세가 강하게 이어졌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다시 한 번 하락장을 맞게 됩니다.

 

 

5차 사이클 : 2009년~2019년

 

다섯 번째 사이클은 이전과 달리 전국이 동시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부동산은 장기간 약세를 겪었습니다.

 

높은 가격에 집을 산 사람들은 대출 부담을 견디며 ‘하우스푸어’가 됐습니다.

반면 수도권 가격이 정체되어 있는 동안 지방 부동산이 먼저 올랐습니다.

 

당시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조선, 철강, 화학산업이 발달한 

지방 제조업 도시들의 경기가 좋아졌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도 지방으로 일자리와 인구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다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도권에 기반을 둔 기업의 실적과 근로자 소득이 증가했습니다.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과 재건축 규제 완화, 택지 공급 축소 또한 수도권 상승을 자극했습니다.

 

 

6차 사이클 : 2020년~2022년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췄습니다.

예금금리는 낮아지고 대출비용이 크게 줄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당시 서울을 비롯한 핵심지역은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장기적으로 공급에 대한 불안을 키웠고, 

2020년 시행된 임대차 제도 변화는 불안한 시장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0.5%에서 2022년 11월 3.25%까지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대출이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높은 가격을 지탱하던 

저금리와 유동성이 사라지자 시장은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각각에 사이클에서의 특징

 

1차 사이클(196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로 서울 인구와 소득은 빠르게 늘었지만 

주택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2차 사이클(1960년대 말~1970년대 말) 

고도성장과 인플레이션, 금융자산에 대한 불신이

 부동산 선호를 키웠지만 강력한 규제와 오일쇼크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3차 사이클(1985~1989년)

3저 호황과 주택 부족으로 매매·전세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200만 호 건설과 1기 신도시 개발로 대응했습니다.

 

4차 사이클(1999~2008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 회복과 저금리·주택담보대출 확대가 

상승장을 만들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끝났습니다.

 

5차 사이클(2009~2019년) 

금융위기 이후 지방이 먼저 상승했고,

 이후 반도체 경기와 규제 완화·공급 축소를 바탕으로 수도권이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6차 사이클(2020~2022년)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공급 불안이 집값을 급등시켰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총 여섯 번의 사이클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또 한 번의 회복과 상승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섯 번의 사이클에서는 비슷하게 반복된 흐름이 있었습니다.

1.경기 회복과 소득 증가

2.시중 유동성 확대

3.주택 수요 증가

4.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

5.규제와 금리 상승

6.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

7.공급 감소와 저평가 구간 형성

8.다음 상승 사이클 준비

 

모든 사이클이 정확히 같은 순서로 흘러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수요가 늘고, 이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며, 

시중에 돈이 많아질 때 가격이 오르는 구조는 반복되어 왔습니다.

 

 

 


 

 

진화하며 반복하는 역사

 

각 사이클은 똑같은 이유로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본질은 비슷했습니다.

 

좋은 문화와 환경,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립니다.

경제가 좋아지고 시중의 유동성이 늘어나면 집을 사고자 하는 수요도 증가합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릅니다.

 

이것은 300년 전 조선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부동산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서울, 

특히 강남과 같은 핵심지역에 대한 수요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일자리와 환경, 교육과 문화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형태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부동산의 역사는 지난 수백 년 동안 계속 반복되어 왔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다음 상승과 하락의 시점을 정확히 맞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일자리와 소득이 어디에서 늘어나는지, 

공급이 충분한지, 

그리고 현재 가격이 가치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사는 미래의 가격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장을 볼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는 알려줍니다.

 

과거의 가격을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가격을 움직였던 원인을 이해하는 사람.

결국 그런 사람이 시장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가치 있는 자산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꿈꾸는사피엔스
26.07.13 16:50

시기를 맞추려고 하지 않고 역사에서 무엇을 봐야할지 배워나가곘습니다 감사합니다 운조님❤️

새로움s
26.07.13 16:58

결국 가치 있는 것에 대한 수요가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기억하겠습니다🫡

김작심
26.07.13 17:00

사이클 별로 정리해주시니 이해쏙쏙 이에요 🤍 감사합니다 운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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