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멤생이입니다.
지난여름, 지방 물건 하나 잔금을 받았습니다.
잔금 받고 집에 오는 길에 계산기를 몇 번이나 다시 두드렸습니다.
이게 잘한 건가, 조금 더 들고 있었어야 하나.
매수 이야기는 여기저기 많은데 매도 이야기는 잘 안 보이더라구요.
저도 살 때는 몇 달을 공부했는데, 팔 때는 물어볼 데가 없어서 혼자 헤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처음 팔아보면서 정리된 것들을 그대로 나눠보려고 합니다.
ㅣ언제 팔까, 얼마나 올랐나로 보면 답이 안 나왔습니다
처음엔 매도 시기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많이 올랐으면 팔고, 덜 올랐으면 기다리자.
그런데 이 기준으로는 끝까지 못 팝니다. 많이 올랐다는 게 얼마인지 정할 수가 없거든요.
4억이 되면 팔아야지 했다가 4억이 되면 조금만 더는 받아야지가 되고,
그 사이 시장이 식으면 아까 팔 걸 하게 됩니다. 저도 그 사이에서 반년 정도 흘려보냈습니다.
정리가 된 건 질문을 바꾸고 나서였습니다. 얼마나 올랐나가 아니라, 이 돈이 다음에 갈 곳이 있느냐.
제 경우엔 지방에 있던 돈과 지금의 종잣돈을 합쳐 더 가치 있는 단지가 있던 수도권 쪽으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같은 돈이 그 도시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낼 수 있는 예상 수익금과,
종잣돈과 함께 다른 곳에서 낼 수 있는 수익금을 놓고 보니까 그제서야 판단이 되더라구요.
매도는 그 물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 돈이 어디 있어야 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ㅣ매도 적정가, 실거래 최고가는 내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가격을 정할 때 제일 먼저 본 게 실거래 최고가였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죠.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 제가 판 가격보다
2천만 원 높게 팔린 게 있으면 나도 그 정도는 받아야지 싶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사장님이 그러시더라구요.
그 거래는 로열동 고층이고, 그 집은 올수리였고, 그때는 매물이 두 개밖에 없었다고요.
지금은 매물이 열 개가 넘고 그중 절반이 그 가격 아래에 있다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실거래 최고가는 과거에 누가 얼마에 샀느냐고,
매도 적정가는 지금 나와 있는 매물 중에 내 물건이 몇 번째로 팔릴 가격이냐라는 걸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먼저 같은 단지 매물을 다 뽑았습니다. 동, 층, 향, 수리 여부까지요.
그리고 내가 매수자라면 이 열 개 중에 어떤 순서로 보러 갈지를 적어봤습니다.
제 물건은 중간층에 수리 안 한 집이라 열 개 중에 네다섯 번째쯤이었습니다.
그럼 제 가격은 앞의 세 개보다 조금 낮아야 순서가 앞으로 당겨집니다. 그렇게 나온 가격이 제가 판 가격입니다.
그다음 최근 3개월 실거래를 봤습니다.
최고가 하나가 아니라 3개월 동안 찍힌 거래가 몇 건이고 어디에 몰려 있는지요.
매물은 열 개인데 3개월에 두 건 거래됐다면, 이 단지는 지금 파는 시장이 아니라 사는 사람이 고르는 시장입니다.
그럼 내가 고름을 당하는 위치라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장 단지와의 격차를 봤습니다.
그 도시에서 제일 선호되는 동네 신축이 얼마에 거래되는지를 보고,
그 단지 대비 내 단지가 원래 몇 퍼센트 수준이었는지를 봤어요.
그 격차가 평소보다 좁혀져 있으면 내 물건이 상대적으로 비싼 구간이고, 벌어져 있으면 아직 덜 온 겁니다.
저는 격차가 좁혀진 쪽이어서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ㅣ사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세 끼고 파는 물건은 사는 사람이 투자자입니다.
그럼 투자자가 보는 건 매매가가 아니라 매매가에서 전세가를 뺀 투자금이더라구요.
제 물건은 투자금이 7천만원 정도 됩니다.
7천만원이면 그 도시에서 이 정도 단지에 넣을 사람이 있는 금액이고,
거기서 3천만 원만 더 부르면 투자금이 1억이 넘어가면서 갑자기 매력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실거주자한테 팔려면 전세 만기가 맞아야 합니다.
만기가 1년 넘게 남은 집은 실거주자는 정말 안 봅니다.
그래서 세입자 만기가 몇 개월 남았느냐가 내 매수자 풀을 정한다는 걸 이때 알았습니다.
저는 만기 6개월 앞두고 내놨는데, 결과적으로 실거주 매수자였습니다. 잔금 때 승계 없이 명도로 마무리했고요.
그리고 세입자한테 미리 이야기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집 보여주는 데 협조가 안 되면 매물이 아무리 좋아도 안 팔립니다.
저는 세입자분께 매도 계획을 먼저 말씀드리고, 소정의 성의를 표시했습니다.
그게 3개월을 아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보고 후회했던 것 세 가지
첫째, 최고점에 팔려고 했던 것. 매도 결정은 작년 겨울에 했는데 실제로 내놓은 건 봄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2천만 원은 더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그 사이에 매물이 늘었고, 결국 겨울에 팔았어도 받았을 가격에 팔았습니다. 최고점은 지나고 나서야 보이더라구요. 좋은 가격에 팔리는 것과 최고가에 파는 건 다른 일이었습니다.
둘째, 세금을 계약 직전에 계산한 것. 비조정지역이라 일반과세였고 보유 3년이 넘어 장기보유공제도 조금 받았는데, 이걸 계약서 쓰기 전날 밤에 처음 계산했습니다. 양도세 예정신고가 잔금일 속한 달 말일부터 2개월 안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고요. 차익이 얼마나 남는지를 모르고 가격을 정했다는 건, 사실 가격을 정한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매도 생각이 드는 순간 세금부터 계산합니다.
셋째, 팔고 나서 그 단지 시세를 계속 본 것. 잔금 받고 두 달 동안 그 단지 실거래를 계속 열어봤습니다. 더 오르면 속상하고 떨어지면 안도하고, 이게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요. 팔았으면 그 돈이 다음에 어디로 가느냐만 보면 되는데, 저는 아직도 가끔 열어봅니다.
언제 팔까는 얼마나 올랐나가 아니라 이 돈이 다음에 갈 곳이 있느냐의 질문이었습니다. 얼마에 팔까는 실거래 최고가가 아니라 지금 매물 중에 내 물건이 몇 번째냐의 질문이었고요. 그리고 사는 사람이 투자자인지 실거주자인지에 따라 같은 집도 다른 가격이 되더라구요.
처음 매도를 앞두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