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을 다니다 보면 위치도 연식도 가격도 비슷한 단지 두개를 놓고 고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보통 입지라는 것을 비교를 해보고 선택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입지는 보통 직장, 교통, 환경, 학군 이 해당합니다.
일자리(강남)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역세권인지 혹은 역까지 도보로 접근 가능한지, 주변에 거주를 편하게 돕는 시설은 무엇이 있는지, 학군은 괜찮은지. 보통 이 4가지가 잘 갖춰져 있으면 입지가 좋다고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파트를 고르고 나서 내집마련을 하거나 투자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판단이 언제까지 유효할까요? 30년이 지난 뒤에도 비슷할까요?
30년이라는 단어를 보면 일단 굉장히 멀게 느껴지실 겁니다. 그런데 30년 전이면 1996년이고 그때 지어진 아파트는 지금 우리가 길을 다니며 보는 흔한 구축 아파트와 같은 모습입니다.
그때 30대였던 입주민들이 지금 60대가 되어 그대로 살고 계십니다. 그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혹은 내가 투자한 단지는 30년 뒤에 누가 살고 있을까요?
물론 30년을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중간에 갈아타기도 하고, 투자도 이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갈아탄다는 건 내가 판 집을 누군가는 산다는 뜻이고, 내가 산 집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결국 그 시점이 5년 뒤든 30년 뒤든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 혹은 단지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는가?” 30년 뒤에도 그 답을 하려면 입지 요소와 함께 알아둬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입지 기준이 만들어진 조건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교통·환경·학군이라는 입지 기준은 지난 50년 동안 이 기준으로 집을 고른 사람들이 자산이 많이 늘어나는 경험을 실제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50년이 어떤 시기였는지를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1955년 서울 인구는 157만명 수준이었고 1970년에 500만명을 넘어서면서 15년 만에 3배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정부는 이 인구를 다 수용할 여력이 없었고 한정된 땅에 수백 세대를 넣고 도로와 상하수도를 단지 단위로 묶는 방식이 사실상 유일한 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때부터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전세라는 제도가 생겨나면서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옮겨가면서 집을 사는 것이 동시에 저축이고 노후 대비였습니다. 2025년 3월 기준으로도 우리나라 가구 자산에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8%입니다. 즉, 자산의 4분의 3이 집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파트는 평면과 규격이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84타입이면 어디를 가나 대충 구조가 같습니다. 직접 보지 않아도 거래할 수 있다는 건 수요가 많다는 뜻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집이 주거 공간을 넘어 금융 상품처럼 움직이게 된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들어올 사람은 계속 늘었고, 자산이 아파트에 집중되어 갔고, 규격이 비슷해서 거래가 쉬웠습니다. 그리고 그 들어올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일자리였습니다. 직장이 강남을 비롯한 도심, 여의도에 몰려 있으니 가까운 순서대로 값이 매겨졌고, 그 거리를 줄여주는 게 교통이었습니다. 매수 주력이 아이 키우는 세대였으니 학군이 중요해졌고, 소득이 올라가면서 환경이 더해졌습니다.
직장·교통·환경·학군은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첫번째 조건이었습니다. 들어올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시기였기 때문에 어디가 더 좋은 입지만 따지면 되었습니다. 사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집이 부족했으니까요. 그런데 앞으로 30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30년 뒤,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통계청은 2024년에 30년 뒤 우리나라 가구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가구 수입니다. 총가구는 2022년 2,166만 4천 가구에서 2041년 2,437만 2천 가구까지 늘어난 뒤 감소로 돌아섭니다. 2052년에는 2,327만 7천 가구가 됩니다. 정리해보자면 가구 수가 늘어나는 시기가 앞으로 15년쯤 남았다는 뜻입니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얘기는 한번 쯤은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다만 인구가 줄어도 1인 가구가 늘면서 가구 수는 한동안 줄어들지 않지만 2041년부터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남는 가구는 어떤 형태인가라는 것입니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2022년 522만 5천 가구였습니다. 2052년에는 1,178만 8천 가구로 2.3배가 늘어나게 됩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24.1%에서 50.6%로 올라갑니다.
지금은 네 집 중 한 집이 고령자 가구라면 30년 뒤에는 두 집 중 한 집이 되는 것입니다.
구분 | 2022년 | 2052년 |
|---|---|---|
총가구 | 2,166만 4천 가구 | 2,327만 7천 가구 (2041년 정점) |
고령자 가구 비중 | 24.1% | 50.6% |
1인 가구 비중 | 34.1% | 41.3% |
평균 가구원 수 | 2.26명 | 1.81명 |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50년은 들어올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시기였습니다. 앞으로 30년은 들어올 사람의 수가 줄어들면서 그중 절반이 고령자 가구가 되는 시기입니다.
내 집 마련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30년 뒤 고령자 가구의 절반인데 그 나이에 맞는 집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투자 관점에서도 30년 뒤 이 집을 사거나 빌릴 사람의 절반이 고령자 가구입니다.
시기적으로 따져봤을 때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만들어진 기준을 줄어드는 시기에도 그대로만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물론 핵심적인 입지 요소가 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 더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직장·교통·환경·학군, 그리고 거주 지속성
직장, 교통, 환경, 학군.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면 거주 지속성입니다.
그 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나이가 들어도 계속 머물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가? 지금까지는 굳이 볼 필요가 없던 항목입니다. 들어올 사람이 계속 늘어나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앞으로 두 집 중 한 집이 고령자 가구가 되는 시장에서는 거주 지속성을 같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주 지속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1) 평형
기존에는 넓은 집이 곧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내면서 대평 평형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평균 가구원 수가 2.26명에서 1.81명으로 줄고, 1인 가구 비중이 41.3%까지 올라갑니다. 두명 혹은 세명이 사는 집에 40평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미 시장에서도 이를 반영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드시 살아야만 하는 살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은 상급지에서는 대형이 전용 84보다 높은 가격으로 움직이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대형보다 전용 84가 더 높게 거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령자 가구가 거주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비용적인 문제 입니다. 먼저 취득할 때 차이가 생깁니다. 전용 85㎡를 넘으면 농어촌특별세가 추가로 붙게 됩니다. 그리고 관리비는 면적에 비례합니다.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큰 집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관리비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관리도 어렵습니다. 대형 평형에 거주하시면서 청소를 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어떻게 관리를 한다고 해도 안 쓰는 방이 생기면 짐과 먼지가 쌓입니다. 관리가 안되는 상황에서 오래된 구축으로 갈수록 결로와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거주하는 혹은 보유한 대형을 당장 팔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갈아타기를 진행하실 때 혹은 매수를 앞두고 있다면 단순히 넓다는 이유만으로 매수를 결정하는 것은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대학병원
노후 주거를 이야기할 때 병원 갈 일이 많아지니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대학병원 가까운 곳이 좋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실제 거주를 한다고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급차는 하루 종일 다니고 사이렌 소리는 밤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외래 환자와 면회객 차량으로 주변 도로는 상시 정체이고 주차난도 심합니다. 유동 인구가 많으니 상권도 병원 방문객 위주로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노년기에 병원 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응급 수술로 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자주 가는 건 혈압약 처방받으러, 정기검진 받으러, 물리치료 받으러입니다. 만성질환 관리가 대부분이고, 이건 대학병원이 아니라 동네 의원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 안에 내과·정형외과 같은 동네 의원과 약국이 있는 상권이 잘 갖춰져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병원은 해당 지역내 위치하고 있어 30분내 이동이 가능하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대학 병원이 근처에 있는 것이 계속 거주하는 것에 있어서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용적률
30년 뒤 이 단지가 어떻게 될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다시 지을 수 있느냐입니다. 재건축은 쉽게 말해 지금보다 더 많이 지어서 남는 걸 팔아 공사비를 대는 사업입니다. 그러니까 더 지을 여지가 얼마나 남았는지가 사업의 시작점입니다. 이미 높이 지어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특히 초고층 아파트는 용적률 차이도 심하지만 철거 비용부터 비교가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30층 이상 주거용 건물을 대규모로 철거하고 다시 지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고층이라는 메리트가 있다고 해서 단지를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조심해야합니다.
이외에도 밖에 나가려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하는데 나가는 게 번거로우면 안 나가게 되고, 안 나가면 활동량이 줄어듭니다. 고령자 가구임을 감안하면 그리 좋은 선택지라 보기 어렵다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입지 요소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용적률 여유가 있는 쪽이 선택지를 하나 더 갖게 됩니다. 특히 새로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거주 지속성에 해당하는 3가지에 대해서 정리했는데 이걸 우선하거나 이것만 생각해서 아파트를 선택하라는 의미를 갖진 않습니다. 물론 향후 수요를 생각했을 때 거주 지속성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직장, 교통, 환경, 학군에 해당하는 입지가 먼저라는 것입니다. 거주 지속성은 그다음입니다. 입지가 비슷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때 갈리는 기준이지, 입지를 대체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대학 병원 접근성 혹은 용적률 때문에 입지를 포기하는 건 우선순위가 완전히 뒤바뀐 겁니다.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걸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분 | 확인할 것 |
|---|---|
| 입지 | 직장, 교통, 환경, 학군 |
| 거주 지속성 | ① 대형은 보수적으로 ② 의료·생활 인프라 / 대학병원 ③ 입지가 비슷하다면 용적률 |
확인해야할 것이 많아진 것 같지만 사실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들어가서 살고 싶어 하는 곳인가? 아니면 나가고 싶어 하는 곳인가?
30년 뒤 두 집 중 한 집이 고령자 가구가 되는 시장에서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앞으로 중요한 수요가 살고 싶어 하는 조건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조건은 대다수가 노후에 살고 싶은 집의 조건과 거의 같습니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시는 분이든, 투자를 하시는 분이든 똑같습니다.
이 두가지를 놓치지 않고 해보세요
1. 관심 단지의 대학병원 접근성과 용적률을 확인해보세요.
지금 보고 계신 단지, 혹은 이미 매수한 단지 하나를 정해서 두 가지만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먼저 지도를 켜고 차로 30분내에 대학병원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필요할 때 닿을 수 있는 거리인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다음이 용적률입니다. 단지 정보에서 현재 용적률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지금 몇 %를 쓰고 있고 얼마가 남았는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2. 단지 주변은 15분만 걸어보세요.
그냥 걸으면서 아래 질문을 던져보세요.
여기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고 싶어 하는 곳인가? 아니면 나가고 싶어 하는 곳인가?
지역 단위로도 던져보시고, 생활권 단위로도 던져보시고, 단지 단위로도 던져보시면 됩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답이 갈리는 생활권이 있고, 같은 생활권 안에서도 답이 갈리는 단지가 있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가격만 보고 답을 하기 어렵고, 직접 걸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