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우이입니다.
열흘 사이에 대책이 두 개 나왔습니다. 8월 3일엔 세금을 조이는 대책이, 8월 13일엔 공급과 대출을 풀어주는 대책이 나왔습니다. 규제했다가 완화했다가, 헷갈리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받는 질문들이 어느 때보다 절박합니다. 그중 가장 많은 세 가지를 골랐습니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집은, 뭔가 문제가 있어서 못 오른 거 아닌가요?"
"제가 사면 이 아파트 신고가인데, 제가 꼭지에 사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지금 사요, 기다려요?"
오늘 이 세 질문에 차례로 답하겠습니다. 제목의 '신고가 68번' 아파트가 어디인지도 본문에서 실거래 데이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의 두 질문은, 사실 같은 질문입니다
눈치채셨나요? 하나는 덜 오른 집이 무섭고, 하나는 많이 오른 집이 무섭습니다. 정반대 같지만 뿌리는 하나입니다.
둘 다 '전고점'이라는 과거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
전고점 아래에 있으면 "못난 집인가" 불안하고, 위로 가면 "꼭지인가" 불안합니다. 이 기준으로는 어떤 집을 봐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여도 문제, 위여도 문제니까요.
그래서 하나만 분명히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전고점은 그 아파트의 가치가 아닙니다. 지난 상승장에서 누군가 지불했던 가격일 뿐입니다.
Q1. "전고점 회복 못한 집은 사는 게 아닐까요?"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집은 둘 중 하나입니다.
하나, 가치가 부족해서 못 오른 집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은 곳은 상승장에서도 힘이 약합니다. 이런 집이라면 신중하셔야 합니다.
둘, 아직 순서가 오지 않은 집
상승은 한꺼번에 오지 않습니다. 수요가 많은 좋은 동네부터 오르고, 바깥으로 순서대로 번져갑니다. 지금 서울이 실제로 그렇습니다.

같은 서울인데 성동구와 송파구는 전고점을 30%나 넘어섰고, 도봉구는 아직 전고점의 86% 자리에 있습니다. 같은 시장 안에서 시계가 다르게 가고 있는 겁니다. 전고점 아래에 있다는 것만으로 '못난 집'이라 결론 내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제 경험도 하나 말씀드리면, 저는 6년 동안 가격이 꿈쩍하지 않던 아파트를 산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아파트를 사면서도 '여길 왜 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주변에 새 아파트가 쏟아져 잠시 눌려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고, 2.4억에 산 그 집은 6.35억이 되었습니다. 가치는 있었는데, 순서가 오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그러니 "전고점을 회복했나"가 아니라 이 세 가지를 물으세요.
- 이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있을까?
- 주변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가격 이점이 있는가?
- 전세가가 높은 편인가? (실거주 가치가 있는 곳)
세 가지에 "네"라면, 전고점 미회복은 문제가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Q2. "제가 사면 신고가인데, 사도 되나요?"
이 질문 뒤에 숨은 진짜 두려움은 이것이죠. "내가 마지막으로 사는 사람이면 어떡하죠?"
그 마음에 답이 될 기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제목에서 언급했던 아파트는 잠실 리센츠입니다.

리센츠는 18년 동안 신고가를 68번 새로 썼습니다. 국토부에 신고된 실거래 2,065건을 전부 세어본 결과입니다. 2009년 11.2억이 신고가였을 때 "너무 비싸다"고 했습니다. 2022년 26.5억일 때 "막차"라고 했습니다. 올해 7월의 신고가는 36.95억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신고가가 가장 자주 나온 해는 작년입니다. 한 해에만 13번이었습니다. 신고가 행진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
상승장에서 좋은 아파트의 거래는 대부분 신고가입니다. 신고가라는 사실 자체는 꼭지일 수 있지만, 이 집을 원하는 사람이 계속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리센츠니까 그렇지. 잠실 대장급 아파트잖아."
정확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의 핵심입니다.
리센츠의 신고가가 68번 반복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신고가여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계속 있는 아파트여서’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보신 서울 구별 차트를 다시 떠올려보세요. 아직 전고점의 86에 머물러 있는 곳들이 있었죠. 그 안에는 두 종류의 집이 섞여 있습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집, 그리고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지난 신고가가 오랫동안 마지막 가격으로 남을 집. 이 둘을 가르는 것이 ‘가치’입니다.
즉 신고가는 안전의 보증서도, 위험의 경고장도 아닙니다. 신고가의 의미는 그 아파트의 가치가 결정합니다.
다만 위의 그래프에서 봐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선호도가 높은 리센츠도 2009년의 신고가를 회복하는 데 6년이 걸렸습니다. 신고가에 사도 괜찮으려면, 이런 시간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느 단지가 순서를 기다리는 집인지 말씀드리기 보다는 여러분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그 단지에, 신고가 앞에서 이 세 가지를 물어보세요.
- 주변 지역 비슷한 아파트들과 비교했을 때, 이 가격이 혼자 튀지는 않는가? (옆 단지들도 함께 오르는 흐름 속의 신고가인지, 이 집 호가만 앞서 나간 것인지)
-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몇 년 쉬어가도, 월급으로 원리금 상환을 하며 버틸 수 있는 금액인가?
- 나는 이 집을 왜 사는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기준, 확신)
셋 다 "네"라면 신고가는 사도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에 사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신고가여서가 아니라 기준이 없어서 멈추셔야 하는 겁니다.
Q3. "그래서… 지금 사요, 기다려요?"
결국 이 질문이 돌아옵니다. "지금 사면 꼭지 잡는 것 같고, 기다리면 뒤쳐지는 것 같고, 어쩌라는 거??"
저는 시장이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 모릅니다.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방향을 몰라도 판단에 쓸 수 있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이번엔 제 해석이 아니라, 8월 13일 정부 문서 속 문장들입니다.
첫째, 이번 대책이 규제한 것과 완화한 것의 목록을 보세요.
규제: 집을 사놓고 살지는 않는 사람들의 대출
완화: 실제로 들어가 살 사람들의 대출. 올해 은행이 빌려줄 수 있는 돈의 한도를 두 배로 늘렸고,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대출 상품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문서에는 이런 한 줄이 있습니다. 전세대출 보증을 줄이는 항목에서 "무주택자는 현행과 동일."
쉽게 말해, 이번에 규제 명단에서 집 없는 실수요자는 이름을 뺐다는 뜻입니다.
둘째, 집은 계획 후 바로 공급될 수 없습니다.
오늘 "짓겠다"고 결정해도 입주까지는 몇 년이 걸립니다. 정부도 이번 문서에서 "공급이 부족해 수도권 상승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오늘 발표한 공급이 시장에 도착하는 것은 몇 년 뒤의 일입니다.
셋째, 지난 글의 관점 하나를 겹쳐보세요.
대책이 계속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시장의 계절이 아직 상승 국면에 있다는 신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열흘 새 대책이 두 개 나왔습니다.
"사요, 기다려요?"는 사실 잘못된 질문입니다. 둘 다 정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기다림'이 전략이 되려면
막연히 떨어지길 바라는 게 아니라, "이 단지가 얼마까지 오면 산다"는 나만의 숫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 숫자가 없는 기다림은 전략이 아니라 미룸입니다.
'매수'가 전략이 되려면
위에서 드린 관문들을 통과해야 합니다.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계속 있는가, 비교했을 때 싼가, 내리거나 보합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가. 그게 없는 매수는 전략이 아니라 추격입니다.
즉 이 질문의 답은 타이밍이 아니라 준비에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헷갈려 멈춰 있는 지금은, 준비된 사람이 급하지 않게 비교하고 고를 수 있는 드문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녁에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서 해보실 수 있는 것을 드리겠습니다. 마음에 둔 아파트가 있다면 비슷한 가격의 두세 곳과 나란히 놓고 지난 10년 흐름을 비교해보시고, "얼마면 산다"는 나만의 숫자를 적어보세요. 그 숫자를 적는 순간, 여러분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준비하는 사람이 됩니다.
혼란한 시기일수록 기준을 가진 사람이 기회를 잡습니다. 여러분이 그 사람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