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휴대폰 들여다보다가 마음이 급해질 때 있지.
누구는 어디에 샀다더라, 누구는 얼마 벌었다더라. 나만 아직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밤.
낮에는 괜찮았는데 이상하게 그 시간만 되면 조급해져.
지금 안 움직이면 영영 못 따라갈 것 같은 기분.
나도 그 마음 알아. 오래 겪었어.
나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편이었어.
주변에서 이미 한두 채씩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릴 때쯤 겨우 첫 공부를 시작했어.
그러니까 출발선부터 마음이 급했지.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있었어.
그래서 한동안 나는 남의 속도로 움직였어.
누가 어디를 봤다고 하면 나도 그 동네를 찾아봤고, 좋다는 얘기가 돌면 조사를 다 끝내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기울었어.
그때 내 질문은 늘 이거였어. '이거 지금 안 하면 늦는 거 아닐까.'
'이게 나한테 맞나'가 아니라.
몇 번은 운이 좋았고, 몇 번은 아니었어. 결과보다 더 오래 남은 건 그때의 마음 상태였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도 마음이 안 편해.
잘 산 건지 아닌지를 내가 판단을 못 하니까, 남이 뭐라고 하는지를 계속 확인하게 돼.
내 돈을 넣었는데 판단은 밖에 있는 거야. 그게 제일 불편했어.
내가 뒤늦게 알게 된 게 하나 있어.
투자에서 조급함은 사실 시간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야.
기준이 없어서 생기더라.
내 기준이 있으면 남이 뭘 샀다는 소식은 그냥 정보야.
기준이 없으면 그 소식이 전부 불안이 돼.
그리고 이건 좀 웃긴 얘긴데, 급하게 결정한 건 대부분 오래 붙잡혀 있었어.
빨리 가려고 한 선택이 나를 제일 오래 묶어놨어.
반대로 충분히 보고 고른 건, 시간이 내 편이 돼주더라.
그때부터 속도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
빨리 사는 게 빠른 게 아니라, 오래 들고 갈 수 있는 게 결국 빠른 거였어.
그래서 요즘 나는 세 가지를 지켜.
하나, 물건을 보기 전에 내 기준부터 적어.
나는 가저환수원리로 정리해뒀어. 가치, 저평가, 환금성, 수익성, 원금보존, 리스크.
여섯 개를 종이에 적어놓고 그다음에 물건을 봐.
순서를 반대로 하면 마음에 든 물건에 맞춰서 기준을 깎게 되거든.
나도 그거 여러 번 해봤어. 그래서 순서를 먼저 정해.
둘, 남의 결과 말고 남의 과정을 봐.
우리가 보는 건 대부분 결과값이야. 얼마 올랐다는 숫자.
근데 그 사람이 몇 번 임장을 갔고, 뭘 포기했고, 어떤 밤을 견뎠는지는 안 보여.
과정을 못 보면 남는 건 부러움뿐이야.
그래서 나는 부러운 사람을 만나면 수익이 아니라 이걸 물어.
'그거 결정하기까지 뭘 확인하셨어요?'
이 질문 하나로 비교가 공부로 바뀌더라.
셋,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숫자로 정해놨어.
한 달에 얼마까지 나가도 우리 집 생활이 안 흔들리는지.
전세든 대출이든, 최악의 경우에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
이 숫자를 알고 있으면 남이 아무리 빨리 가도 안 흔들려.
내 속도는 내 통장이 정하는 거지, 남의 카톡이 정하는 게 아니니까.
물론 천천히 가는 게 늘 옳다는 얘기는 아니야.
너무 오래 재기만 하다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똑같이 위험해.
기다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가만히 있는 사람 몫은 조용히 줄어들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남의 속도에 맞추지 말고, 대신 내 속도를 스스로 정하자는 거.
정해두면 늦게 가도 불안하지 않아. 안 정해두면 빨리 가도 계속 불안해.
오늘 하루쯤은 휴대폰을 덮어도 괜찮아.
대신 종이 한 장에 이것만 적어보자.
'나는 무엇을 확인하면 결정할 수 있는가.'
세 줄이어도 되고, 한 줄이어도 돼. 그게 네 속도의 기준이 될 거야.
나도 그거 적는 데 한참 걸렸어.
근데 그거 적고 나서부터는, 남이 앞서가도 예전만큼 흔들리지 않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