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볼 때 가격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 단지는 15억이네.”
“여기는 작년보다 2억 올랐네.”
저도 그동안 임장보고서를 쓰면서 단지의 가격을 계속 기록해왔습니다. 과거 가격도 보고 현재 가격도 넣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가격을 분석했다기보다 확인하는 수준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 서울투자기초반 강의에서는 이 가격을 조금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가격 그 자체보다 가격의 비교와 흐름을 통해 가치를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조건의 차이를 먼저 본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A단지는 신축이고 84㎡인데 15억입니다.
B단지는 더 오래됐고 59㎡인데 역시 15억입니다.
가격만 보면 두 단지의 가치는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건을 같이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가 오래된 아파트보다 선호되고, 넓은 평형이 작은 평형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슷하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진 단지가 그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교통일 수도 있고, 생활환경이나 학군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입지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즉,
조건이 불리한데도 가격이 같다면, 그 차이를 보완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합니다.
이전에는 이런 가격을 보면 단순히 “두 단지 가격이 비슷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왜 비슷하지?”라는 질문을 먼저 해보려고 합니다.
서울 아파트에서는 평형 비교도 의미가 있다
이번 강의를 들으며 특히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 평형별 가격입니다.
서울 아파트를 볼 때 건물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아파트가 자리 잡은 토지의 가치도 함께 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지역, 비슷한 연식의 단지에서 평형별 가격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9㎡와 84㎡의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단지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때 단순히 “84㎡가 싸네”라고 끝내기보다 몇 가지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59㎡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인지,
84㎡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인지,
그 단지 자체의 입지가 강한 것인지,
주변 단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평형별 가격 차이 하나만으로 입지의 가치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비교할 때 무엇을 더 살펴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비슷한 연식의 단지를 볼 때 59㎡, 74㎡, 84㎡의 가격을 함께 놓고 보려고 합니다.
한 시점의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이번 강의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가격의 흐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과거 가격을 찾아보고도 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많이 올랐네.”
“생각보다 덜 올랐네.”
“아직 전고점까지 못 갔네.”
하지만 두 단지의 가격을 시간축 위에 같이 놓고 보면 다른 정보가 보입니다.
처음에는 A단지가 B단지보다 비쌌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면서 가격 차이가 줄어듭니다.
어느 순간 두 단지의 가격이 비슷해집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B단지가 A단지보다 비싸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격이 역전됐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왜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B단지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을 해야 합니다.
교통이 개선됐을 수도 있습니다. 생활권이 좋아졌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의 범위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한 단지의 상품성이 빠르게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격의 흐름은 이런 변화를 확인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따라서 가격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상승률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 단지들의 상대적인 위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관찰하는 일이라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가격을 기록했다면, 이제는 비교해보자
이번 강의를 듣고 다음 임장보고서에서는 가격 분석 방법을 조금 바꿔보려고 합니다.
Before
단지별 과거 가격과 현재 가격을 입력합니다.
- A단지 많이 상승
- B단지 상승폭 적음
- C단지 전고점 회복
여기에서 분석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fter
앞으로는 단지를 두세 곳씩 묶어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조건 대비 가격을 비교합니다.
더 오래됐거나 작은 평형인데 가격이 비슷하다면 이유를 찾아봅니다.
둘째, 평형별 가격 차이를 비교합니다.
비슷한 연식의 단지에서 59㎡와 84㎡의 가격 차이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시간에 따른 가격 관계를 비교합니다.
A단지와 B단지 중 어느 단지가 더 많이 올랐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지 벌어지는지, 또는 순위가 역전되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합니다.
“이 가격 차이를 만든 입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격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숫자다
이번 강의를 듣기 전에도 가격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가격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가격이 비슷하면 왜 비슷한지 살펴보고,
가격 차이가 나면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관계가 달라지면 그 이유를 입지에서 찾아보는 것입니다.
가격만으로 단지의 가치를 완전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단지를 더 자세히 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임장보고서에서는 가격을 입력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최소한 두 개 이상의 단지를 놓고 가격의 차이와 흐름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가격을 기록했다면, 이제는 가격을 읽어볼 차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