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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를 막았더니 전세가 사라졌습니다, 토허제 1년의 기록

26.10.20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 오는 10월 20일로 1년이 됩니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매수자금 중 갭투자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은 지정 전 1년보다 약 4.1배 커졌습니다.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지만, 그 대가를 집을 사지 않은 세입자들이 치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규제가 강해지면 시장이 진정되고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매매를 막았더니 전세가 먼저 흔들렸을까요?

 

 

 

갭투자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2025년 10·15 대책으로 그동안 강남3구와 용산구에 한정됐던 서울 토허구역이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로 넓어졌습니다.


과천·광명·하남·의왕·성남(분당·수정·중원)·수원(영통·장안·팔달)·안양 동안·용인 수지 등 경기 12곳도 함께 지정됐고, 올해 7월에는 화성 동탄·용인 기흥·구리까지 추가됐습니다.

 

토허구역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4개월 안에 입주해 2년간 직접 살아야 합니다.


국회에 제출된 국토교통부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자금 중 임대보증금 승계 비중은 지정 전 1년 15.76%에서 지정 후  7.80%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강남구도 같은 기간 10.2%에서 5.72%로 줄었습니다.

 

정책의 1차 목표였던 '세 끼고 사는 투자'를 줄이는 데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아직입니다

 

그렇다면 토허제의 본래 목표였던 집값 안정은 어떻게 됐을까요?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첫째 주까지 88주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 시계열로 보면 10·15 대책 직후부터 10월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약 13.9% 올랐습니다.


올해 상승률은 10.35%이고, 그중에서도 강북14개구가 12.31%로 강남11개구(8.62%)보다 더 많이 올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규제의 핵심 타깃이었던 강남권이 오히려 먼저 숨을 고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동산원 10월 첫째 주 기준 강남구(-0.34%), 서초구(-0.27%), 송파구(-0.19%)는 하락 전환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비강남권은 여전히 오르는 모습입니다.

 

상승폭이 줄어드는 신호도 분명 있지만, 1년 동안의 흐름만 보면 토허제가 집값을 꺾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히려 대출로 갈 수 있는 중저가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온도차가 커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매매를 막았더니 전세가 사라졌습니다


갭투자는 투기 수요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시장에 전세 물건을 공급하는 통로이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집을 산 사람이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니, 그 집은 더 이상 전월세 매물로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매수자 한 명이 늘 때마다 세입자가 들어갈 집 한 채가 줄어드는 구조가 된 것이죠.

 

구분토허제 지정 전 1년지정 후 1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상승률2.41%9.92%
서울 아파트 전월세통합지수 상승률2.82%8.45%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 (아실)4만3,281건3만7,896건 (-12.5%)

 

이 상승폭은 2020년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던 10개월(2020년 10월~2021년 8월)의 상승률 4.82%도 크게 웃돕니다.

 

KB 시계열로 봐도 올해 들어 10월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81% 올랐고, 강북14개구는 10.81%로 더 가팔랐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세입자가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전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전셋값을 올린 것은 토허제만이 아닙니다

 

다만 전세 불안을 토허제 하나의 탓으로만 보는 것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서울 전세시장에는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입주 물량 감소입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만7천 가구로 전망되는데, 이는 연간 적정 수요로 평가되는 약 4만5천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둘째, 전세대출 규제입니다.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8월 말 162조1천억 원으로 12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전세 거래 자체가 줄어든 영향과 함께,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영향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월세화입니다.
금리가 오르고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전세 물건은 더 귀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토허제는 이미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남아 있던 전세 공급 통로 하나를 더 좁힌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금이 있는 사람만 서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갭투자가 막히면서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의 조건도 바뀌었습니다.


규제지역에서는 금액과 관계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고, 증빙서류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기존 집이 있다면 처분 계획과 추가 취득 사유까지 소명해야 합니다.

 

반면 주담대는 10·15 대책으로 집값에 따라 6억·4억·2억 원으로 한도가 묶였습니다.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늘고 있지만, 대출만으로 서울 집을 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규제는 수요를 없애지 않고, 자리만 옮깁니다.


매매로 가지 못한 수요는 전월세 시장에 남고, 그 압력이 다시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 것이죠.

 

 

 

올해 12월 31일 토허제 연장 여부를 지켜봐야 합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의 토허구역 지정 기간은 2026년 12월 31일까지입니다.
(올해 7월 추가된 동탄·기흥·구리는 2027년 12월 31일까지입니다.)


연장 여부는 연말을 앞두고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에 따라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장된다면 실거주 의무가 이어져 전세 공급 부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해제나 축소가 된다면 그동안 눌려 있던 매수 수요가 다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정책 발표에 휩쓸려 급하게 움직이기보다는, 내 상황에 맞는 계획을 미리 세워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입자와 실수요자가 지금 준비할 것

 

세입자라면

① 계약갱신청구권을 아직 쓰지 않았다면 만기 6개월~2개월 전에 행사 여부를 미리 판단해두시면 좋습니다.


② 갱신 시 인상률 상한(5%)과 신규 계약 시세를 비교해 이사 여부를 결정하시면 좋습니다. 다만 집주인이나 직계가족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갱신이 거절될 수 있으니, 미리 집주인의 계획을 확인해두시길 바랍니다.


③ 전세대출 한도와 금리가 바뀌었을 수 있으니 만기 전에 은행 상담을 먼저 받아두시길 바랍니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한다면

① 토허구역 매수는 4개월 내 입주, 2년 실거주가 전제입니다. 지금 전세 만기와 입주 일정을 맞춰보시면 좋습니다.


② 자금조달계획서에 들어갈 예금·주식·증여 등 자금 출처 서류를 미리 정리해두시길 바랍니다.


③ 주담대 한도(6억·4억·2억)와 스트레스 DSR을 반영한 실제 대출 가능액을 먼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무주택 세입자라면 '전셋값이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산다'는 조급한 결정보다는, 내 자금 여력 안에서 감당 가능한 선택인지 한 번 더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전세가 계속 오르는 구조라면, 매매를 아예 배제하기보다 언젠가 내 집으로 옮겨갈 준비를 미리 해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제는 바뀌어도 원칙은 바뀌지 않습니다

 

토허제 1년이 보여준 것은 하나의 정책이 의도한 효과와 함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투기를 막으려던 규제가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으로 돌아온 것처럼,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공급과 수요, 그리고 내 자금 여력이라는 기본을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전셋값도, 매매가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보를 모으고, 서류를 준비하고, 내 기준을 세워둔 사람에게는 규제가 바뀌는 순간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준비해가다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내 집이 점차 가까워지는 순간이 분명 찾아올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

내가집을
26.10.20 13:18

정책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닌 가치를 파악하고 나의 여력에 대해 잘 파악해두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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