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살 걸.”
“그때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한 해의 투자를 돌아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많이 오른 아파트를 보면서 작년에 살 걸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최근 떨어진 주식을 보며 조금 더 빨리 팔 걸 후회하기도 합니다.
사도 후회하고, 안 사도 후회합니다.
팔아도 후회하고, 팔지 않아도 후회합니다.
심지어 충분한 수익을 냈는데도
아쉬워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투자에서 후회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투자는 언제나 불확실한 미래를 상대로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어느새 올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까?'가 아니라
'이번 투자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후회는 경험으로,
경험은 다음 투자의 실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결과를 알고 과거의 나를 평가하지 마세요
투자는 늘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일입니다.
우리는 내년 집값을 알 수 없습니다.
금리가 언제 얼마나 움직일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내가 매수한 뒤 가격이 오를지 떨어질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결과가 나오면 사람은 쉽게 착각합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결과를 기준으로 과거의 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때 이것도 몰랐어?"
"조금만 더 알아봤으면 알 수 있었잖아."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단지가 1억 더 올랐잖아."
하지만 당시의 나는 지금의 결과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투자 복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정답을 선택하지 못한 투자자로 평가하기 보다
당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중에서 놓친 것이 무엇인지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자로 역량을 키워나가고
돈을 버는 과정은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사람이 되기 위함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해온 자신의 판단 과정을 점검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을 줄여가는 과정입니다.

지금 투자 노트에 아래 세 가지를 적어보세요
첫째, 올해 내가 잘 지킨 원칙은 무엇인가?
충분히 싸게 사려고 노력했는지,
여러 대상을 비교했는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했는지,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내 기준으로 결정했는지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7억 원에 산 아파트가
현재 6억 8천만 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가격만 보면 2천만 원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10개 이상의 단지를 비교한 끝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물건을 골랐으며
대출 역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어떨까요?
현재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정을 실패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비교도 없이 "지금 안 사면 늦는다"는 말에 급하게 매수했는데
시장이 상승해 1억 원을 벌었다면,
정말 좋은 투자였을까요?
이런 경우 그 다음에 어떻게 투자자를 이어나가고 의사결정을 해야하는지
막막해 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좋은 결과가 항상 좋은 의사결정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나쁜 결과 역시 항상 나쁜 의사결정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투자자는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결과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바꾸고 싶은 것은 제외하는 것입니다.
"오를 줄 알았으면 샀을 텐데."
"떨어질 줄 알았으면 기다렸을 텐데."
이건 복기가 아니라 결과를 알고 난 뒤의 아쉬움, 자책에 가까울 뿐입니다.
당시에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내가 놓쳤던 것을 찾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임장을 한 번 더 갔더라면 발견할 수 있었던 것,
전세 물량을 확인했다면 알 수 있었던 것,
옆에 있는 지역 단지를 비교했다면 발견했을 더 나은 선택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한 번의 실수를
다음 투자까지 가져가지 않기 위해 차분하게 기록해 보세요.
셋째, 내년에 반드시 지킬 한 가지 원칙은 무엇인가?
거창한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대출 원리금이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으면 사지 않는다.’
‘매달 한 번은 내 자산 현황을 정리한다.’
‘시장의 분위기만으로 기존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
이 중 하나라도 좋습니다.
투자는 한 번의 선택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많은 매수와 매도, 보유와 기다림의 결정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높은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의사결정을 반복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긴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최근 수익률이 좋았다고 너무 자신만만할 필요도 없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실패한 투자자로 규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올해가 끝나기 전 세 가지만 남겨보세요.
내가 잘 지킨 원칙 하나
다시 한다면 바꾸고 싶은 판단 하나
그리고 내년에 반드시 지킬 원칙 하나
이렇게 기록해 본 사람은
2~3년이 지난 뒤 결정 방식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덧 가을도 깊어지고,
한 해의 끝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남은 두 달, 결과에 조급해하기 보다
올해의 선택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그 기록은 앞으로의 선택을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나만의 투자 원칙이 되어줄 것입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깊어가는 가을처럼 여러분의 마음이 한층 더 단단해지기를 바랍니다.
편안한 10월의 마지막 밤 보내세요.



