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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잉] “안 될 것 같은데…” 임차인의 부탁을 들어드리기로 한 이유

26.08.26 (수정됨)

안녕하세요, 이브잉입니다.

 

7월 중순, 11월 초 만기인 임차인 분께 전세 연장 여부를 문자로 여쭤보았습니다.

이전 임대인과 한번의 묵시적 갱신 이후 갱신권이 살아있으신 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히 갱신계약을 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입자분께서는 갱신권 사용 없이 나가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입장에서는 내심 기뻤습니다.

신규 계약을 하게 되면 기존 임차인의 전세금 5% 인상분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전세를 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와 동갑이신 임차인분께서 집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하셔서, 그것 또한 잘 된 일이라 기뻤습니다.

 

그런데 한달 뒤 임차인분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실 이 문자를 받기 전, 부사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임차인분께서 "2~3개월 정도 더 살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부탁해보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무리한 요구 아닌가?"
“1~2월이면 겨울이라 전세가 잘 안 나갈 수도 있는데…”

 

답장을 하기까지 약 40분 정도 부사님과 작전 타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안 된다고 하지 말자.

우선 "고민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임차인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전화를 드리니 임차인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만기가 다가오는데 그때까지 딱 맞는 집을 구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요. 

1~2개월 정도 여유를 가지고 연장하고, 더 빨리 집이 구해지면 그에 맞춰 나가도 될까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처음 생각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임차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만기일까지 원하는 집을 구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정에 대해서는 저도 고민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오히려 제가 먼저 여쭤봤습니다.

"혹시 집 구하시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집 보여주는 것도 힘들진 않으신가요?"

 

임차인분께서는 집을 구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내년 1~2월에 입주할 수 있는 집들이 있어서 

만기보다 2~3개월 정도 여유가 있다면 그 시기에 맞춰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집을 보여주는 것도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하셨고요.

 

그런데 저는 부사님께서 "집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조금 조심스럽지만, 임차인분께 제 생각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그 지역에 집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전체를 계속 보게 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 같지는 않고 당분간은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요.

그래서 임차인분께도

"제가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집을 구하시는 입장에서는 지금 조금 더 빠르게 결정하시는 것이 좋은 선택을 하실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임대인인 제가 단순히 "연장해드릴게요" 혹은 "안 됩니다"​라고 결정하는 것보다, 

왜 이런 부탁을 하셨는지 먼저 이해하고 제가 알고 있는 정보도 함께 말씀드리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임차인분께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한 달 반 정도 연장하고 싶지만, 기존 만료일에 맞춰서도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임차인분의 부탁을 들어드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부사님께서도 굳이 연장을 추천하지 않으셨고요.

하지만 저는 결국 12월 중으로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임차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집을 깔끔하게 잘 사용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도 있었고, 

앞으로 새로운 전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집을 잘 보여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에게 조금씩 배려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의 최애 케이크까지 보내주신 걸 보면, 제가 임차인분의 대화 스킬에 넘어간 것 같기도 합니다.ㅎㅎ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임차인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배운 점이 있습니다.

 

임차인의 부탁이 무리하게 느껴질 때, 저는 이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1. 바로 판단하지 않는다.

부탁을 들었을 때 바로 "안 됩니다"라고 하기보다,

"제가 한번 고민해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라고 이야기하며 생각할 시간을 갖습니다.

 

감정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인지 차분하게 따져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부탁의 '내용'보다 '이유'를 먼저 들어본다.

"왜 이런 부탁을 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왜 이런 부탁을 하게 되었을까?"

를 먼저 생각해봅니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단순히 임차인의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하는 집을 구하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서 나온 부탁이었습니다.

 

3. 임차인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본다.

임대인에게는 단순히 '계약 만기일'일 수 있지만, 임차인에게는 가족이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일 수 있습니다.

내게는 작은 일정 조정이 임차인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내가 줄 수 있는 것과 받을 수 있는 것을 함께 생각한다.

무조건 임차인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무조건 임대인의 입장만 고집하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처럼 임차인에게는 조금 더 여유를 드리고, 대신 집을 보여주는 데 협조를 부탁드리는 것처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지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는 좋은 임대인은 임차인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임차인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임대인으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가지고 서로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일주일에 몇 번씩 집을 보여주시는 임차인분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덕분에 새로운 전세 계약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임차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양보했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좋은 방법을 찾았느냐'​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8

케미
26.08.26 22:26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전세상승분도 축하드립니다ㅎㅎ

세노테
26.08.26 22:44

상대방 입장에서도 생각해 본 덕분에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점을 찾아 좋은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네요! 임차인 분께서 집을 잘 보여주셔서 좋은 가격에 좋은 새 임차인을 구하게 되기를 저도 바랍니다!

월부지니1
26.08.26 22:51

최고 배려왕 잉부님❤️ 임차인과의 관계 매끄럽게 잘 해결하신 나눔글 감사합니다! 저도 임차인과 소통하게 될때 꼭 활용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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