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40%, 2년 거주 안 채우면 세금 7배

10시간 전 (수정됨)

서울 동대문구의 어느 아파트 단지 이야기입니다.

로열층 매물 하나가 시장에 나왔다가 며칠 만에 사라졌습니다. 

인근 중개사는 매수 희망자들 연락이 수십 통씩 왔는데도 집주인이 집을 한 번도 안 보여줬다고 했습니다. 

7월 세제 개편이 끝나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결국 매물을 거뒀다는 겁니다.

 

저는 이 장면이 지금 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다고 봅니다.

집주인은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서 안 파는 게 아닙니다. 

세금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못 파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다리는 분들 중 상당수가, 정작 자기 세금을 결정할 조항을 안 보고 계십니다.

 

 

3개월 전부터 예고돼 있었습니다

 

지난 7월 23일,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했습니다. 

3시간 13분, 참석자 140명. 

 

오늘(7월 27일)은 국무총리 주재로 한 번 더 열렸습니다. 

이날 논의를 최종 검토한 뒤 기존 계획과 동일하게 7월 말~8월 초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7월 23일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기사와 커뮤니티를 뒤덮은 건 하나였습니다. 

초고가주택 기준이 몇 억이냐.

공시가 30억이냐, 시가 40억이냐, 50억이냐. 전문가들끼리도 갈렸습니다. 

어떤 교수는 50억을 제시했고, 어떤 대표는 40억을 제시했습니다. 

신한은행 우병탁 위원은 공시가 30억, 시세로는 43~44억 선을 예상했습니다.

오늘 진행된 2차 토론회에서는 10~30억 구간이 추가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이 논쟁이 왜 이렇게 뜨거웠을까요.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매기려면 3배는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폭동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

숫자 3배와 단어 '폭동'. 헤드라인으로 쓰기에 이만한 조합이 없죠. 

그래서 모든 시선이 보유세와 초고가 기준으로 몰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3개월 전에 이미 나온 발언이 있습니다. 

5월 4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입니다.

"현재 장특공제는 거주와 보유가 똑같이 40%씩 돼 있는데, 실거주 위주로 재편하는 데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기사 몇 줄로 지나갔습니다. 커뮤니티에서도 크게 회자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게 이번 개편의 또다른 뇌관이라고 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딱 한 번만 정리하고 갑니다

 

이름이 어려우니 짧게 정리하겠습니다.

집을 팔아 차익이 나면 양도소득세를 냅니다. 

그런데 오래 갖고 있었으면 그 차익의 일부를 빼주고 세금을 계산합니다. 

이게 장기보유특별공제, 줄여서 장특공제입니다. 

198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오래 보유하도록 유도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지금 구조는 이렇습니다.

1주택자가 12억을 넘는 가격에 집을 팔 때, 두 갈래로 공제를 받습니다.

☑️ 보유 기간. 3년 12% → 매년 4%씩 → 10년 이상이면 40%

☑️ 거주 기간. 2년 8% → 3년 12% → 매년 4%씩 → 10년 이상이면 40%

☑️ 두 개 합쳐서 최대 80%

 

여기서 놓치기 쉬운 함정이 두 개 있습니다.

첫째, 12억까지는 아예 비과세입니다. 

그래서 장특공제는 12억을 넘는 부분의 양도차익에만 적용됩니다.

 

둘째, 2년 거주를 못 채우면 이 표를 아예 못 씁니다. 

10년을 보유했어도 거주가 2년 미달이면 일반 공제표로 밀립니다. 

10년 보유에 20%. 40%가 20%로 반토막 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다른 줄에 서게 되는 겁니다.

 

정부가 손보려는 게 바로 이 구조의 앞쪽, 보유 40%입니다.

방향은 세 갈래로 거론됩니다. 

보유 공제를 줄이거나, 없애거나, 거주 기간에만 공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완전히 갈아엎는 것. 

마지막 안이 현실화되면 이 제도의 이름 자체가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뀌게 됩니다.

 

 

이게 왜 초고가만의 문제가 아닌가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입니다.

초고가 논쟁의 대상이 되는 공시가 30억 초과 주택은 전국에 5만 869가구입니다. 

이 중 99.3%가 서울에 있습니다. 전체 주택의 0.3% 수준이라, "과세하는 척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런데 장특공제가 적용되는 기준선은 30억이 아닙니다. 12억입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구분규모
공시가 30억 초과 (초고가 논쟁 대상)전국 5만 869가구
공시가 12억 초과 (종부세 대상)48만 7,362가구 (전년 31만 7,998가구)
서울 아파트 중 시세 15억 초과 비중40.3%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16억 7,969만원

서울 아파트의 40%가 이미 15억을 넘었습니다. 

2021년 6월에는 22%였습니다. 5년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가 16억 8천만원입니다.

 

무슨 뜻이냐면요. 

서울에서 평범한 아파트 한 채 가진 분이, 이미 장특공제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는 뜻입니다.

 

초고가 5만 가구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을 지켜보는 동안, 서울 아파트 40%의 매도 세금 계산법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같은 집, 같은 차익, 세금은 7배

 

말로 하면 감이 안 옵니다. 계산해 보겠습니다.

 

가정.

2016년에 8억으로 산 서울 아파트를 2026년에 20억에 팝니다. 

10년 보유, 1주택. 필요경비나 취득 부대비용은 단순화를 위해 제외했습니다.

양도차익은 12억입니다. 

하지만 12억까지는 비과세이므로, 과세 대상 양도차익은 이렇게 계산됩니다.

12억 × (20억 − 12억) ÷ 20억 = 4억 8천만원

이 4억 8천만원에 장특공제를 적용합니다. 

실거주 기간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갈립니다.

 공제율과세표준양도세(지방세 포함)
10년 살았다80%9,350만원약 1,900만원
2년만 살았다48%2억 4,710만원약 8,140만원
한 번도 안 살았다20%3억 8,150만원약 1억 3,930만원

같은 집입니다. 같은 시점에 사서 같은 시점에 팔았고 차익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세금이 1,900만원과 1억 3,930만원, 7.3배 차이가 납니다.

차이를 만든 건 딱 하나입니다. 그 집에서 몇 년 살았느냐.

그리고 개편안은 이 격차를 더 벌리는 방향입니다. 

 

위 표에서 가운데 줄, 2년만 채우고 전세를 놓았던 분들이 가장 크게 흔들립니다. 

보유 40%가 축소되면 이분들은 사실상 맨 아래 줄로 내려앉습니다. 

약 5,800만원, 71%가 늘어납니다.

전세 세입자 잘 만나서 별 사고 없이 10년을 보냈고, 시세도 올랐고, 계획대로 잘 굴러왔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정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5천만원 이상이 빠지는 겁니다.

 

 

왜 지금 매물이 안 나오는가

 

이 세금 구조를 이해하면 시장이 다르게 보입니다.

아실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3월 21일 8만 80건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5월 7일 6만 9,554건, 7월 초에는 6만 1,432건까지 줄었습니다. 

두 달 만에 12.8% 감소입니다.

 

왜일까요.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4년 만에 재개됐기 때문입니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 3주택 이상은 30%p가 붙습니다.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3주택자 최고 실효세율이 82.5%까지 올라갑니다. 

게다가 중과 대상이 되면 장특공제도 아예 배제됩니다.

세율만 오르는 게 아니라, 10년을 기다려 쌓아둔 공제까지 같이 사라지는 구조입니다.

 

국토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양도세율이 1% 오를 때 거래량은 6.879% 줄어듭니다. 

세율 조정과 거래량은 이렇게 비대칭입니다. 세금을 조금 올리면 거래는 훨씬 크게 얼어붙습니다.

 

여기에 금리까지 얹혔습니다. 

7월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습니다.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고, 금통위 만장일치였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내 두 차례 더 올려 연말 3.00%를 볼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금리가 올라도 서울 핵심지 매물은 잘 안 나올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출 규제가 워낙 강해서 집주인들의 대출 의존도 자체가 이미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빚이 적으면 금리에 쫓겨 팔 이유가 없습니다.

팔면 세금이 많고, 안 팔아도 이자 압박이 크지 않다. 

이 조합이 지금 매물 잠김의 정체입니다.

 

 

다른 이야기도 들어보셔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그래서 세금 개편이 나쁜 거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그건 제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고, 반대편 논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네 가지는 알고 계셔야 합니다.

 

하나, 소급 논란입니다. 

기존 제도를 믿고 10년을 보유한 사람에게 양도 시점 기준으로 새 규칙을 적용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세법 개정 때도 거주 요건이 붙으면서 같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본인도 토론회에서 "이미 확정됐는데 사후에 정책 변경을 하면 어쩌란 말이냐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며 "경계를 그을 때 상처 입는 사람이 최소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둘, 세제보다 공급이라는 반론입니다. 

한양대 진창하 교수는 지역균형성장이 중장기 해법이고 그사이 수도권 공급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7월 27일 토론회에서도 공급 부족으로 3~4년 뒤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민간임대 육성, 정비사업 보완 주문이 나왔습니다. 

대통령 역시 재개발·재건축의 공급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셋, 월세 전가 우려입니다. 

집주인이 늘어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넘길 거라는 주장입니다. 

다만 저는 이걸 단순하게 받아들이진 않습니다. 

조세가 실제로 누구에게 얼마나 전가되는지는 시간 지평, 수요 탄력성, 지역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적 현상입니다. 

단기와 장기가 다르고, 공급이 넉넉한 지역과 부족한 지역이 다릅니다.

 

넷, 거래세를 함께 내려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우리은행 함영진 랩장은 보유세를 강화하면 양도 단계 부담은 낮춰야 한다며, 2주택 20%p·3주택 30%p인 현행 중과분을 각각 10%p, 20%p로 되돌리자고 제안했습니다. 

2021년 6월 강화 이전 수준입니다.

그리고 개편의 명분이 된 데이터도 짚어야 공평합니다. 

함 랩장은 공시가격 합계가 똑같이 15억이어도 1주택자 종부세는 약 90만원, 2주택자는 192만원으로 2.1배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구조가 지방의 여러 채보다 수도권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국세청 통계로도 과세표준 20억 초과 1주택자의 지난해 귀속 종부세 세액공제액이 461억원으로, 전년 182억원에서 153% 급증했습니다.

 

정부가 왜 손보려 하는지,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시면 됩니까

 

글의 제목에서 약속한 부분입니다.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등본을 꺼내서 실거주 기간을 정확히 세어보세요.

체감으로 "한 3년 살았지"가 아니라, 전입일과 전출일 기준으로 정확히 계산해야 합니다. 

2년에서 하루라도 모자라면 표 자체가 바뀝니다. 

오늘 저녁 30분이면 확인됩니다. 이게 첫 번째이고 가장 중요합니다.

 

2. 2년 관문에 걸려 있다면, 여기가 최우선 검토 대상입니다.

거주 1년 11개월인 분과 2년 1개월인 분의 세금은 비교가 안 됩니다. 

지금 이 구간에 계신 분이라면 개편 확정 전에 세무사와 시점 시뮬레이션을 받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3. 8월 초 발표에서는 세율보다 '경과 규정'을 먼저 보세요.

이광수 대표는 기존 제도를 믿고 장기 보유한 사람에게 2~3년 경과 기간을 주고, 그 안에 팔면 기존 감면을 인정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유예가 담기는지 여부가 실전에서는 세율 몇 %p보다 훨씬 큽니다. 

유예가 있으면 시간표를 짤 수 있고, 없으면 즉시 결정을 강요받습니다.

 

4. 매수를 검토하신다면, 계산 방향이 반대로 뒤집힙니다.

세제가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되면 내가 직접 들어가 살 수 있는 물건의 상대 가치가 올라갑니다. 

학군, 직주근접, 실제 거주 만족도가 세후 수익률의 변수로 편입되는 겁니다. 

예전엔 "전세 놓고 버티기 좋은 물건"이 유리했지만, 앞으로는 "내가 들어가 살 수 있는 물건"이 유리해집니다. 임장 체크리스트를 바꾸셔야 합니다.

 

5. 확정 전에 큰 결정을 하지 마세요.

지금 나오는 모든 숫자는 검토 중인 안입니다. 

8월 초 예정된 세제개편 원문이 나오기 전에 매도를 확정하는 건 정보 없이 배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준비는 지금, 실행은 원문 확인 후입니다.

 

 

저는 저환수원리를 기준으로 물건을 봅니다. 저평가, 환금성, 수익성, 원금보존입니다.

이번 개편은 이 중 두 가지를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환금성이 먼저 흔들립니다. 

팔 때 세금이 커지면 그 자산은 마음대로 현금화할 수 없는 자산이 됩니다. 

장부상으로는 20억이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그보다 훨씬 적어지는 겁니다. 

서울 매물이 두 달에 12.8% 사라진 게 그 증거입니다.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자산은, 엄밀히 말해 유동자산이 아닙니다.

 

그리고 원금보존이 흔들립니다. 

10년 동안 잘 버텨서 12억을 벌었는데 마지막에 1억 4천을 세금으로 내면, 지켜낸 원금의 구조가 달라집니다. 

수익률은 매수 시점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매도 시점에 확정됩니다. 

세후로 계산하지 않은 수익률은 수익률이 아니라 희망입니다.

 

부동산 세금 제도는 계속 바뀌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바뀔 겁니다. 

그때마다 뉴스 헤드라인을 따라다니면 늘 늦습니다.

대신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헤드라인이 아니라 조항을 보는 겁니다. 

이번에는 초고가 기준이 헤드라인이었고, 장특공제가 조항이었습니다. 

조항을 보신 분은 오늘 저녁에 등본을 펴고 계산을 시작하실 겁니다. 

헤드라인만 보신 분은 8월에 기사를 읽고 놀라실 겁니다.

 

10년 보유가 자랑이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2년 거주를 채웠는지가 물어질 겁니다.

 

집은 사는 순간이 아니라 파는 순간에 성적이 나옵니다. 

그 성적표를 지금부터 준비하시면 됩니다.

 


댓글

집심마니
26.07.27 21:57

곧 있을 세제개편안 준비 철저히 하겠습니다!

나도fire
26.07.27 23:05

자세한 정리 감사드립니다~!

메아쿨파
26.07.28 06:55

파는 순간의 성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